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극장가, 정치검사와 남북경찰 한판 붙다
설 연휴 극장가, 정치검사와 남북경찰 한판 붙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1.20 14:04
  • 호수 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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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킹’ vs ‘공조’
▲ 설 연휴 대목을 앞두고 최근 벌어진 국정농단 사건을 연상케하는 정치검사를 다룬 ‘더 킹’과 남북한 형사의 합동수사를 다른 ‘공조’가 맞붙어 극장가가 달아오르고 있다. 사진은 영화 ‘더 킹’(왼쪽)과 ‘공조’의 한 장면.

더 킹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대한민국 좌지우지한 정치검사 풍자
공조 남북 합동수사 소재… 현빈의 액션과 유해진 코믹연기 압권

현 시국을 예언한 듯 ‘정치검사’를 신랄하게 풍자한 영화와 불안한 남북 정세 속 남북한 경찰의 합동 수사라는 독특한 소재를 한 작품이 붙었을 때 관객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설 연휴를 앞두고 한국영화 기대작 두 편이 격돌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며 국정농단에 가담했던 검사출신 정치인을 떠올리게 하는 ‘더 킹’과 남북한 수사관의 공조 수사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들고 나온 ‘공조’가 나란히 1월 18일 개봉하면서 얼어붙은 극장가가 달아오르고 있다.

◇현대사와 연결시켜 현실감 높인 ‘더 킹’
먼저 ‘더 킹’은 전작 ‘관상’을 통해 900만 관객을 모은 한재림 감독의 신작으로 기획부터 화제를 모았다. 대세 배우 조인성이 ‘쌍화점’ 이후 8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고 최근 개봉한 ‘아수라’로 주가를 높힌 정우성, 그리고 류준열, 배성우, 김아중 등이 출연하면서 예매율 1위를 차지하는 등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가 검사에게 맥도 못 추는 걸 보고 자신도 검사가 돼 마음껏 권력을 누려 보겠다고 결심한 한 ‘태수’(조인성 분)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태수는 검사가 된 후 이미 각 정권마다 뒤에서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검사가 있다는 것을 알 게 된다. 그는 그 검사들 밑에서 단맛 쓴맛을 보면서 한 걸음씩 더 권력에 다가서지만 이를 몰아내려는 반대 세력에 부딪히며 큰 위기를 겪게 된다.
‘더 킹’은 특히 근현대사를 다루면서 주목받고 있다. 대부분의 정치 풍자영화가 현실 사건과의 거리감을 두기 위해 의도적으로 현실의 사건과 인명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더 킹’은 현대사의 한 페이지 속에 ‘태수’라는 인물의 삶을 심도있게 조명한다.
전두환 대통령부터 시작해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까지 이 어지는 지난 30년 현대사의 계보와 비극들이 자료화면으로 직접 영화에 등장하며, ‘태수’와 ‘강식’ 등이 만들어가는 출세가도에서도 현대사적 사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 킹’을 보는 또 다른 재미는 캐릭터다. 영화는 대한민국 사회를 주무르는 검사들의 냉철한 모습보다 부와 권력, 향응에 찌들어가는 인간군상의 모습을 현란하게 그려낸다. 그러면서 한재림 감독은 그 속에 ‘언중유골’이라 할 만한 뼈 있는 대사들을 펼쳐내며 비판정신 또한 잊지 않는다.

◇북한 위조지폐범 잡는 ‘공조’
같은날 개봉하는 ‘공조’는 남한으로 숨어든 북한 범죄조직 리더 차기성(김주혁 분)을 잡기 위해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가 시작되고, 임무를 완수해야하는 북한형사 림철령(현빈 분)과 임무를 막아야 하는 남한형사 강진태(유해진 분)의 예측불허 팀플레이를 그린 영화다.
비밀리에 제작된 위조지폐 동판을 탈취한 차기성이 서울에 숨어들었다는 사실을 안 북한은 남한에 공조수사를 요청하고 그 적임자로 림철령을 서울에 파견한다. 림철령은 차기성에 의해 아내와 동료를 잃고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남한에선 정직 처분 중인 생계형 형사 강진태가 파트너로 나선다. 그의 임무는 림철령을 은근히 방해하며 대한민국 검찰이 먼저 차기성을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 두 사람은 시종일관 티격태격하지만 결국 하나의 목표를 위해 한 팀이 돼 거대 악에 맞서게 된다.
‘공조’가 ‘더 킹’에 맞서 내세운 무기는 현빈과 유해진이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림철령을 통해 현빈이 선보이는 화려한 액션과 능청스러운 아저씨 강진태를 연기한 유해진의 코믹 연기는 시종일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현빈은 대부분의 액션을 직접 소화했다는 후문. 2층 고가도로에서 뛰어내리거나 물먹은 휴지로 커다란 덩치들을 한순간에 제압하는 장면, 이태원의 좁은 언덕길에서 자동차를 발판 삼아 뛰어내리며 추격전을 펼치는 장면, 터널에서 다리 위로 이어지는 현란한 자동차 추격전과 총격전 등이 특히 볼만하다.
유해진은 이번 작품에서 거칠고 투박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했다. ‘럭키’로 700만 관객을 모은 능청스러운 연기가 이번 영화에서도 빛난다. 난감한 상황을 모면하려는 그의 코믹연기는 당대 최고로 꼽힐만하다. 조직에서 구박받는 형사, 딸바보의 자상한 아빠, 아내에게 핀잔을 듣는 남편 등은 유해진이 아니라면 상상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서로 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현빈과 형제애와 동지애를 나누는 따뜻한 ‘형’의 역할까지 극에 담아냈다.
조연들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김주혁은 냉정하고 잔인한 차기성 역으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 넣었고, 남한에 정착한 정보원 역의 이동휘 역시 추격전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유해진의 부인 역을 맡은 장영남은 최적의 타이밍에서 터뜨리는 코믹연기를 선사한다.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의 윤아도 자신감 충만한 백수 처제 역을 능청스럽게 소화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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