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값 두 배로 뛰었는데 소비자물가는 소폭 상승… “괴리 바로 잡아야”
농산물 값 두 배로 뛰었는데 소비자물가는 소폭 상승… “괴리 바로 잡아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2.03 13:28
  • 호수 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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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와 가정에서 느끼는 체감물가의 괴리가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다. 가계 소비지출에서 절반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밀접하게 관련된 물품들이 소비자물가를 결정짓는 데 무게감이 낮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지난 2월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2.0% 올랐다. 2012년 10월(2.1%)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5월부터 0%대를 유지하던 소비자물가는 9월 이후 4개월 연속 1%대 상승률을 이어가더니 지난달 2%대로 올라섰다.
이는 조류 인플루엔자(AI)에 따른 ‘달걀 대란’ 여파가 반영되면서 농·축·수산물 물가가 뛰고 유가 반등에 따라 석유류 가격이 오른 탓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달걀 값은 1년 전보다 61.9% 뛰어,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8.7%) 상승 폭보다 7배나 증가했다.
달걀 외에도 무(113.0%), 배추(78.8%), 당근(125.3%) 등 농·축·수산물 가격 또한 들썩였다. 이 때문에 전체 농·축·수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8.5% 올라 전체 물가를 0.67%p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국제유가 반등 여파로 그간 물가 안정에 기여했던 석유류도 1년 전보다 8.4% 뛰어 전체 물가를 오히려 0.36%p 상승시키는 역할을 했다.
석유류 가격이 뛰면서 교통, 공업제품 등 관련 물가도 함께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교통은 3.8% 오르면서 2012년 6월(4.2%) 이후 인상 폭이 가장 컸고, 지난해 1% 이하 상승률을 보이던 공업제품도 1.6%나 뛰었다. 서비스물가는 2.2% 상승해 전체 물가를 1.21%p 상승시켰다.
특히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5% 상승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1.7% 올랐다. 식품 등을 포함한 생활물가는 2.4% 상승했다.
소비자 물가에 대한 당국의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물가와의 괴리는 더욱더 커져가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0.97%에 그쳤지만 체감물가 상승률은 이보다 훨씬 높게 보기 때문이다. 물가가 최소한 두 자릿수까지 인상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체감물가와 공식물가 사이의 괴리 현상은 통계청이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기준이 되는 460개 품목에 차별적으로 부여하는 가중치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통계청은 소비 비중이 큰 460개 품목을 선정한 뒤 국민 소비생활에 미치는 영향의 정도에 따라 품목별로 가중 평균해 소비자물가지수를 산출한다.
460개 품목 중 가중치가 가장 높은 건 거주비 항목이다. 전세의 가중치는 49.6, 월세는 43.6에 달한다. 가중치의 총합이 100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 산정 과정에서 전‧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가깝다. 휴대전화 요금의 가중치도 38.3으로 높은 편이며, 휘발유 가격(25.1), 전기요금(18.9), 아파트 관리비(18.6), 도시가스 요금(18.3) 등에도 상대적으로 높은 가중치가 부여된다.
반면, 이유식‧밀가루‧땅콩 등은 가중치가 0.1이다. 지난해 물가지수 상승률 1,2위 품목인 배추(69.6%)와 무(48.4%)가 물가지수 산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0.12와 0.06에 그친다. 주부들이 자주 사는 품목들이지만 물가에 미친 영향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수준인 셈이다.
구입 빈도도 체감물가에 영향을 주지만 소비자물가는 구입 빈도를 감안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체감물가는 자주 구입하는 품목의 가격 변동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어, 콩나물과 TV의 경우 자주 구입하는 콩나물 가격이 오르고 TV 가격은 내려갈 경우 소비자물가 변동은 적지만 체감물가는 크게 오른 것으로 인식하는 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체감물가와 공식물가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 보완책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우선 소비자물가지수 산정 대상 품목들에 적용하는 가중치를 조정하고 고령화 및 1인 가구 증가 현상을 감안해 오는 11월까지 가구주 연령과 1인 가구 등 개별가구의 특성을 반영한 물가지표를 개발하기로 했다.
정부는 소비자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물가지수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품목별 가중치 조정은 물론 기준 품목의 변화를 통해 식탁물가, 체감물가의 변동을 정확히 읽어낼 필요가 있다. 잘못된 통계에서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민생 안정의 첫걸음은 물가 관리에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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