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임당은 현모양처라기 보단 ‘워킹맘’이었다”
“신사임당은 현모양처라기 보단 ‘워킹맘’이었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2.03 14:10
  • 호수 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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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대장금’ 이영애 13년만의 복귀작 화제… 현재와 과거 오가는 로맨스물
‘율곡 이이의 어머니’보다 화가‧문인의 삶 부각… 200억원 투입 사전제작

▲ 배우 이영애가 '대장금' 이후 13년 만에 출연해 화제를 모은 SBS 드라마 ‘신사임당 빛의 일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워킹맘으로서의 사임당의 삶을 그릴 예정이다.

“조선 중기의 화가이자 문인으로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다.”
한 백과사전에서 신사임당(1504 ∼1551)의 생애를 한 줄로 요약한 내용이다. 설명과는 달리 신사임당은 ‘화가이자 문인’ 보다는 장원 급제를 9번이나 한 천재 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만 인식돼 왔다. 이로 인해 그가 5만원권 모델로 채택됐을 때 “자식 교육을 잘 시키는 현모양처면 화폐 모델이 될 수 있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백과사전의 설명처럼 신사임당은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개척해나간 예술가로서의 면모가 현모양처의 모습보다 두드러진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1월 26일 방영을 시작한 SBS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는 여기에 주목하고 있다.
‘대장금’ 이영애가 13년만의 복귀작으로 선택해 큰 화제를 모았던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가 방영 시작부터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작품은 율곡 이이의 어머니로 잘 알려진 조선 중기 예술가 신사임당의 생애를 재조명했다. 그동안 알려진 모습과 달리 예술가의 모습을 강조하면서 더불어 ‘워킹맘’(일하는 여성)이 겪어야 하는 비애를 다룰 예정이다.
퓨전 사극을 표방하고 있는 ‘사임당’은 일명 ‘타임슬립’이라 불리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독특한 구조로 진행된다. 한국미술사 시간강사 서지윤(이영애 분)이 어느 날 신사임당(이영애 분)이 기록한 ‘수진방 일기’와 그의 첫사랑 이 겸(송승헌 분)이 그린 미인도를 발견하면서 과거를 마주하게 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사임당의 진면목을 다룬다. 이영애는 1인2역을 소화하며 배우로서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설 연휴 직전인 지난 1월 26일 1·2회 연속 방송된 ‘사임당’은 기대만큼 순조롭게 출발했다. 전지현·이민호가 주연한 전작 ‘푸른 바다의 전설’의 바통을 이어받아 1회 15.6%, 2회 16.3%(이상 닐슨코리아·전국 기준)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200억원을 투입해 100% 사전제작된 만큼 완성도 높은 화면과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줬다. 이탈리아 로케이션으로 담아낸 이국적 풍광이 환상적인 느낌을 더했다.
드라마 초반은 ‘워킹맘’ 서지윤의 순탄치 않은 삶을 통해 앞으로 사임당의 어떤 모습을 부각시킬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줬다. 미술사를 전공하는 시간강사 서지윤은 사업가인 남편과 어린 아들, 시어머니를 따뜻하게 돌보면서도 일을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그는 정식 교수가 되기 위해 지도교수의 책과 학회 자료를 대신 쓰고 준비하는 등 온갖 수모를 견디며 5년을 버텼다. 어느 날 서지윤은 지도교수가 안견의 ‘금강산도’를 보여주며 연구 논문을 맡기자 이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논문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교수 임용을 노린 것.
그러나 금강산도 관련 논문을 발표하던 날, 한 학생이 진품 여부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고, 자료를 준비하면서 같은 의심을 가졌던 서지윤은 “잘 모르겠다”라고 답해 장내를 술렁이게 했다. 이로 인해 논란에 휘말린 지도교수는 자신을 따라 이탈리아 학회에 참여한 서지윤을 버리고 학계에서도 영원히 볼 수 없도록 조치했다.
여기에 남편의 사업까지 어려워지면서 서지윤의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는다. 이에 서지윤은 지도교수에게 앙심을 품고, 이탈리아에서 돌아오기 전 우연히 얻게 된 사임당의 비망록과 미인도를 연구해 금강산도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노력한다.
사임당의 비망록에는 어린 사임당과 이 겸의 만남, 그리고 금강산도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한참 금강산도와 두 사람의 이야기를 파헤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한 서지윤은 혼수상태에 빠진 채 과거 사임당의 시대로 타임슬립한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이겸과 마주했으나 사임당이 된 서지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이를 계기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현대와 과거를 오가며 사임당의 삶을 다루기 시작한다.
특히 드라마는 앞으로 전개될 내용을 통해 서지윤의 명예 회복과 사임당의 이뤄지지 못한 가슴 아픈 로맨스를 다룰 예정이어서 흥미도를 높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영애의 활약이 앞으로의 전개를 기대케 했다.
‘대장금’ 종영 이후 첫 드라마 출연임에도 불구하고 이영애는 기대 이상의 열연과 변신으로 시청자들을 매혹시켰다. 남편의 사업이 갑작스럽게 주저앉아 빚더미에 오른 와중에 전임교수 임용은커녕 시강강사 자격마저 박탈당한 서지윤을 실감나게 연기했다. 눈물을 흘리며 무릎을 꿇고, 팩소주를 마시며 고성방가를 하는 등 다양한 감정변화를 보여주면서 워킹맘의 비애를 잘 그려냈다. 또한 사임당의 모습으로 등장할 때는 특유의 우아하고 기품 있는 모습을 뽐내며 ‘역시 이영애’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사임당’은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에 방송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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