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동의 없어도 분쟁조정 절차 개시
병원 동의 없어도 분쟁조정 절차 개시
  • 조종도 기자
  • 승인 2016.12.02 14:44
  • 호수 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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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의식불명 등 중대한 의료사고 발생 시

일명 ‘신해철법’ 시행…피해구제 시간·비용 줄어들듯
의료계선 “분쟁 우려해 소극진료 만연할 것” 반발

사망, 의식불명 등 중대한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신청만 하면 병원 측의 동의가 없어도 조정 절차가 시작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 개정됨에 따라 11월 30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개정된 법은 가수 신해철 씨가 지난 2014년 의료사고로 숨지면서 의료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일명 ‘신해철법’으로 불린다.
‘신해철법’은 의료사고로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등급 1급 등의 중대한 피해를 본 경우 의료기관의 동의 없이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분쟁 조정 절차를 시작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료분쟁조정제도는 의료소송을 보완하기 위해 2012년 4월 처음으로 도입됐다. 의료 소송은 환자 측이 승리하기가 어려워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비유되곤 한다. 소송에 걸리는 시간도 일반 소송보다 훨씬 길고, 비용도 비싸다. 이에 반해 분쟁조정제도를 이용하면 전문적인 위원들의 검토를 받아 최대 수개월 내에 훨씬 적은 비용으로 조정 절차를 마칠 수 있다. 조정의 효력은 법원의 판결과 같다.
하지만 이번에 도입된 신해철법 이전에는 의료사고 피해자가 중재 절차를 진행하고 싶어도 ‘가해자’인 병원 측이 동의하지 않으면 조사 자체를 시작할 수가 없었다. 실제로 조정중재원에 접수된 조정 신청 가운데 절차가 시작된 경우는 43.2%에 불과하다.
신해철법에 따라 자동으로 시작된 의료분쟁조정절차를 병원 측이 방해하거나 불응하면 최대 100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복지부는 “이번 법 개정으로 의료분쟁에 따른 상처를 치유하는데 크게 도움이 되고 환자와 의료기관의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환자 단체는 의료분쟁의 자동 개시 요건이 너무 엄격하다면서도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의료 소송을 위한 자금이 없어도 피해구제를 받을 길이 열렸다는 의미가 있다”면서 “다만 의료기관 측에서 민사 소송을 할 경우 환자 측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의 상담을 통해 의료사고 가능성이 큰 경우에만 조정 절차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분쟁을 우려한 소극진료가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의료분쟁조정을 강제로 개시할 경우, 의료인들이 분쟁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중환자를 기피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종도 기자 jdcho@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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