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안마기 사용 앞다툼… 점심은 2인1조 당번제
아침부터 안마기 사용 앞다툼… 점심은 2인1조 당번제
  • 오기만 산내들 경로당 회장
  • 승인 2016.12.09 13:59
  • 호수 5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로당 회장이 밝히는 ‘시골 경로당의 하루’
▲ 충북 진천군 산내들 경로당 회원들이 옹기종기 모여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부식비 한 달에 10만원…이웃 농가에서 푸성귀 갖다 줘 큰 도움
혈압기는 외면, 실내자전거 즐겨…아웅다웅 하면서 서로 챙겨줘

내가 직장을 따라 경기도에서 충북 진천의 아파트로 이사 온지는 꽤 오래 됐다. 여기서 65세를 넘겨 새로 개설된 아파트 경로당의 초대 회장이 됐다.
집에서 10분 거리의 버스정류장에서 고속버스로 1시간 30분이면 서울에 갈 수 있는 편리한 곳이기도 하다. 290여 세대의 시골 아파트로 인근에 골프장과 연못을 끼고 조성된 숲길은 그 경관이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다. 힐링이 절로 되는 느낌이다.
우리 경로당의 회원수는 25명이고 그중 여성 회원이 대부분이다. 부부가 함께 사는 가정은 극히 적고 남자는 회장을 포함해 5~6명 정도다. 남자회원은 그나마 행사 때 외에는 경로당에 잘 나오지 않는다.
경로당 문은 아침 7시에 열고 저녁 6시에 닫는다. 일요일만 빼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국·공휴일에 관계없이 연중 열고 있다.
회원들에게 집안일을 다 하고 천천히 나오라고 해도 오전 8시가 조금 넘으면 회원의 1/3 이상이 나와서 안마의자와 발 마사지기로 향한다. 옆에서 지켜보면 재미있는 광경이 더러 목격된다. 순서를 기다리는 중에 안마의자에 올라 “안마가 끝났는데도 내려오지 않고 두 번씩 한다”고 실랑이를 벌이기도 하고, 발 마사지기를 냄새나는 양말을 벗지 않고 이용한다고 눈을 흘기기도 한다.
회원들은 안마의자 마사지를 거르면 왠지 몸이 찌뿌드드한 느낌이 든다고 한다.
반면 혈압측정기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다. 대개 본인의 혈압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어 더 높은 수치가 나오는 것이 싫어서 회피하기도 하고, 글을 모르는데 옆에서 지금 혈압이 얼마라고 숫자를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전 혈압보다 더 높게 나오면 엉터리라고 투덜대기도 한다.
실내 자전거는 모두가 즐긴다. 자전거는 큰 운동이 된다고 생각해서다. 덥거나 추운 계절의 운동부족을 염려하여 설치했는데, 이른 아침 아파트 주변을 돌던 회원들이 안마의자를 설치한 후부터는 보이지 않는다.
대개는 에너지 소모량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계기를 맞춰놓고 실내 자전거를 탄다. 다리에 힘이 드는 느낌이 있어야 운동이 되고 땀이 난다고 해도 그러면 힘들어 못한다고 한다.
가끔 경로당에 들르면 자전거 타던 회원이 나를 보면서 슬그머니 자전거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게 된다. 평지에서 일반 자전거를 잠깐 타다가 내려오는 수준의 동작을 하고서 운동을 많이 했다고 믿는 눈치다.
점심식사는 여성 부회장이 솔선수범해 당번제로 1주일마다 2인1조로 돌아가면서 준비하고 행사 때는 다른 회원들도 거든다.
회원들은 아침 운동이 끝나면 집에 갔다가 점심시간이 가까운 오전 11시경에 다시 모인다. 점심식사가 끝나면 6~7명 정도가 누워서 텔레비전도 보고 잡담도 하면서 낮잠으로 시간을 보낸다.
부식비는 한 달에 약 10만원을 쓰고 매년 1월과 6월에 밀가루, 미역, 간장, 고추장, 된장, 쌈장, 조미료, 고춧가루 등을 한꺼번에 구입한다.
부식비 10만원으로 한 달간 12~13명의 반찬을 해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농사짓는 이웃이 철따라 푸성귀를 경로당에 갖다 줘서 큰 보탬이 되고 있다.
식사 때 집에서 반찬을 가져와 나눠 먹기도 하고, 제사음식도 가져와서 나눠먹고, 어디 다녀왔다면서 음료수를 사오기도 하고 때로는 생일이라면서 외식을 대접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오늘 당번이 누구지?”하면서 “간이 안 맞아 먹겠어? 이건 아니야” 하면서 언성을 높여 다투기도 하고 “누구는 1년 내 음식타박하고 잘난 체 한다”면서 빈정대기도 한다.
우리 경로당 회원들은 화투를 치지 않는다. 치매 예방에 좋다고 적극 권해도 하는 회원이 없다. 때로는 회장이 1만원을 판돈으로 내놓아도 간식비로 쓰고 화투는 절대 치지 않는다.
텔레비전은 아침부터 경로당 문 닫을 때까지 켜져 있다. 경로당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회원 간 길·흉사에 함께 기뻐하고 서로 위로하고 정을 나누는 장소로, 며느리 자랑, 음식솜씨 자랑, 새로 산 옷 자랑, 때로는 노래자랑 무대로, 하루하루를 재미있게 즐기는 건강한 모습을 자랑하고 싶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