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천칼럼] 광복절!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심천칼럼] 광복절!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 정재수
  • 승인 2007.08.17 16: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초부터 이번 8·15를 즈음하여 남북 정상이 만날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었다. 정부와 여권 인사들의 방북, 대중국 방문활동 등 여러 면에서 극적인 발표가 있으리라는 징후가 감지됐다. 결국 광복절을 며칠 앞두고 8월 28일부터 평양에서 회담을 갖는다는 발표가 나왔다.

정상회담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바람직한 일이다. 기왕에 만나기로 했으니 좋은 결과가 있으면 한다. 다만 임기 후반이라는 점에서 몇 가지 생각해 볼 것이 있다. 이러한 주장을 의식한 듯 이번 8·15 경축사에서 무엇은 해달라고 하고 무엇은 안 된다고 하는데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했다. 또 역사의 순리가 현실이 될 수 있게 해보겠다는 말도 했다.

무리한 욕심을 부리지 않겠다고 한 것은 평가할만하다. 옳게 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지난 5년여 동안 북한과 은밀히 협상하며 줄다리기를 하고 냉·온탕을 오갔는지 헤아려 본 뒤의 결론일 것이다. 오래 공들여서 양 정상이 만났다면 생산적인 결과가 많을 것이고, 그것이 아니라면 결과는 명약관화하다.

우리 대통령은 5년 단임으로 임기를 마친다. 이번에 노 대통령이 욕심을 부리고, 그래서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어냈다고 믿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다음 대통령도 같은 길을 갈 수 있다. 역사적 사명감 때문에 회담에 임하는데도 퇴임을 앞두고 전시효과 욕심을 내는 것으로 오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임기 말이든 초반이든 남북 정상이 만나는 것 자체로 생산적이다. 그러나 국민의 정서는 상황에 따라 급변한다. 그래서 기왕이면 임기 초반에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임기가 끝날 때까지 회담에서 이룬 합의의 정신을 실천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 그래야 회담의 실효성과 정책의 연속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노대통령이 제시하는 남북 경제공동체의 경우 뭔가 합의가 이뤄지다면 정치적 성향이 다른 다음 대통령이 이를 실천하게 된다. 실효성과 영속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5년 임기 내내 냉랭하게 지내다가 막판에 만나 나눌 수 있는 얘기도 한계가 있다.

예순 두 번째 8·15를 넘기면서 해방 전 세대로서 이번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는 한 가지다. 북한 땅을 자유롭게 다녀본 적이 있는 경험을 다음 세대와 함께 했으면 하는 것이다. 광복절 이후세대는 북한이 우리나라 땅이라는 생각조차 못하고 일생을 살고 있다. 해방둥이가 벌써 63살이 됐다. 더 늦으면 남북이 한 나라였다는 기억도 잊혀질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