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니까 청춘… 경로당이 ‘어르신 공동작업장’으로
일하니까 청춘… 경로당이 ‘어르신 공동작업장’으로
  • 이상연 기자
  • 승인 2016.12.02 14:41
  • 호수 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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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들의 쉼터 경로당이 노인일자리 공간인 ‘공동작업장’으로 변신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북구 ‘어르신 공동작업장’ 3호점인 종암동 SK아파트 107동 빨래방에서 작업 중인 김치원(남) 회장과 직원 어르신들.

서울 성북구, 경로당 활용 4호 작업장까지 개소… 기업·기관 연계
부산 해운대, 5개 경로당 작업장 운영… 노인 100명 매주 4차례 일해
경기 안산 구룡경로당 ‘장수작업장’은 전선 조립해 30~60만원 월급

고령화로 노인일자리 창출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어르신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어르신 공동작업장’이 전국 지자체의 지원과 관심 속에 증가하고 있다.
공동작업장은 노인일자리 창출과 근로자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중소업체의 인력난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혁신적인 상생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엔 지자체와 기업·기관이 손잡고 노인들의 쉼터인 경로당을 노인일자리 공간으로 변신시키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서울 성북구는 경로당의 유휴공간을 공동작업장으로 활용한 모범사례로 꼽힌다. 지난 2013년 어르신 공동작업장 1호점 개설 후 현재 4호점까지 문을 열었다.
길음동 대동경로당은 가장 최근에 어르신 공동작업장으로 탄생했다. 이 경로당은 2년 전만해도 인근 뉴타운 개발로 주민들이 떠나가면서 이용률이 떨어진 데다, 주민들 사이에서 ‘어르신들이 모여 화투치고 술 마시는 곳’으로 인식돼 폐쇄된 곳이었다.
성북구는 이렇게 방치되던 경로당을 개조해 올해 8월, 친환경 먹거리를 제조·판매하는 생산적인 공간으로 바꿨다. 마을기업인 ‘키득키득’을 비롯해 ‘밈컴퍼니’, ‘이새FnC’, 성북구마을부엌협동조합 등 전문성을 갖춘 기업·단체들을 연계해 제품과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
이 작업장엔 30명의 어르신들이 취업해 액상차 제조, 쿠키 제조, 협동조합과 연계한 제철농산물 판매 등 업무를 하며 21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34시간의 월정 근무시간 외 초과근무 땐 시간당 추가 인센티브도 받는다.
성북구 어르신 공동작업장의 태동은 2013년 석관동에서 시작됐다. 종이가방제조업체 ‘장위포장’, 생명의전화종합복지관과 협약을 맺고 석관동 제1어르신사랑방을 리모델링해 종이가방 등을 제조하는 공동작업장으로 만들었다.
이듬해인 2014년 11월엔 1호점의 경험을 토대로 길음뉴타운 8단지 제2경로당에 어르신 공동작업장 2호점을 개설했다. 2012년부터 마을기업과 협력해 진행하던 실버택배배송 일자리에 SH공사, CJ대한통운택배의 노하우를 접목시켜 경로당에 무인발송택배함·택배집화물품 포장공동작업장을 구축했다.
3호점은 종암동 SK아파트 제2경로당 옆에 조성된 빨래방이다.
경로당이 위치한 107동은 SK아파트 단지 내 유일한 임대아파트로, 저소득 홀몸어르신이나 장애인 등 홀로 빨래가 힘든 세대가 많이 살고 있다. 성북구는 지난해 3월 경로당 옆 유휴공간을 빨래방으로 꾸미고 107동 어르신들을 비롯한 단지 내 일자리가 필요한 어르신들을 직원으로 채용했다.
빨래방 어르신들의 주 업무는 107동 이웃들의 빨래를 대신 해주는 일. 현재 12명의 어르신들이 하루 4시간씩 일주일 이틀 일하며 20만원의 기본급을 받는다. 지역 노인들의 사정을 꿰뚫고 있는 김치원 제2경로당 회장은 작업장 반장을 맡고 있다.
성북구 관계자는 “공동작업장은 어르신들에게 경제적인 자립을 넘어 자존감까지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며 “특히 병원에 자주 가야하는 어르신들이 병원비와 함께 손주들에게 줄 용돈도 벌었다고 좋아하신다”고 전했다.
이러한 경로당 공동작업장 조성 바람은 전국으로 퍼져나가는 중이다.
기존엔 노인일자리 전담기관인 시니어클럽 등이 시장형 사업을 위한 자체 공동작업장을 조성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엔 지자체가 보다 많은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경로당을 공동작업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다.
또한 여러 지자체들은 성북구의 사례처럼 경로당 공동작업장 운영에 민간업체의 참여를 장려하고 있다. 민간업체에서 재료를 저렴하게 구입한 뒤 어르신들이 이를 가공하고, 협력업체는 이를 유통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해 질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함이다.
부산 해운대구에는 현재 우동, 좌동, 반여동, 반송동 관내 5개 경로당 공동작업에서 100명이 하루 2~3시간씩 매주 4차례 일하고 있다. 구가 지역기업들과 연계해 어르신들에게 유아용품을 조립하거나 쇼핑백 손잡이 끈을 붙이는 업무를 맡겼다. 단순 작업이라 쉽게 배울 수 있고 크게 힘이 들지 않은 작업인데다 월 20~40만원 가량의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어르신들에게 큰 인기다.
부산 우동경로당 박상조 회장은 “공동작업장이 생기기 전에는 경로당에서 고스톱을 치거나 잡담으로 하루를 보냈는데 일거리가 생기면서 용돈도 벌고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며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일에 숙련되지 않아 힘들어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더 많은 일감을 가지고 와 달라고 독촉할 정도”라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는 지역 시니어클럽과 손을 잡고, 지난 6월 13일 일동 구룡경로당 2층에 기업 연계형 장수공동작업장 1호점을 개설했다. 현재 258㎡(78평) 규모의 작업장에서 30명의 노인들이 일하고 있다. 주 업무는 전선 조립 등 작업이다. 이를 통해 노인일자리 사업 치곤 꽤 높은 월 30~60만원의 보수를 받는다.
안산시 관계자는 “12월에 2호, 3호 장수공동작업장을 추가로 개소할 계획”이라며 “일한 만큼 보수를 받아 갈 수 있어 어르신들의 참여도가 높고 일정한 수입을 통해 안정된 노후 생활 및 건강유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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