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경기 이천시지회장 “노인복지관 위탁 운영하면서 지회 위상도 높아졌어요”
김형식 경기 이천시지회장 “노인복지관 위탁 운영하면서 지회 위상도 높아졌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2.03 13:25
  • 호수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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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돈 이천시장 효심 깊어… 400개 경로당에 안마의자, 한궁세트 넣어줘
사기 진작 위해 3500만원 들여 노인강령탑 완공… 마음먹으면 안 될 일 없어

경기 이천시지회의 자랑거리 중 하나가 노인강령탑이다. 경기도에 이만한 탑은 없다. 크기와 무게에 있어서 서울 효창동 대한노인회 중앙회의 노인강령탑에 비해서도 밀리지 않는다. 외관상 웅장할뿐더러 탑의 탄생 사연 또한 남다르다. 김형식(83) 이천시지회장을 만나 탑을 만든 이유와 지회 운영 철학을 들었다.

-거대한 탑을 만든 이유라도 있는지.
“2012년 지회장에 당선되고 첫 번째로 노인강령탑을 세웠어요. 지회의 사기를 북돋아주기 위해 만든 겁니다.”
-당시 지회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나 보다.
“지회가 시청의 담당직원들 눈치만 살피던 때였어요. ‘이게 아니지 않는가…’ 그런 생각이 들어 후원도 좀 받아 지회를 성장시켜야겠다고 결심했던 겁니다. 파주에서 돌을 가져왔고 3500만원을 들였어요. 처음엔 다들 불가능하다고 했어요.”

김 지회장은 사무국장과 함께 관내의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 간곡히 호소해 일인당 100만원씩의 후원금을 받아냈다. 10개 농협의 조합장들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탑 뒷면에 후원자의 이름을 빼곡히 새겨 넣어 고마움을 영구적으로 남겼다. 김 지회장은 “세상 일이 마음먹기에 달렸고 사람이 해서 안되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적이라면.
“지난해부터 노인복지관을 위탁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린이도서관, 여성회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 4개 단체가 입주해 있는 이천시종합복지타운입니다.”
-노인복지관 규모가 꽤 크다.
“버스 두 대가 운행되며 이용자가 500~600명 됩니다. 당구, 장기, 바둑, 탁구, 서예, 노래를 즐기며 노인들이 이곳에서 행복한 하루를 보냅니다.”
-위탁운영이 쉽지 않을 텐데.
“고생 많았어요. 전임자와 우리가 나란히 운영계획서 써서 제출하고 엄정한 심사를 받았어요. 전임자가 상당히 아쉬워하더라고요. 지회가 성장해서 노인복지관을 끌어안았으니 대견한 거지요.”
-노인복지관 대부분을 종교단체에서 맡아한다.
“노인복지관은 노인회가 맡아서 해야 합니다. 앞으로 그런 쪽으로 바뀌어야 해요.”
-어떻게 운영하나.
“우리가 처음에 투자를 많이 했어요. 매년 1000만원의 예산지원을 해요. 이곳을 이용하는 노인들의 애로사항을 체크하고 문제를 해결해 드립니다. 제가 복지관장으로부터 매일 업무보고를 받아요. 앉아 있을 시간이 없을 정도에요. 주위에서 저보고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그래요. 제 입장은 ‘이왕 하려면 폭 넓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세상에 한번 왔다가 가는 건데 일단 시작했으니 모든 걸 바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남다른 보람도 있을 것 같다.
“노인복지관까지 운영하니까 지회의 위상이 높아졌어요. 기관이나 사회단체에서 찾아와 의논하고 협조를 구합니다. 그럴 때 ‘내가 결정을 잘 했다, 이런 게 보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 경기도 이천시 창전동 구 노인회관 앞에 있는 노인강령탑. 김형식 이천시지회장은 탑 뒷면에 후원자의 이름을 빼곡히 새겨 넣어 고마움을 영구히 남겼다.

