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구제역 보은‧연천 이어 전국 확산 조짐… 구멍 뚫린 방역의식 개선해야
소 구제역 보은‧연천 이어 전국 확산 조짐… 구멍 뚫린 방역의식 개선해야
  • 배지영 기자
  • 승인 2017.02.10 14:30
  • 호수 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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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상 최악이라는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완전히 꼬리를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제역까지 비상이 걸리면서 국내 축산농가의 시름이 더욱 커져가고 있다.
현재 구제역 확산 조짐은 예사롭지 않은 상태다. 지난 2월 5일 충북 보은의 한 젖소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총 195마리의 소가 살처분된 데 이어 불과 사흘 만에 전북 정읍, 경기도 연천군에서도 같은 증세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보은과 연천은 직선거리만 따져도 130㎞가 훨씬 넘는 거리다. 통상 공기로 전파되는 구제역 바이러스의 확산 범위는 60㎞ 정도이다. 두 농장이 서로 바이러스를 옮기거나 한 게 아니라는 의미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두 농장의 소를 검사한 결과, 유전자형이 일치하지만 상호 연관성은 없다고 밝혔다. 중간에 다른 지역을 거쳐 왔을 수도 있는데 지금으로선 그 경로를 추측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검역본부의 설명이다. 이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국내에 유입된 지 상당시간이 흘러 전국에 퍼졌다고 의심되는 대목이다.
구제역은 소·돼지·양·염소·사슴처럼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서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급성 가축 전염병이다. 공기를 통해 호흡기로 감염되기 때문에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 잠복기는 1∼2주 정도이며 가축의 입술·잇몸·혀·코·유두·발굽 사이 등에 물집이 형성되고 보행 불편, 유량 감소, 식욕 저하 등의 증상을 앓거나 폐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0년 처음 발생한 이후 수년에 한 번씩 나타나고 있다. 2010년에는 초기 대응 미숙으로 소·돼지 348만 마리가 살처분돼 3조원의 피해를 본 바 있다.
이처럼 공기 전파력이 강한 가축 전염병은 초기 제압이 가장 중요하다. 지난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초기 방역에 실패하는 바람에 양계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의 재앙을 지금까지 겪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러한 악몽이 재연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물론 방역 당국도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 과거 뼈아픈 구제역 파동과 조류인플루엔자 늑장 대응 탓 때문인지 이번에는 신속히 대응하는 모습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재 가동 중인 AI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제역·AI본부로 통합하고 구제역 위기관리 단계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구제역 확진과 의심 신고가 들어온 충북과 전북도 내의 소·돼지 등 살아있는 모든 우제류 가축의 반출을 7일간 금지했다. 아울러 가축전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6일 오후 6시부터 8일 밤 12시까지 30시간 동안 전국에 걸쳐 사상 처음으로 일시 이동중지명령을 내렸으며, 전국의 소 314만 마리에 대해 백신 일제 접종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구제역이 순순히 물러날지 의문이다. 우선 백신을 접종하더라도 항체가 형성되려면 1~2주일의 시간이 필요한데 그 사이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하면 달리 손을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백신 접종을 꺼려하는 농가 때문에 효과도 의심스럽다. 당국은 95%의 항체 형성률을 보이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5~20%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일부 농가들이 송아지 기형이나 원유 생산 감소를 우려해 백신 접종을 꺼리는 탓에서다. 이에 따라 말로만 접종을 권할 게 아니라 기피 농가에 불이익을 주는 등의 강제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방역당국이 아무리 매뉴얼대로 초동대처에 신속히 나서더라도 축산농가의 협조 없이는 소용이 없다. 발병 지역 주변 도로에서 사람과 가축의 이동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출입 차량의 방역이 충실히 이뤄지게 하려면 농가의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어렵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방역의식으로는 안 된다. 당국과 농가가 합심해 구제역 퇴치에 총력전을 펴야 한다.
또한 예방접종을 강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비하다면 차제에 확실하게 손질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에도 방역에 실패하면 조류인플루엔자 사태의 타격에 이어 우리 축산업의 기반까지 흔들릴 수 있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꼴’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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