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 고양시장 “일하고 싶은 어르신들 많아… 그분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요”
최성 고양시장 “일하고 싶은 어르신들 많아… 그분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12.02 13:54
  • 호수 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30대 청와대 행정관, 40대 국회의원… “초심 잃을까 소형차 타”
청각장애 누님의 아픔이 눈물샘… 시민이 붙여준 별명 ‘울보시장’

최성(53) 경기도 고양시장은 관운이 뛰어난 자치단체장이다. 30대 청와대 행정관, 40대 국회의원, 50대 시장 연임. 그러나 화려한 경력만을 보고 인터뷰하지 않았다. 최 시장의 노인복지정책이 그 누구보다도 진정성이 돋보여서다. 우일덕 고양시덕양구지회장도 “부모를 대하듯 정말 노인들에게 잘 한다”고 말했다. 11월 말, 고양시 원당의 ‘어울림누리’에서 만나 노인복지정책과 30여년 정치‧행정 소신을 들었다.

-고양시 노인의 특징이라면.
“고학력의 어르신들, 교장‧고위직 공무원 등 사회 경력이 높은 분들이 많이 계시고 문화예술인도 많아요.”
고양시 노인인구는 11만여명이며, 독거노인은 2만4000여명이다. 노인인구의 57%인 6만6000여명이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전국에서 100세 이상 고령자 수가 81명으로 가장 많은 장수도시이기도 하다.
-그분들에게서 노인복지정책에 대한 조언을 얻는지.
“그럼요. 지방자치의 멘토인 조창현(81) 전 중앙인사위원장도 어르신이고, 서광선(86) 전 이화여대 대학원 원장 그리고 부총리를 지낸 임창열(72) 킨텍스 사장도 어르신이세요. 그리고 아주 중요한 분, 이 심 대한노인회 회장도 계시지요. 그런 원로와 청년, 그리고 저 같은 장년들이 함께 어우러져야 그 도시가 발전합니다.”
-노인복지 인프라가 잘 돼 있다고.
“고양시 3개 노인복지관(덕양‧일산‧대화)은 전국 최고 수준입니다. 그중 일산종합노인복지관이 올해 보건복지부 전국 노인복지관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했으니까요. 또 기초자치 단체 중 전국에서 가장 많은 422개소의 노인장기요양기관이 있어요.”
-경로당은 어떤가.
“최근 548개 전 경로당에 응급의약품, 소화기 등 ‘경로당 안전종합세트’를 보급해 드렸어요. 거점별로 15개의 ‘신바람 난 경로당’을 만들어 건강‧문화‧일자리센터로 활용하고 있어요. 거기서 건강프로그램과 요리교실‧웰다잉‧레크레이션 같은 다양한 문화프로그램, 일거리지원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어요.”

▲ 2015년 ‘세계 부부의 날’에 금슬 좋은 부부로 뽑힌 최 성 시장 내외. 최 시장은 국회의원 재선에 도전했다가 떨어지자 부인이 운영하던 냉면집에서 접시를 닦기도 했다.

최 성 시장은 전남 광주 출신으로 고려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정치학 박사)를 수료했다. 김대중 대통령(1924 ~2009년)에게 발탁돼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 역임. 제17대 국회의원(경기 고양시 덕양구을) 시절 중고차를 타고 의원 배지를 달지 않아 화제가 됐다. 김대중 정부 때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으로 통일‧남북문제 전문가로 알려졌다. 제8대 고양시장에 이어 9대 재임 중이다. 제14대 전국대도시시장협의회 회장이다. 저서 ‘울보시장’, ‘배움: 김대중 잠언집’ 등이 있다. 목민자치단체상 수상.

