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편향’ 수정한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교육 현장 적용은 불투명
‘좌편향’ 수정한 국정 역사교과서 공개… 교육 현장 적용은 불투명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12.02 13:56
  • 호수 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지난 11월 28일 국정 중학교 역사(1·2)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현장 검토본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예상대로 논란이 분분하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담았다”고 밝혔지만 야당과 주류 역사학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뉴라이트의 사관을 옮겼고 박정희 정권과 재벌, 친일파를 미화했다”고 비판했다. 정부 관계자와 관변 학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정 역사교과서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국정교과서에 대해 “특정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있는 역사관과 올바른 국가관을 가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 개발했다”며 “역사적 사실과 헌법가치에 충실한 교과서”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달간 여론 수렴을 거쳐 학교 현장의 적용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히며 “지난 10여 년간 역사 교과서의 편향성 논란과 이념 논쟁으로 인한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검토본에 따르면, 국가 정통성과 관련해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민국이 수립됐다”고 표현하며 “우리 역사상 최초로 민주적 자유선거에 의해 수립된 국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1948년 12월 12일 유엔은 총회 결의를 통해 대한민국 정부를 한반도에서 수립된 유일한 합법 정부로 승인했다”고 썼다. 그동안 기존의 검정 교과서들은 대한민국에 대해서는 ‘정부 수립’, 북한에 대해서는 ‘국가 수립’이란 표현을 씀으로써 스스로 국가 정통성을 격하시킨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수립’이란 표현을 놓고 “대한민국 임시 정부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1948년을 대한민국 수립으로 인정할 경우, 임시정부와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을 부정하고 친일파 행적에 면죄부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와 역사학계 등이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다.
북한에 대해서는 주체사상과 자주 노선이 북한 3대 세습 체계를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는 것을 명시했다. 북한 정권의 세습체제 구축과 북한 주민의 인권탄압, 끊임없는 대남 도발 등을 분명하게 기술함으로써 좌편향적 문제를 털어낸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런 한편, 대한민국의 어두운 역사에 대해서도 균형 있게 서술했다. “이승만 정부의 독재로 인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훼손됐다”고 표현한 것은 물론, “(박정희의) 10월 유신은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대통령의 권력을 강화한 독재 체제였다”고 서술했다.
고속 성장의 대가로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이 심화됐고 정경유착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으며, ‘전태일 분신사건’, ‘동일방직 사건’ 등과 같은 노동문제와 대기‧수질오염 등의 환경문제도 언급했다. 물론,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6월 민주항쟁 등의 민주화 운동 성과 등도 균형 있게 다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박정희 정부에 대한 내용이 전반적으로 너무 많고 공을 지나치게 미화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경제성장을 구체적인 수치나 정책의 이름까지 들어서 설명한 것은 과하다는 지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독립한 국가 중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룩한 대표적인 국가로 명시해 미래 세대가 나라와 역사에 대해 자부심을 갖도록 한 것이지만 국정 교과서가 갖는 권위에 통일된 역사 해석을 심어 줘 역사를 왜곡시킬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학자들의 논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들은 역사교과서에 기술된 내용보다는 국정이라는 권위를 가진 교과서를 통해 통일된 역사 해석을 가르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교육이 행정기관과 정치권력에 의해 침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교육부는 당초 내년 새 학기부터 전국의 모든 중‧고교에서 새 역사교과서를 사용하게 할 방침이었지만 최근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교과서 반대여론이 거세지자 유보하는 듯한 태도로 돌아섰다. 이에 시범학교를 지정해 일부 적용하는 방안과 검정 교과서와 혼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지만 차기 정권이 바뀔 경우 제대로 활용도 못하고 묻혀버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는 역사교과서 문제는 교육 현장의 선택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역사관이 다르다고 하지만 이번 교과서 내용도 엄연한 하나의 연구물이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정부, 학계는 진보, 보수를 떠나 국정 교과서 채택 문제를 책임 있고 엄중하게 다뤄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