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 백년해로의 福(복)
[금요칼럼] 백년해로의 福(복)
  • 정재수
  • 승인 2007.08.17 15:5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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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시욱 언론인·세종대 명예교수

신혼부부는 모두 ‘백년해로’를 다짐하지만 인생살이가 뜻대로만 되지 않는 게 세상의 이치다.
배우자와 사별하거나 이혼을 하여 재혼을 하든지, 아니면 홀아비나 과부로 여생을 살아야 하는 인생의 굴곡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은혼식, 금혼식을 갖는 부부는 아주 다복한 편이다.

지난 7월 21일 영국의 ‘더 타임스’지 보도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50년 잉꼬부부’ 이야기는 특히 노년층사이에 화제가 되었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게 하는 뉴스였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들 부부의 별세 자체는 아주 애석한 일이지만 같은 날 세상을 떠난 사실만은 대단히 ‘축복할 죽음’이 아닐 수 없다.

화제의 주인공인 영국 중부지방 맨체스터 시 인근의 소도시 래드클리프에 살던 전직 보험회사 경리사원 브라이언 에커슬리씨는 뇌출혈로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채 병원에 입원한 아내의 곁을 밤새 지키다가 아침에 심장마비로 숨을 거두었다. 그러자 생명유지장치로 목숨을 이어오던 부인도 불과 몇 시간 뒤 숨을 거두어 부부가 같은 날 세상을 뜬 것이다.

부인의 사인은 기사에는 자세히 나타나지 않았으나 생명유지장치를 제거했다는 대목으로 보아, 병원당국이 유족들의 요청이나 독자적 판단으로 더 이상 인위적으로 부인의 생명을 유지시킬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이들 부부는 지난 6월 22일 금혼식을 치루고 딸과 외손자 2명을 데리고 지중해의 스페인령 마요르카 섬으로 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는데 출발 직전에 부인이 뇌출혈로 쓰러졌다고 한다.

하필 생일날 세상을 떠난 남편은 72세로, 고령화시대에 접어든 요즘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아직 더 오래 살아야 할 나이여서 안타깝기는 하지만 이들 부부가 병석에서 시일을 오래 끌지 않고 같은 날 세상을 하직한 것 자체는 축복할 죽음이 아닐 수 없다.

2000년을 기점으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한국은 2006년에 평균수명이 78.6세(남자 75.1세, 여자 81.9세)에 달해 10년 전보다 5년이나 늘어났다. 때문에 장수하는 노년층이 증가해 장수부부도 그만큼 불어났다.

전국적으로 이름난 장수촌인 전북 순창군에서는 작년 11월 결혼 60주년 이상을 맞은 장수부부 16쌍에게 ‘합동회혼례’ 행사를 열어 드리고 이들의 만수무강을 기원했다. 회혼례가 끝난 다음 이들 장수부부들은 군내의 모범택시기사들이 모는 택시를 타고 시가지 퍼레이드를 벌였다고 한다.

또한 작년 12월에는 충남 청양군에서도 결혼 60주년을 맞은 80대 부부 4쌍을 위해 청양군 농업기술센터가 합동회혼례를 베풀었다.

전 세계 60억 인구 중에는 80년 이상이나 해로한 노부부도 있다. 홍콩의 ‘대공보’지가 작년 9월 보도한 바에 의하면 중국 저장(浙江)성 진원(縉雲)현에는 무려 85년을 해로한 장수부부가 살고 있는데 당시 남편은 105세, 부인은 100세라고 한다. 20세기 초에 태어난 이들 부부는 남편이 20세에, 부인이 15세에 결혼한 셈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들처럼 오랜 세월 해로하는 노년부부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파경이 되거나 병으로 배우자를 잃은 젊은 부부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노년기에 병으로 짝을 잃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이 많다.

특히 상처한 남자의 경우에는 부인 잃은 슬픔으로 인해 낙담한 나머지 끼니조차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시름시름하다가 얼마 못가서 세상을 뜨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는 남편이 부인보다 먼저 가는 것이 남자의 복이라는 말까지 있다.

늙어서 배우자와 사별하지 않기 위해서는 부부가 다같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겠지만, 병들어 죽는 것은 인간의 노력만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황혼이혼’은 당사자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극복할 수도 있는 문제이다.

‘건강한 가정운동’을 펼치고 있는 송길원 목사가 운영하는 ‘하이패밀리’에서 제시한 ‘황혼이혼 예방 10계명’ 가운데 흥미 있는 대목이 있다. 제4항 “인생의 마지막 통과지수인 SAT(Sorry and Thank you!)를 높여라-이 말을 얼마나 (상대방에게) 자주 하느냐에 따라 부부의 사랑이 결정된다.” 그리고 제8항 “노년의 삶에 악센트를 주어라-때로는 부부가 함께 다소의 사치도, 먼 여행도 필요하다. 젊어서 못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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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4 17:50:34
송길원 목사임 옳은 말씀 입니다. 평생 가난과 싸우느라 여행 한번 못한 늙은 부부 황혼길 낭만의 추억 여행이 될만한 좋은곳 을 우리 못난 늙은이들을 위하여 소개 하여 주시면 감사 하겠읍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