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AI 사태에 알 낳는 닭 대거 살처분… 계란 부족해 서민 가계 피해
최악의 AI 사태에 알 낳는 닭 대거 살처분… 계란 부족해 서민 가계 피해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6.12.23 14:07
  • 호수 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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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가 재앙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불과 한 달 만에 AI로 살처분된 닭과 오리는 사상 최고 피해기록을 경신중이고 지금도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충북 음성에선 매몰할 땅도, 태워버릴 열처리 시설도 부족해 죽은 닭 12만 마리가 쌓여 있다.
AI는 지난달 17일 충북 음성과 전남 해남에서 확진된 이후 철새도래지와 밀집사육지역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확산됐다. 특히 이번 AI 바이러스는 ‘H5N6형’으로 2014년에 발생한 ‘H5N8형 바이러스’보다 병원성이 더 강하고 전파속도가 빠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AI 피해가 확산되면서 전국에서 살처분된 가금류는 12월 21일 현재 2000여만 마리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6일 첫 AI 의심 신고가 접수된 후 불과 35일 만의 일이다. 지난 2003년 12월 고병원성 AI가 국내에 처음 상륙한 이후 지금처럼 빠르게 번지는 AI를 본 적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AI 광풍이 불었던 지난 2014년 1∼7월까지 전국적으로 1396만1000마리가 살처분됐지만 지금은 한 달 만에 2000여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중 닭은 1731만2000마리로 전체 사육두수 가운데 11.2%, 오리는 196만1000마리(22.4%), 메추리 94만5000마리(6.3%) 등으로 집계됐다. 계란을 낳는 산란계는 1532만4000마리(21.9%)가 살처분됐다.
하지만 이같은 사상 초유의 AI 대란은 진정 조짐은커녕 날이 갈수록 확산만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의심 신고가 계속 접수되면서 발생 농가가 전국 8개 시·도 및 29개 시·군 내 농가 330곳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가축방역심의회를 개최하고 AI(조류인플루엔자) 위기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조정했다. AI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진행된다. 경기, 충청, 전라 등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이 지속되는데다 지역 간 수평전파 확인(안성-음성), 야생철새의 도래 확대 및 겨울철 소독여건 악화 등에 대한 조치다.
AI 위기경보 단계를 최고로 상향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실정이다. 겨울철 소독여건이 녹록치 않은데다 야생철새의 이동이 한창 기승을 부리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방역프로그램에 의한 소독을 해야 함에도 관행에 의존하는 농가도 많고, 낮은 보상비 문제로 신고를 기피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어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처럼 AI 피해가 확산되자 달걀 값이 치솟고 가공식품 값이 오르는 등 서민들의 생활물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마트는 22일부터 계란 판매를 ‘1인 1판’으로 제한했으며 가격도 6580원에서 6980원으로 9% 상승했다. 8일(5%), 15일(5%)에 이어 세 번째 가격 상승이다. 2주 만에 5980원이었던 계란 한 판 가격이 1000원(16.7%) 이상 오른 것이다. 또한 라면시장 1위 업체인 농심은 신라면 등 18개 제품 가격을 20일부터 평균 5.5% 인상했으며, 제빵업계에서는 파리바게트가 지난 4일 빵값을 평균 6.6% 인상했다.
이번 사태는 정부와 지자체의 초기 대응실패에다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허술한 방역체계, 오락가락한 행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고 그 피해는 이처럼 골목상권과 서민가계에까지 파급되고 있다.
AI는 몇 년을 주기로 발생한다. 그럼에도 정부나 농가가 이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번번이 방역에 구멍이 뚫린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같은 시기에 AI가 발생한 일본의 경우 철저한 초기대응과 자위대까지 동원한 방역으로 살처분한 가금류가 80만 마리에도 미치지 못함을 볼 때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농가의 부실한 초기 대처와 정부의 초동대응 실패가 부른 결과이지만 그렇다고 책임소재만 따질 때가 아니다. 가뜩이나 나라가 어지러운 상황에서 AI 확산방지 대책이 매몰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라도 기본적인 매뉴얼부터 꼼꼼하게 살펴 더 이상의 재앙을 막아야 한다. 그런 다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육농가 관리, 방역시스템 개선, 질병관리 등 축산업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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