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kg 세탁기, 3인용 밥솥이면 충분해요”
“6kg 세탁기, 3인용 밥솥이면 충분해요”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2.17 14:15
  • 호수 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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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시대… 변화하는 가전시장
▲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이 선호하는 소형가전시장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한 가전업체가 1인가구를 겨냥해 만든 소형가전제품을 홍보하는 모습.

작은 공간서 사는 1인가구의 특성… 공간 덜 차지하는 소형 인기
간편식 데워먹는 전자레인지, 부피 작은 직수형 정수기 등 각광

윤운선(64) 씨는 최근 부피만 차지하던 낡은 냉장고를 처분하고 소용량 냉장고를 구입했다. 10여년 전,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키우던 두 아들까지 모두 독립한 후 혼자 살게 된 그는 전기요금도 줄이고 공간도 넓게 쓰고 싶어 작은 냉장고를 택한 것이다. 또 자신이 쓰던 전자레인지를 아들에게 물려주는 대신 기존보다 작은 전자레인지를 선물 받았다. 윤 씨는 “조만간 세탁기도 6㎏짜리로 바꿀 예정”이라면서 점차적으로 집안 내 가전제품을 소형화 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독거노인 등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타겟으로 삼은 소형가전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1인 가구는 총 520만3000가구로 전체의 27.2%를 차지한다. 범위를 2인가구(26.1%)까지 늘리면 전체가구수의 절반 이상(53.3%)이 1인 또는 2인가구인 셈이다.
이로 인해 전자업계도 1인가구를 대상으로 한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1인가구의 주요 거처는 원룸 또는 오피스텔 등으로 다인가구가 주로 사는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이다. 소형 주택에 거주하기 때문에 공간효율성이 제품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데 가전제품도 이에 발맞춰 몸집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또 단순히 실용성만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인테리어 효과도 얻을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까지 가미하면서 1인가구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현재 소형가전시장은 동부대우전자, 대유위니아 등 중견 가전업체가 주도하고 있다. 특히 동부대우전자의 경우 내수 매출 가운데 1인가구를 겨냥한 소형가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5%에 달한다.
동부대우전자는 ‘15리터 전자레인지’를 필두로 ‘미니 벽걸이 드럼세탁기’, ‘6kg 전자동세탁기’, ‘소형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등을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하고 있다. 가격대도 비교적 낮은 편인데 15리터 전자레인지는 7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고령자를 위한 배려도 돋보인다. 동부대우전자의 ‘경사드럼 세탁기’는 기존 제품 대비 세탁조를 10도 기울이고 11.5도 높게 설치했다.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세탁물을 넣거나 꺼낼 때 허리와 무릎의 피로도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세탁기 상부에 자동 세제 투입장치를 설치해 한 번 세제를 넣으면 평균 20회 세탁이 가능한 기능을 갖췄다.
또 다목적 김치냉장고는 102리터로 소형일 뿐만 아니라 기존 대용량 김치냉장고 대비 4분의 1 크기로 공간효율성이 뛰어나며 허리를 숙이지 않고 김치를 넣고 꺼낼 수 있도록 해 역시 고령자의 편의성을 고려했다.
대유위니아 또한 소형가전 제품을 활발히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소형 냉장고와 20리터 용량의 전자레인지이다. 이 중 118리터 용량의 소형 냉장고는 1인가구 증가세에 힘입어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대비 290% 늘기도 했다.
부피가 작은 직수형 정수기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구조가 단순해 방문 수리기사의 도움 없이도 사용자가 스스로 필터를 교체할 수 있어 유지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이로 인해 코웨이가 선보인 ‘한 뼘 정수기’는 폭 18cm로 소형 가전 유행을 이끌었으며 청호나이스의 커피머신 겸용 정수기 ‘휘카페 티니’는 한 달에 수천대 이상 팔리며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프리미엄 시장에 집중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혼자 사는 노인을 겨냥한 청소기를 통해 소형가전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스스로 청소를 하러 돌아다니는 로봇청소기나 가벼운 무선 스틱 청소기를 효도 상품으로 내세운다. 삼성전자 로봇청소기 ‘파워봇’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나 리모콘으로 원하는 곳을 가리켜 청소를 시킬 수 있다. LG전자 ‘코드제로 핸드스틱 터보 2.0’은 흡입구 바로 뒤에 물걸레 키트가 있어 따로 물걸레질을 할 필요가 없다.
1인가구가 점차 증가함에 따라 가격 거품은 줄이고 세련된 디자인을 가미한 소형가전제품의 출시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소형가전시장은 아직 중저가 제품 중심이라 이익은 크게 남지 않지만, 수요가 워낙 많고 성장 가능성이 커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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