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형 노인장기요양서비스의 모델
선진국형 노인장기요양서비스의 모델
  • 차흥봉 세계노년학회 회장
  • 승인 2017.01.13 13:38
  • 호수 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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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6일부터 9일까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열린 세계노년학회(IAGG) 아프리카 지역대회에 참석했다. 세계노년학회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동 주최한 이 대회에는 아프리카지역 약 30개국의 노년학자와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이 대회의 주제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노인장기요양서비스제도를 어떻게 하면 확대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였다. 마침 WHO가 2015년에 ‘노인건강에 관한 세계보고서’를 발표하고, 노인장기요양서비스의 확대를 지구촌 노인건강의 주요 전략과제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 대회도 관련 주제를 다루게 된 것이다. 이날 아프리카 각국 대표들은 각자 자신들 나라의 노인장기요양서비스 현황에 대해 발표했다.
그런데 현재 아프리카 대륙에는 60여개의 국가가 존재하고 있지만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하나도 없었다. 관광수입으로 국민소득이 꽤 높은 인도양 가운데 인구 9만 명의 세이셸이 노인복지제도를 실시하고 있지만 그외 아프리카 대륙에는 이러한 선진국형 노인복지제도를 실시하는 나라는 없다.
이 대회에서 필자는 한국의 노인장기요양서비스 현황에 관해서 발표했다. 우리나라는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하여 현재 9년째 시행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을 주된 대상으로 하고, 중풍·치매 등 만성질환으로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운 노인에게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집에서 생활하면서 직접 전문가인 요양보호사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고, 지역사회의 주야간보호센터를 찾아가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집에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기 어려운 형편이면 노인요양원이나 공동생활가정과 같은 시설에 입소해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장기요양서비스의 내용은 노인의 일상생활 전반에 관한 것이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입고 벗고 하는 일부터 목욕하기, 세수하기, 용변보기, 식사하기, 이동하기와 같은 신변보호 서비스가 기본이다. 청소, 세탁, 장보기, 교통수단 이용하기와 같은 생활서비스를 제공받을 수도 있고, 외롭게 살 때 말동무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위생, 건강관리, 투약관리, 병원 가기 등 건강관련서비스도 그 혜택에 포함된다.
2008년에 시작해 약 8년이 지난 이 제도에 따라 장기요양서비스 혜택을 받고 있고 노인은 현재 약 50만 명쯤 된다. 전체 65세 이상 노인 중 약 8%에 해당되는 수치다. 이 제도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자로서 관리운영하고 있으며, 이 제도 운영에 사용되는 재정은 2015년의 경우 연간 약 4조원 정도에 이른다. 이 돈은 전 국민이 노인장기요양보험 가입자로 함께 부담하고 있다. 건강보험 가입자와 노인장기요양보험 가입자가 동일하기 때문에 보험료도 건강보험과 함께 부담하고 있다.
말하자면 전 국민이 십시일반으로 보험료를 부담해 재원을 조달하고, 노인들 중에서 만성질환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때 장기요양서비스의 혜택을 받는 것이다. 전형적인 사회보험제도로서 모든 국민이 그 대상이 되는 보편주의 원칙의 선진국형 노인복지제도이다.
이 같은 노인요양서비스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선진국밖에 없다. 유럽, 미국, 캐나다 등 구미 국가가 대부분이고,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만 실시되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장기요양서비스가 필요한 노인 대부분은 가정에 방치돼 있어서 이들을 부양하는 가족의 골몰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이러한 선진국형 노인복지제도를 실시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아프리카 지역 세계노년학 대회에서도 한국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 관해 많은 참가자들이 관심을 표시했다. 세계보건기구의 전문가들도 한국의 모델을 다른 개발도상국에 소개하고 전파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선진국형 노인복지제도를 운영하면서 반드시 주의해야할 점이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돈을 많이 필요로 한다. 특히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하는 고령화 사회에서 장기요양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노인이 크게 증가할 때 그 재정 소요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선진국형의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지금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중장기적인 재정안정을 중요한 정책과제로 관리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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