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만 노인 위한 교육원이 한 곳도 없다?”
“670만 노인 위한 교육원이 한 곳도 없다?”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6.12.09 13:39
  • 호수 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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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300명 위한 연수원은 세 곳이나 돼

국회의원들의 교육시설인 국회연수원은 세 곳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에 있는 국회의정연수원, 인천 강화의 강화연수원 그리고 고성 국회의정연수원 등이다. 여의도의 국회의정연수원은 2층 건물에 원장실을 비롯 5개의 강의실과 의정연수과, 교육훈련과, 분임토의실, 강사대기실 등이 들어서 있다. 모든 시설이 최고급 사양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에 들어서는 고성 국회의정연수원은 7만여평의 부지에 연면적 4200여평,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이다. 350석의 대강의실, 130석의 중강의실과 소강의실, 3개 분임토의실, 시청각실 등 교육시설과 20평형 78실, 30평형 4실 등 82실 규모의 숙박시설, 식당, 매점, 컴퓨터교육실, 체육시설 등을 갖췄다. 총사업비만 400억원에 달한다. 12월 완공 예정이다.
이들 연수원들은 국회의원 300명을 위한 시설이다. 그에 비해 670만 노인 단체인 대한노인회의 사정은 어떤가. 단 한 곳의 연수원도 없다. 노인회는 경로당 회장들의 교육이나 직원 워크숍 등을 할 때마다 경기도의 가나안농군학교, 전북 무주리조트 등 외부의 시설을 빌린다. 우리나라 인구 중 7분의 1을 차지하는 노인을 대표하는 단체가 번듯한 연수원 하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러던 중 지난 9월, 이중근 대한노인회 부회장(부영그룹 회장)이 100억원을 출자해 무주리조트 내에 따로 노인교육원을 짓기에 이르렀다. 연면적 1500평의 3층 건물로 강의실, 식당, 숙소 등이 들어선다. 교육원이 완공되면 매일 200여명씩 6만4000여의 경로당 회장이 의식교육을 받게 된다. 내년 3월 준공식도 성대하게 치를 계획이다. 노인이 의식 교육을 위해 스스로의 힘으로 교육원을 완공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만방에 알리기 위해서다.
이 심 대한노인회 회장은 “내년 3월 20일 김덕수‧김성환‧태현실 등 홍보대사가 총동원되고 연합회장, 지회장, 노인대학장 등이 참석하는 전야제를 성대하게 치르고 다음날 개원식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강연을 필두로 역사적인 교육 대장정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같은 희망찬 포부가 당장 난관에 부딪쳤다. 예산 때문이다. 인건비, 운영비, 장비집기 구입 등에 따로 23억원이 더 필요한데 현재로선 나올 길이 막막하다. 이 심 회장은 국회를 방문해 이정현‧추미애‧박지원‧심상정 등 여야 대표들을 만나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협조하겠다고 대답했으나 결과적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신규사업에 대한 예산 증액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노인회는 ‘부양 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나라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북핵폐기 천만인 서명운동을 비롯해 통일나눔펀드 조성,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제주 세계 7대자연관광 선정 등 범국민적 운동에 적극 동참해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이 그 예이다.
국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건물까지 지어 의식교육을 하겠다고 나서는 판에 운영 지원조차 거절한 것은 대한민국을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노인들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공치사만 무성할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노인복지정책의 빈약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실례이기도 하다.
대한노인회의 한 임원은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수백억원을 내놓고 청문회에 불려나가 고초를 당하는 재벌그룹 총수들이 노인들을 위해 그만한 돈을 선뜻 내놓을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정부, 국회가 도움을 주지 못한다면 노인을 대표하는 비례대표 의원을 국회에 반드시 내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선거 때 표를 달라고 요구하는 국회, 노인복지가 여전히 미흡한 정부는 더 이상 노인을 화나게 하지 말고 당장 노인교육원 예산지원 대책을 논의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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