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의 공존 꿈꾼 ‘오스트리아의 가우디’
자연과 사람의 공존 꿈꾼 ‘오스트리아의 가우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2.03 14:09
  • 호수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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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훈데르트바서의 그린시티’ 전
▲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쉴레와 함께 ‘오스트리아 3대 화가’로 추앙받는 훈데르트바서는 ‘식물적 회화법’을 고안하는 등 미술가로서 뛰어난 업적을 남김과 동시에 건축가로 활동하며 환경운동에도 앞장섰다. 사진은 그의 대표작 ‘노란 집들-함께 하지 않는 사랑을 기다리는 것은 아픕니다’(1966)

클림트‧쉴레와 함께 3대 화가로 꼽혀… ‘식물적 회화법’으로 유명
친환경 건축가로 활동… 자연정수 시스템 개발 등 환경운동에도 앞장

그림 ‘연인’, ‘유디트’ 등으로 유명한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와 최근 개봉한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을 통해 이름을 알린 에곤 쉴레(1890 ~1918)등과 함께 ‘오스트리아 3대 화가’라 평가받는 작가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가우디’라 불리는 프리덴슈라이 훈데르트바서(1918~2000)의 이야기다. 그는 ‘인간과 자연의 조화’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작품 활동을 하면서 환경운동을 실천했던 용기 있는 철학자로도 알려져 있다.
훈데르트바서의 작품 세계를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회가 국내에서 열리고 있다. 3월 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훈데르트바서의 그린시티’ 전에서는 훈데르트바서 비영리 재단과 오스트리아 쿤스트하우스 빈 박물관이 소장한 회화, 건축 모형, 수공으로 제작된 태피스트리, 환경포스터 등 총 140점이 소개된다.
훈데르트바서는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오스트리아에서는 ‘국민 화가’로 칭송받을 정도로 현재까지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쓰레기소각장에 예술적 향기를 불어넣어 대표 관광명소로 만든 친환경 건축가이기도 한데 서울시를 비롯해 국내 지자체에서도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정식으로 미술이나 건축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것. 이로 인해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스러움이 그의 작품에 배어 있다.
이런 그는 회화에서도 ‘식물적 회화법’을 창안하며 큰 족적을 남긴다. 식물이 자라나는 것처럼 천천히 그가 사랑하는 소재들을 그려 나갔는데 특히 나선형이 반복적으로 그림에 등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다른 특징은 색채다. 그는 강렬하고 빛나는 색을 선호했고 보색들을 함께 사용하는 것을 좋아했다. 보색의 사용은 나선의 이중 움직임을 더욱 강렬하게 표현한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태피스트리(Tapestry)로 만든 ‘685A 그 들판을 건너가면 그로스바이젠바흐에 다다릅니다’(이하 ‘685A’)이다. 태피스트리는 여러 가지 색깔의 씨실을 사용해 손으로 회화적인 무늬를 짜 넣어 만든 미적인 직물을 뜻한다. 벽에 걸려있는 예술적 가치가 높은 양탄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685A’는 직선을 곡선의 느낌으로 그리며 색이 번진 듯하게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나선은 삶의 가장 원초적인 형태로서 사람들에게 본능적인 공감을 자아낸다. ‘685A’는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는 나무의 나이테처럼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더 풍성해지는 나선을 통해 세상을 향해 영원히 열려 있는 삶을 살고자 했던 훈데르트바서의 신념을 담고 있다.
건축가이기도 했던 그는 자연과 인간의 행복한 동거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고자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건축 치료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건축디자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기 능주의와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현대 건축물이 사람들을 병들게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훈데르트바서는 인간이 숨 쉬며 살아가는 공간인 집을 세 번째 피부라고 믿었다.
그의 건축물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도는 직선은 찾아볼 수 없다. 나무와 풀로 둘러싸여 있으며 지붕은 다시 대지가 돼 나무들이 자라고 아름다운 푸른 세상이 펼쳐진다. 유기적인 형태와 독창적인 컨셉이 녹아 있는 그의 친환경적인 건축물은 오스트리아의 대표 관광명소로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에 꼽혔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ARCH 100 블루마우 온천 휴양지’(이하 ‘블루마우’)이다. 1997년에 준공된 시설로 전시장에서는 건축 모형과 실제 사진을 통해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 ‘블루마우’의 모습

‘블루마우’는 식물들로 가득 차 있다. 내부 통로를 거치지 않고 건물의 맨 위쪽까지 갈 수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림도 마찬가지지만 훈데르트바서 건축의 특징은 일정한 톤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도 같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구조물과 지형마다 높이의 차이가 모두 다르다. ‘블루마우’를 걸어 다닌다면 평평한 평지를 걷는 것이 아니라 낮은 경사의 지형을 걷는 느낌을 준다. 이동시 단조로움을 피하면서 운동효과도 증가시키게 된다. 높이의 변화도 지속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전시에서는 환경운동가로서의 그의 삶도 다룬다. 훈데르트바서가 예술 활동을 통해 세상에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단 하나였다. ‘자연과 사람의 공존’이다. 자신의 철학을 예술 활동을 통해서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알리려 함과 동시에 예술 밖의 삶에서도 활발한 환경 운동을 실천했던 적극적인 환경 운동가였다.
대표적으로 오스트리아 하인버그 원자력 발전소가 그가 참여한 반대 운동으로 공사를 중단했다. 또 식물을 단계적으로 이용한 자연정수 시스템을 개발하고, 부식토 변기를 만들어 사용해 유럽각국에서 환경 보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뉴질랜드와 워싱턴에서는 ‘훈데르트바서 환경주간’을, 샌프란시스코는 ‘훈데르트바서의 날’을 선포해 그의 정신을 그리고 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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