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고독사를 막아라” 지자체들 속속 조례제정
“노인 고독사를 막아라” 지자체들 속속 조례제정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2.10 10:48
  • 호수 5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황조사 후 안부확인‧정신건강관리 등 내용… 현재 60여곳 제정

지난해 11월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거주하는 심 모(56) 씨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오래 전 혼자가 된 그는 외로움에 시달리다 알콜증독자가 됐고 설상가상 주민등록까지 말소됐다. 결국 탈진해 쓰러졌지만 도움을 구할 곳도, 구할 힘조차 없었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이른다. 하지만 심 씨는 이를 알았던 동주민센터 방문복지팀 직원들에게 발견돼 목숨을 구했다. 양천구가 2015년 3월 제정된 ‘서울특별시 양천구 홀로 사는 노인 고독사 예방 및 지원 조례’(만 50세 이상 대상)로 실시한 전수조사 덕분에 심 씨는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왔던 것이다. 심 씨는 “주민센터의 도움으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됐고 다시 한 번 살아보자는 의지를 되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조례 따라 1인가구 전수조사… 1441세대 집중관리

독거노인 등 1인 가구 증가로 인해 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고독사’를 막기 위해 지자체별로 예방 조례를 제정하고 나서면서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독사란 아무도 모르게 홀로 죽어서 방치된 죽음을 말하는데 정부에서 고독사 의심 사망자를 무연고 사망자로 집계하면서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상황이다. 다만, 서울시복지재단이 지난해 2015년 무연고 사망자 중 고독사 의심 사망자 인원을 집계한 결과 서울에서만 하루에 6.4건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독거노인 등의 고독사가 증가하는 이유로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가족 형태의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핵가족화를 넘어 가족해체까지 빈번해지면서 자식과 떨어져 사는 홀몸노인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홀몸노인들이 가족과의 관계에서 멀어질수록 사회 전반에서 단절되기 쉽다는 것도 원인이다. 거동이 불편하고 소득도 마땅치 않고 주거환경도 열악하다보니 외부와의 교류가 적어질 수밖에 없고 이런 이유로 죽음까지도 홀로 맞게 된다는 것이다.
서울시복지재단 송인주 박사는 “고독사는 꾸준히 누군가와 연락하지 못하고 관계망이 끊어지거나 혼자 살면서 지병을 앓고 있는 노인들이 고위험군에 속한다”며 “홀몸노인들에 대한 안전망 확보와 제도적 지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자체에서는 지원의 근거가 되는 조례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현재 2014년 4월 전국에서 최초로 고독사 예방 조례를 제정한 종로구를 비롯해 가장 최근인 2월 6일 해당 조례를 통과시킨 부산 영도구까지 관련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60여곳에 달한다. 특히 이중 절반 가량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에 걸쳐 집중적으로 제정됐다.
지자체별로 제정한 조례를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다. 먼저 매년 고독사 예방 계획을 수립하고 현황조사를 통한 관리체계를 구축한 후 개인별 맞춤형서비스를 제공할 것을 명시했다. 구청장의 지휘 하에 고독사 방지 대책 마련토록 한 것이다.
또 정신보건 및 건강관리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고독사 예방 교육, 정기 방문 및 안부 확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이를 근거로 지자체에서는 보건소 및 민간단체와 협력을 맺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고독사 노인 발견 후 무연고사망 장례서비스 제공, 관내 장례식장, 응급의료기관, 소방서 및 경찰서 등 협력해 고독사 예방 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지난해 6월 조례를 제정한 서울 노원구는 ‘어르신 돌봄 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센터 내에 ‘아름다운 여정 지원팀’을 만들어 장례서비스를 지원하고, 관내 원자력병원, 을지병원, 백병원 3개 대학병원과 협의해 장례식장을 이용하도록 했다.
현재 서울 중구 등 관련 조례를 제정한 다른 지자체들도 조례를 근거로 가스·화재·활동감지기 및 응급호출 통신시설 등 설치하고 긴급의료비 지원, 호스피스 및 사후 장례서비스 제공 등의 관련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5년 5월 조례를 제정한 양천구의 경우는 반년 이상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해부터 적극적으로 고독사 예방 및 지원에 나섰다.
독거노인뿐만 아니라 50세 이상 고령자로 대상을 확대해 지난해 전국 최초로 1인 가구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만 50세 이상 1인 가구 2만5000여 세대와 공과금 체납가구 5000여 세대 등 총 3만여 세대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고독사 위기에 처한 심 씨를 구출하기도 했다.
또한 조사과정에서 발굴한 고독사 고위험군 1441세대에게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서울형기초보장, 긴급복지지원 등 공적지원과 함께 지역 내 민간자원 연계를 통한 후원 물품 등을 지급해 고독사 사각지대를 좁혀나가고 있다.
양천구 관계자는 “이번 겨울에도 에너지바우처(난방카드)를 지급하는 등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위험군을 발굴해 고독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직 조례를 지정하지 않은 서울 금천구, 충북 청주시 등도 관련 조례 제정을 검토 중이어서 앞으로 이를 시행하는 지자체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