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족’ 현상 심화되고, ‘넉넉한 60대’가 뜬다
‘나홀로족’ 현상 심화되고, ‘넉넉한 60대’가 뜬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6.12.30 11:33
  • 호수 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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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보는 2017년 경제‧사회‧문화 트렌드

자신 위해 투자하는 ‘욜로 라이프’ 각광받고 고양이 양육 늘듯
경제력 가진 60대 베이비부머, 문화 트렌드로 사회 전반 리드

MBC ‘나 혼자 산다’와 SBS ‘미운 우리 새끼’는 2016년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방송이다. 지난해에는 유독 혼밥, 혼술 등 ‘1인 가구’에 관한 신조어가 유행했다. 이런 시류를 반영하듯 두 방송은 싱글 연예인들의 삶을 쫓으며 혼자 사는 사람들이 겪는 어려움과 그 속에서 느끼는 삶의 이유를 전달했다.
2017년 정유년에는 이러한 경향이 좀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잇따라 발간된 트렌드 코리아 2017(미래의창), 2017 대한민국 트렌드(한국경제신문), 라이프트렌드 2017(부키), 대한민국 토탈 트렌드 2017(예문), 2017 한국이 열광할 세계 트렌드(알키) 등 서적들은 공통적으로 혼자 사는 사람들이 사회 전반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서적들은 기존 60대 이상 고령자와는 다른 자기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 일명 ‘뉴 식스티’ 세대가 경제소비의 큰 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전망서들은 ‘1코노미’의 성장을 예견하고 있다. ‘1코노미’는 1인과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로 혼자만의 소비 생활을 즐기는 사람을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1인가구는 총 520만 가구로 나타났다. 전체 1911만 가구의 27.2%에 달하는 수치다. 식품업계에서도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을 겨냥한 안주 제품을 앞다퉈 출시했다. 또 혼자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위한 싱글석 영화관도 도입됐다. 심지어 혼자 호텔패키지를 이용하는 상품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에는 이 같은 나홀로족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큰 인기를 얻으며 침체된 시장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망서들은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욜로 라이프가 대세로 떠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욜로란 ‘You Only Live Once’라는 문장의 약자로 남 보다는 자신,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태도를 담고 있다. 미국의 인기 래퍼 드레이크가 2011년 발표한 음반에 등장한 단어인데 ‘인생은 한 번뿐이니 후회 없이 살아라’라는 의미로 재조명 되면서 세계적으로 즐겨 쓰는 단어가 됐다. 실제로 배낭여행객이 주로 모이는 국내외 게스트하우스에는 ‘헬로(Hello)’나 ‘굿럭(Good Luck)’ 대신 ‘욜로’가 유행하고 있다.
욜로는 현재지향적인 소비로 나타난다. 여행이나 자신만의 취미생활에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쓰는 사람이 늘고 있는 건 욜로 열풍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트렌드 코리아 2017’의 저자 김난도 서울대 교수는 “욜로와 관련한 소비는 단순히 물욕을 채우거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활동을 넘어 자신의 이상향을 실천하고 구현하는 행위”라며 “충동구매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안락한 삶을 추구하는 ‘휘게 라이프’도 사회 전반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휘게는 ‘힐링’ 정도로 번역되는 덴마크어로, 휘게 라이프는 덴마크식 슬로 라이프를 뜻한다. 겨울밤 촛불을 켜고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사랑하는 사람과 대단하지 않은 작은 일을 함께 하며 즐거움, 감사, 충만감을 느끼는 일상의 생활 방식이다. 휘게 열풍으로 인해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는 꽃병과 향초, 코코아분말차 등 관련 상품이 전년대비 최대 200% 이상 성장했다.
1인 가구의 반려동물로는 개 대신 고양이가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고양이 사육이 늘고 있다. 일본 반려동물사료협회와 독일 동물전문협회는 최근 고양이를 양육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러시아, 미국에서도 반려동물 선호도로 고양이가 개를 앞섰다. 물론 여전히 개가 고양이보다 훨씬 많은 개체수를 기록 중인 나라도 있지만, 매년 증가세를 놓고 볼 때 고양이가 압도적이라는 이야기다. 이는 고양이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개와 달리 고양이는 깨끗하고 조용하다. 자신만의 세계에 잘 빠진다. 개처럼 집 안을 활개치고 다니지도 않는다. 워낙이 좁은 공간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고 혼자서도 잘 논다. 이러한 고양이의 성향은 1인 가구의 증가, 혼밥과 혼술, 개인주의, 내향적인 취미 생활 등 오늘날 현대인의 습성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또한 서적들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노인상을 제시하는 60대의 등장도 주목하고 있다. 일명 ‘뉴 식스티(New Sixty)’가 소비 세력으로 급부상하며 사회 트렌드를 주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 60대는 베이비부머로 1970 ~1980년대 경제성장기 때 왕성하게 활동한 주역이며, 1990~2000년대 아파트 호황기를 누린 세대이기도 하다. 가장 오랫동안 일하고, 가장 많은 돈을 번 그들이 은퇴하면 역사상 가장 활동적이고 소비 욕망이 충만한 60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은퇴 후에도 활발한 소비와 여가를 즐기며 불황에 허덕이는 소비 시장의 주역이 될 전망이다. 서적들은 내년 패션·여행·레저·화장품·모바일 업체는 뉴 식스티를 사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고령 친화 화장품 시장이 2010년 5109억원에서 2020년 2조607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고, 실버산업도 의료 서비스뿐 아니라 쇼핑, 미용, 외식, 여가 등으로 확장되어 2020년에 125조원대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한국은행과 통계청,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세대별 가구당 평균 자산규모는 50대가 4억2229만원으로 가장 높았고 60대가 3억642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그 뒤로는 40대(3억3175만원), 30대(2억4007만원), 30세 미만(8998만원)의 순이었다. 5060세대가 7억8271만원으로 전체의 54%를 웃돈다. 자산이 많을수록 구매력이 크다는 점에서 보면 5060세대의 소비잠재력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라이프 트렌드 2017’의 저자 김용섭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장은 60대에 대한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들이 만드는 새로운 6070 문화가 사회를 주도하는 트렌드가 될 것”이라며 “이번 촛불집회에 참여한 60대들이 보여줬듯 이들이 한국 사회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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