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떠날 것처럼 사랑하라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떠날 것처럼 사랑하라
  • 신은경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 승인 2016.12.30 10:44
  • 호수 5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7세의 영리한 변호사 ‘안드레 프랑소아 라페리’는 최고급 아파트에 살고 있는 90세 ‘칼멘’ 할머니와 특별한 계약서를 작성했다. 변호사가 할머니에게 매달 500불씩 지불하기로 하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 곧바로 라페리 변호사가 할머니가 살던 최고급 아파트로 들어간다는 내용의 계약이었다. 누가 보아도 이재에 밝은 변호사가 돈 많은 할머니를 감언이설로 속여 횡재를 하게 된 경우라 생각할 만도 하다.
이후 할머니는 32년을 더 살고, 변호사는 30년을 더 살았다. 한 번도 살지 못한 아파트 값으로 18만4000불을 내고 77세에 떠난 변호사. 그 부인과 자식이 그 후에도 아파트 값을 지불했다고 한다. “우리는 살다보면 때로 계약을 잘못하는 수가 있지요”라고 칼멘 할머니가 말했다고 한다.
몇 년 전에 책에서 읽고 흥미로워 옮겨 놓은 내용이다. 세상을 언제 떠날지, 얼마나 살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40대인 변호사는 적금을 납입하듯이 일 년 혹은 몇 년만 부으면 계약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적어도 90세 할머니가 47세인 자신보다야 일찍 돌아가시지 않겠는가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자신은 청년, 할머니는 노년이라 생각했던 라페리 변호사는 ‘연령차별’ (에이지즘, Ageism)에 사로잡힌 사람이었던 것 같다. 젊은 사람은 앞으로 살 날이 아주 많이 남아 있고, 나이든 사람은 곧 삶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고정관념 같은 것 말이다.
1969년 로버트 버틀러가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 ‘에이지즘’이 최근 애슈턴 애플화이트의 책 ‘나는 에이지즘에 반대한다’에서 다뤄지고 있다. 저자는 연령차별에 반기를 들고 우리가 오랫동안 끈질기게 당해오면서도 문제시하지 않은 차별을 이야기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평생 한 번은 당하고 절대로 피할 수 없는 것인데도, 우리는 우리가 그것을 당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줄곧 연령차별을 당해왔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젊은 사람에 대한 차별도 포함하지만, 대부분 노인에 대한 차별을 말한다.
성차별, 인종차별, 계급차별, 장애인 차별과 같은 말을 하거나, 공인으로서 그런 행동을 저질렀다가는 큰일 나는 세상이다. 그런데 나이차별이라면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남들에게서 차별당하는 것도 그렇지만 자기 자신 스스로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새파랗게 젊은 것’, ‘고집불통 노인네’ 등과 같은 표현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오래전부터 이러한 에이지즘을 반대하며 생활에서 실천한 평범한 사람들도 많았던 것 같다. 영국 유학 시절 묵었던 하숙집 주인인 루이스 할머니는 누가 나이를 물으면 늘 32살 이라고 답했다. 이미 버스 무료 이용권이 발급된 나이였으나, 꼭 돈을 내고 타고 다녔다. 버스 안에 멋진 할아버지라도 타고 계실 땐 더욱 그랬다. 하얗게 센 머리칼을 가리려 금발의 가발을 쓰고 하이힐을 신고 시장을 보러 나갈 땐 아무도 그녀가 80이 넘은 할머니라고 짐작하지 못했다. 아마도 루이스 할머니는 연령차별에 반기를 든 ‘마음이 씩씩한 젊은이’였다고 생각한다.
최근 참석했던 세미나에서 들은 이야기가 귓가에 맴돈다. “영원히 살 것처럼 꿈꾸고, 내일 떠날 것처럼 사랑하라.” 살든(live), 떠나든 (leave) 나이차별에 묶이지 말고 하루하루를 보석처럼 소중히 살아가라는 명령인 듯하다.
내게 있어서 2017년은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서의 2년차가 되는 해이다. 지난해 시동을 걸었다면 새해는 본격적인 가동을 하는 해가 될 것이다. 일을 해나가며 쌓여가는 정보와 전문 지식, 제언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정리해 청소년에 관한 책을 몇 권 쓸 계획도 세우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건강을 위해서 수영을 다시 시작해 볼 생각이다.
영국 유학 시절, 박사학위 논문을 쓰다 지칠 때면 동네 수영장을 찾았던 기억이 있다. 도시를 가로지르는 엄청난 크기의 공원을 뛰는 것과 함께 수영은 지친 몸과 마음을 다스리던 좋은 방법이었다. 꿈은 크게, 삶은 진지하게, 총천연색으로 펼쳐질 2017년을 바라보며 큰 기대를 가져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