-DJ(김대중의 영문 약자)를 가까이에서 본 소회라면.
“DJ를 30여년 모셨어요. 제가 그분에겐 아들뻘이에요. 실제로 셋째아들(홍걸)과 동갑이에요. 그럼에도 제 말을 그대로 메모하고 실천하셨어요. 그분이 연설할 때마다 미국 명문대를 거론하며 듣기 민망할 정도로 자기자랑을 하셨어요. 제가 ‘당신이 너무 똑똑하니까 싫어한다. 그보다는 인간적인 면, 죽음 앞에서 공포에 떨던 이야기를 좀 보여주시면 좋겠다. 그래야 대통령이 된다’고 말씀드리자 그렇게 하셨어요. 그분은 정신적으로 젊고 열려있는 분이었어요. 그리고 당신과 같은 연배의 어르신들이 주위에 포진해 계셨어요.”
-국회의원 시절 중고차를 타고 배지를 달지 않았다고.
“지금 ‘최순실 게이트’를 보면 권력에 중독되고 돈에 중독되는 건 순식간이란 사실이에요. 제 밑으로 오셨던 분들이 다 수석하고 장관하고 계세요. 그러니 제가 어땠겠어요. 그렇지만 저는 한 번도 ‘갑질’을 한 적이 없어요. 국회의원 배지를 달지 않으면 참 불편해요. 어디서 보좌관 같은 사람이 왔느냐고 저리 가라고 해요. 지금도 소형차를 타는 건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저 자신에 대한 훈련이기도 했어요.”
-‘울보시장’이란 책 제목이 재밌다. 눈물이 많은가 보다.
“제가 자주 울컥해서 시민들이 붙여준 별명이에요. 제 누님이 청각장애인이었어요. 제 눈물샘이지요. 장애인과 결혼했지만 이혼하고 다시 장애를 가진 목사와 재혼해 잘 살고 계세요. 우리 집에선 어찌된 일인지 그런 과정 전부를 저하고 상의했어요. 제가 어린 나이에 누님의 아픔과 고통을 보면서 세상의 약자들,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따뜻한 마음이란 걸 알게 됐어요.”
-통일문제 전문가로서 통일 전망을 어떻게 보나.
“김정은을 비롯해 김일성‧김정일 등은 지구상에서 가장 다루기 힘든 정권이지요. 그들과 전쟁을 할 수는 없고 방법은 그들을 얼러서 한손에 들고 있는 핵을 포기하게 만들고 남북이 평화정책으로 나가야 해요. 가장 중요한 건 국민통합입니다. 진보‧보수, 좌파‧우파로 갈리면 패망합니다. 두 번째는 자주 국방력을 키우고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동조를 얻어야 해요. 그 다음 ‘핵을 포기하면 먹고 살게 해줄테니 교류‧협력하자’고 하는 겁니다. 금강산 관광‧개성공단 등 힘들더라도 서로 하면서 정상회담, 총리회담 해야 돼요. 다음 대통령은 정말 확고한 안보태세 갖추고 외교도 알고 그리고 북을 설득할 수 있는 준비된, 능력 있는 지도자여야 합니다.”
-고양시 부채를 어떻게 ‘0’으로 만들었나.
“우리 시가 6000억원이 넘는 실질부채를 안고 있었어요. 대부분 킨텍스 개발 당시 부지에 대한 이자부담이었어요. 대기업에 부지를 매각해 이자부담을 줄였고, 그 자리에 자동차박물관 등이 들어서면서 일자리도 생겨났습니다.”
-연임의 업적이라면.
“대한민국에서 10번째로 인구 100만 도시가 됐고, 가장 살기 좋은 도시 1위,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도시 1위로 선정됐어요.”
-정치적 멘토가 DJ라면 인생의 멘토는.
“아버님은 항상 책을 가까이 하셨어요. 교장 은퇴하시던 날 여학생들이 교실 창문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젊은 오빠, 사랑해요’라며 울고불고 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TV토론에 종종 나가는데 끝나면 제일 먼저 아버님에게 전화를 걸어요. 그러면 ‘도입부는 잘 됐어, 초당적으로 잘 했어…’라며 자세하게 30분간 평을 해주세요. 오늘의 저를 있게 한 분이세요.”
-2015년 세계 부부의 날에 특별시장 부부상을 수상했다.
“국회의원, 시장 등 4번의 큰 선거를 치르는 동안 정치인의 아내로 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있어요.”
-노인복지에 대한 철학은.
“제 주위의 어르신들은 모두 아버님 같은 분들이세요. 그분들에게 제가 ‘경로당에 안전세트 드리니까 좋지요? 제가 해 드린 거예요. 다음에 저 표 좀 찍어주세요’…이게 아니란 거죠. 어르신들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해요. 생활 능력이나 일 할 의욕을 잃어버린 어떤 연로한 어르신이 아니라 일하고 싶은 열정에 가득 차 있고, 조금만 기회를 주면 우리 사회의 중심적 역할을 하실 분으로 대해야 합니다.”

실제로 최 성 시장은 2011년부터 태스크포스(TF‧전담팀)를 구성해 현재까지 69회에 걸친 민‧관 회의를 통해 노인일자리 사업의 변화와 확대를 추진해오고 있다.
-청와대 참모, 국회의원, 시장 다 해보았다. 앞으로의 꿈은.
“세계 최고의 시장이 되는 겁니다. 가장 부지런하고 성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그리고 통일에 기여할 수 있는 시장, 그런 지도자로 남고 싶어요.”
오현주 기자 fatboyoh@100ssd.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