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둔 유통가, 김영란법으로 ‘울상’… ‘3‧5‧10’ 상한액 조정될 수 있을까
설 앞둔 유통가, 김영란법으로 ‘울상’… ‘3‧5‧10’ 상한액 조정될 수 있을까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1.20 13:38
  • 호수 5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설 대목을 앞둔 유통가가 울상을 짓고 있다. 경기부진이 길어지면서 가뜩이나 손님이 줄고 있는 마당에 김영란법(부정청탁방지법)까지 겹쳐 매출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백화점 등의 대형 유통시설은 물론이고, 할인매장과 재래시장을 가릴 것 없이 지난해 설 명절에 비해 매출하락이 놀라울 정도라는 비명이다.
설 명절대목 부진은 여러 요인이 겹친 탓이 크다. 예전에 비해 설 명절을 최대명절로 여기기보다 휴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다 보니 제수와 설빔 같은 전통적인 매출이 줄어드는 건 시대적 추세라는 게 일각의 의견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김영란법이 설 명절 경기부진의 가장 큰 장애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김영란법에서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규정하고 있는 금액 한도가 설 선물 구입에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김영란법을 의식해 최근에는 아예 선물구입을 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선물 세트를 5만 원 이하로 맞추기 위해 포장단위를 줄이거나 수입산 등의 값싼 재료로 대체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가짓수와 수량까지 맞출 수 있어서다.
실제로 각 백화점에서는 4만9000원짜리 호주산 쇠고기, 페루산 애플망고, 인도산 자연산 새우 등 수입산 선물세트가 선물용으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다.
반면, 전통적인 명절선물인 ‘한우’나 ‘굴비’의 경우 단가를 맞추기 어려워 사실상 선물 목록에서 퇴출되고 있다. 김영란법이 ‘외국산 농산물 수입촉진법’이 됐다는 비아냥이 나돌 정도다.
신세계백화점이 최근 3년간 설 신선식품(정육·수산·청과) 매출을 분석한 결과 수입산 매출 신장률은 2015년 24.5%, 2016년 66.6%에 이어 올해는 무려 200%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산 매출은 2015년 7.3%, 2016년 8.1% 증가했으나 올해는 4.5%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피해는 국내 농축산‧화훼업계 종사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 이전 kg당 1만8000~1만9000원대를 유지하던 한우도체 평균 경락 가격이 지금은 1만5000원대까지 떨어졌으며, 화훼공판장의 거래량은 전년 대비 14%까지 줄었다.
이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김영란법 시행 100일째를 맞은 지난 1월 5일 경제부처 합동 업무보고에서 법의 합리적인 조정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이날 업무보고에선 식대 3만원 기준의 현실화, 축·부의금과 화훼의 분리, 설·추석 선물에 대해 경조사에 준하는 별도 상한 적용 등의 건의가 있었다.
이후 정부는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의 상한액을 식사 5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농축수산 농가 등의 어려움이 크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정부가 구체적인 대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무부처인 권익위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내놓고 있다. 권익위는 18일 해명자료를 내고 “시행령 개정 권한은 법안을 발의한 우리가 갖고 있는데 상한액 상향 조정을 검토한 적이 없다”며 “청탁금지법 시행령에 ‘2018년 12월 31일까지 상한액의 타당성을 재검토해 상향 조정 등의 조치를 한다’고 규정한 만큼 그때 가서 조정해도 늦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영란법은 우리사회 저변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근절하고자 만들어졌기 때문에 시행 초기에 빚어지는 경기 위축 등과 같은 부작용은 함께 감내해야 할 사안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정부가 농축수산 농가와 화훼, 외식업계의 어려움을 덜어줄 작정이라면 시행령 개정에 좀 더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식사비 한도만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린다고 해서 외식업체 매출이 급격히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 청렴사회를 위한 법의 좋은 취지를 살리면서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법 취지는 살리면서 운용의 미를 발휘할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