김형식 지회장은 이천 출신이다. 서울에서 양정중학교를 다니다 6‧25전쟁이 나자 고향으로 내려와 농사를 지었다. 부친의 병환으로 가세가 기울자 집안을 책임져야 했다. 형과 동생들을 챙겨주었고 먼저 세상을 떠난 동생의 자식들까지 뒷바라지 했다. 40대 초반에 부발농협 이사로 10여년 근무했다. 이천시 부발읍 송은리 경로당 회장, 이천시지회 부지회장을 거쳐 2012년에 지회장이 됐다. 2016년 연임에 성공했다.
-이천 쌀로 지은 밥은 더 맛있다고 한다.
“이천에서도 부발읍 송은리 쌀을 쳐줍니다. 쌀이 남아도는 요즘도 부발농협 쌀은 없어서 못 팔아요. 다른 농협의 쌀을 가져다 팔아줄 정도니까요. ‘고래실’ 같은 땅 때문이에요. 밭모양의 논은 말라 있어서 건답이라고 하고, 항상 물이 차 있는 고래실 논은 수답이라고 해요. 그래서 쌀맛이 좋아요.”
-이천시 노인들은 대부분 농민 출신인가 보다.
“농민, 공무원 출신 등 다양합니다. 이천시 인구 22만여명 가운데 노인은 2만여명이고 대한노인회원은 1만4000명입니다. 391개 경로당이 있어요.”
-경로당 회장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들겠다.
“노인의 날과 어버이날에 모입니다. 1500명을 수용하는 이천 아트홀에서 프로그램 경진대회가 열리는 날, 다들 참가해 평소 실력을 겨루며 즐거운 시간을 갖습니다.”
-이천시의 노인복지는 어떤가.
“조병돈(68) 이천 시장의 효심이 깊어 노인을 우선적으로 챙겨줍니다. 특히 개당 200만원이 넘는 안마의자와 40만원 상당의 한궁세트를 전 경로당에 넣어주었어요. 또, 경로당 활성화를 위해 전폭적으로 많은 예산을 지원해 주십니다.”
-시장의 노인복지에 대한 기본 마인드가 중요하다.
“제가 이장할 때 조 시장이 처음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서 인간됨을 잘 알지요. 조 시장의 부친도 잘 알고 있고요.”
-지회 운영 철학은.
“분회장, 경로당 회장들에게 일의 능률도 좋지만 인성이 좋은 지도자가 되기를 부탁합니다. 나보다 어려운 이가 있으면 손잡아주고 같이 가고 화합하라고 합니다. 우리가 뒤늦게 출세할 일 있나요. 정부에서 지원해주면 고맙다는 마음을 갖고 잘 운영하면 경로당이 활성화 되고 그러면 노인회도 뜨고 본인들도 뜨는 거지요.”
-지회 현안이라면.
“노인들의 처우개선입니다. 정부의 지원도 한계가 있어요. 우리 스스로 자생해야 한다는 각오로 ‘아침이 기다려지는 경로당’을 시범적으로 운영합니다. 대월면 대대1리 경로당의 경우 도(道)에서 2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블루베리를 심어 지난해 큰 소득을 보았어요. 이런 일은 경로당 회장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해요. 회원 간 단합이 아주 잘 됩니다. 올해는 1500만원을 지원 받아 보리도 심고 들깨도 심을 겁니다. 그런 경로당을 계속 만들어갈 예정입니다.”
-노인인구 1000만 시대, 100세를 누리는 요즘 노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는 일제의 압박과 전쟁의 참상을 다 겪은 세대입니다. 그걸 견뎌낸 경험을 후세에 남겨주어야 해요. 국회의원도 6‧25를 잘 몰라요. 보릿고개 얘기를 하면 ‘라면을 먹지 그랬느냐’고 할 정도니까 말 다했지요. 우리나라는 교육이 잘못돼 있어요. 너무 자유분방하고 너무 앞서가요. 공권력도 실종됐어요. 그러니까 안보도 허물어지는 겁니다. 대통령 후보란 이가 당선되면 북을 먼저 찾겠다는 게 말이 됩니까. 국립묘지에 가서 참배를 해도 시원치 않을 텐데 말이지요. 노인들만이라도 투철한 안보의식을 가지고 젊은 사람들에게 강하게 얘기를 해주어야 합니다. 나라를 잃으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라면.
“저는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사람사이의 의리를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좋은 기회가 몇 번 찾아왔지만 의리를 더 중시했어요. 농협장 자리가 났을 때 친구가 그 자리를 원해 제가 양보를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쉬운 점도 있지만 후회는 안 합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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