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믿음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6.12.30 10:47
  • 호수 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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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믿음

이젠,
이정표가 없어도 별빛만
바라보고
가게 하소서

아직도 보아야 하는가 !

김종태

**

어둡고 위험한 길을 불빛 하나에 의지한 채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 저 불빛마저 꺼져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경사진 언덕으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고 깊이 파놓은 구덩이에 빠져 아무도 모르게 생사를 오갈 수도 있다. 그나마 둘이어서 다행인가.
이정표 없이도 깜깜한 밤하늘에 별빛만 바라보고 걸어가도 무섭지 않은 때가 있었다. 아무 것도 살필 필요가 없고, 긴장하지 않아도 되던 세상. 하지만 지금은 눈부신 세상. 아무리 많은 불을 밝혀 앞길이 눈부시다 해도 늘 불안에 떨며 주위를 살펴야 하는 이 세상은 이미 너무 어둡다. 눈앞이 너무 밝아져서 오히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에 우리는 또 한 해를 보내려 하고 있다. 새날이 오면 조금은 달라질까 아주 작은 촛불에 의지한 채 기다리며, 기도하며.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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