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에 노인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4차 산업혁명에 노인 일자리가 사라진다면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1.06 13:24
  • 호수 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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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경제 살리기 위해서라도 노인에게 100만원씩 지급해야

이것들은 무얼까. 빅 데이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3D 프린팅….
‘4차 산업혁명’의 키워드이다. 요즘 누구나 4차 산업혁명을 입에 올린다. 정부‧학계‧경제계 등에서 내놓은 신년사의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4차 산업혁명은 무언가. KBS의 ‘명견만리’라는 프로에서 정리해 놓은 것을 살펴보자.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을 통한 기계적 혁명이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의 힘을 이용한 대량생산의 시작이었다. 3차 산업혁명은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였다. 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파워를 통한 공장과 제품의 지능화라고 정의한다.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 식자층이 나열하는 조어들은 4차 산업혁명의 뜻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기술융합, 사물지능시대, 생산과 서비스의 완전 자동화, 로봇화, 인공지능화…. 쉽게 풀이하면 이렇다. 자동차는 인공지능 로봇이 들어가 원하는 목적지를 자동으로 데려다주는 자율주행자동차가 된다. 무인비행기 드론에 주소만 입력하면 정확히 물건을 원하는 장소에 갖다 놓는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연결성‧지능화‧자동화이며, 이것이 인류의 미래를 바꿔놓는다는 것이다. ‘명견만리’의 해설을 계속 들어보자.
3차 산업혁명까지의 컴퓨터는 생산과 소비, 유통까지의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정도였다. 생산하는 방식과 거기서 만들어진 물건 자체가 지능화 된 것은 아니었다. 4차 산업혁명은 기계와 제품이 지능을 가지게 된다. 게다가 인터넷 네트워크로 연결돼 있어 학습능력도 좋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면 미국의 한 대형마켓이 한 가정에 아기옷과 유아용품 할인쿠폰을 보냈다. 이 집엔 고등학생 딸이 있다. 아버지는 ‘내 딸에게 임신을 부추기는 거냐’고 흥분했다. 하지만 며칠 뒤 딸이 임신했다는 소식을 부모는 듣는다. 부모도 모르는 딸의 임신 소식을 대형마트는 어떻게 알았을까. 딸은 갑자기 로션을 무향로션으로 바꾸고 안 먹던 미네랄 영양제를 샀다고 한다. 대형마트는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임신 가능성이 있는 고객들에게 앞으로 필요해질 임신용품을 추천했던 것이다.
조금 섬뜩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지능형 시스템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지금까지 ‘고객이 왕’이라는 말은 있었지만 실질적인 왕은 공급자였다. 지능이 없었기 때문에 고객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기업은 대량으로 제품을 만들어놓고 ‘사가시오’라고 구매를 부추겼던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달라진다. 제품과 제조공정 그리고 시스템이 지능화되면 소비자가 왕이 되는 시대가 열린다. 4차 산업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똑똑한 제조업 소프트웨어와 결합한 하드웨어가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지난해 1월, 다보스포럼 이후 4차 산업혁명이 고용에 미칠 영향이 세계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10년 안에 1800만개의 일자리가 인공지능이나 로봇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직업군별로 보면 단순노무직의 위험비율이 90%로 가장 높게 나왔다. 경비‧청소 등의 분야에 종사하는 노인들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피해갈 수 없다. 쓰나미처럼 덮쳐오는 이것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체계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생산성이 향상된 과실을 재분배하려면 소득 수준이나 취업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의 생활비를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도입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본소득제는 국민 모두에게 조건 없이 빈곤선 이상으로 살기에 충분한 월간 생계비를 지급한다는 제도이다. 스웨덴‧덴마크‧핀란드‧영국 등에서 진지하게 논의 중이고 미국의 알래스카 등 일부 지역에서 실현되고 있다. 예컨대 노인에게도 일률적으로 100만원씩 생활비를 지급해야 한다는 얘기다. 기술 발전으로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가 나와도 일자리가 사라져 이를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면 경제 자체가 지속 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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