세계가 인정한 ‘제주 해녀’
세계가 인정한 ‘제주 해녀’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12.02 13:50
  • 호수 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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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바닷가에 여행을 가면 ‘휘이~’라는 휘파람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제주가 낯선 여행자들은 주위에 새가 있나 둘러보곤 하지만 사실 이 소리는 바닷가에서 해녀들이 내는 ‘숨비소리’다. 숨비소리는 해녀들이 잠수하는 동안 참았던 숨을 한꺼번에 내뱉을 때 내는 소리를 말하는데 해산물을 채취하는 동안 꾹 참았던 고통을 토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가장 원초적인 몸부림이기도 하다.
지난 11월 30일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는 ‘제주 해녀 문화’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식등재했다. 인류무형문화유산은 급속한 산업화·지구화 과정에서 소멸 위기에 처한 무형문화유산을 보호하려고 만든 제도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지난해 줄다리기에 이어 총 19개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제주 해녀는 수중에서 기계 장비 없이도 해산물을 채취하는 잠수 능력뿐만 아니라 독특한 언어, 노동요, 공동체 생활 등을 갖추고 있는 우리의 독특한 문화유산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녀의 성장에는 부도덕한 관리들이 있었다. 15∼16세기 초 제주에서는 관리들의 수탈을 견디다 못해 많은 백성이 제주를 떠나 육지로 도망가곤 했는데, 조정에서는 1629년 출륙금지령을 내렸다. 1850년대까지 200년 넘게 금지령이 지속되는 동안 제주인구는 서서히 증가했고 자연스레 해녀의 수도 늘어났다. 1700년대 초 900여명이었지만 1913년에는 8391명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늘어났다.
광복 후 1965년 2만3081명까지 늘어나며 최고 전성기를 누렸지만 산업화의 영향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었다. 1980년 7804명, 1990년 6827명, 2000년 5789명까지 줄었고 2016년 현재는 4000여명 내외로 집계된다.
더 큰 문제는 전체 해녀의 85% 이상이 60세 이상 고령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청·장년층의 해녀 직업 기피 현상과 해녀 고령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앞으로 해녀문화 명맥이 끊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고충은 제주 해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앞서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판소리, 남사당놀이, 강강술래, 처용무 등도 전승자가 많지 않아 수십년 후에는 사라질지도 모른다.
제주 해녀는 꼭 필요한 만큼만 잡아 해양 자원을 보존한다는 점에서 특히 아름답다. 잠수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편법도 쓰지 않은 채 정직하게 제주 바다를 지켜온 그들의 삶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중국의 불법어선에 의해 국내 바다가 유린당하는 상황에서 묵묵히 바다에 고마워하며 가치를 보존해온 그들의 문화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해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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