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노인 문제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와 노인 문제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2.17 13:59
  • 호수 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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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열린 제69회 칸영화제는 대상에 해당하는 ‘황금종려상’을 거장 켄 로치(81)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 수여했다. 이후 이 작품은 지난 12월 국내에서 개봉해 8만6000명을 동원하며 다양성 영화치곤 많은 관객을 모았다.
안타깝게도 당시 상영하는 극장이 많지 않아 보지 못했고 최근에야 영화를 접하게 됐다. 노인을 전면에 내세운 홍보포스터와 제목만 가지고는 어떤 영화인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간략히 설명하면 작품은 ‘나’라는 인간이자 평범한 독거노인인 ‘다니엘 블레이크’의 일상을 다루고 있었다. 작품 속에는 할리우드와 충무로산 작품처럼 미남, 미녀가 등장하지 않았다. 빼어난 영상미와 긴박한 편집, 긴장감을 조성하는 음악으로 무장한 영화들과도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와 국가를 넘어서 반드시 관람해야 할 영화 목록에 올려두고 싶다.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가 그만큼 강렬하기 때문이다.
베테랑 목수 다니엘은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내고 영국 뉴캐슬에서 홀로 살아간다. 자식도 없고 돌봐주는 사람도 없다. 꽤 오랜 시간을 혼자 지냈지만 괴팍해지지 않았다. 방황하는 이웃 청년에게 애정을 담아 잔소리를 하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정 많은 평범한 노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심장에 문제가 발생한다. 주치의는 다니엘에게 일을 쉬라 권고한다. 그는 이를 근거로 국가에 질병 수당을 신청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작품은 다니엘이 이를 해결하는 과정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담고 있다.
영화 속 영국은 복지체계가 잘 갖춰져 있다. 실직한 사람에겐 구직 수당을, 아픈 사람에게는 질병 수당을 지급해 갑자기 일을 못하더라도 국가가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하지만 다니엘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그 시스템 안으로 깊숙이 들어가자 실상은 달랐다. ‘컴퓨터만 빼고 다 잘하는’ 노인이 하기엔 절차가 복잡했다.

또 공무원들은 원칙만 따랐고 서류 준비에 뒤처지는 노인들은 그대로 방치됐다. 심지어 거칠게 항의를 하면 법에 따라 지원을 받지 못하게 제제를 가했다. 도움을 청하려 국가에 손을 뻗었지만 원칙과 절차를 강조하며 이를 묵살한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후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똑같이 노인들을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진국조차 노인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복지체계를 마련하지 않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갈수록 고령화는 심각해지고 있지만 대책 마련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세계가 나서서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를 품격 있고도 날카롭게 지적한 켄 로치 감독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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