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하는 동안 노인은 늙지 않고 조금씩 익어간다”
“봉사하는 동안 노인은 늙지 않고 조금씩 익어간다”
  • 이순열 제주 서귀포시지회
  • 승인 2017.02.17 14:15
  • 호수 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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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자원봉사 수기 우수상 작품
▲ 제주 서귀포시지회 ‘새서귀자원봉사클럽’ 회원들이 거리 청소를 하고 있다.

제주 서귀포시지회 ‘새서귀자원봉사클럽’

지난해 10월, 태풍‘차바’가 온 섬을 강타해 큰 피해를 입었다. 부러진 가로수, 낙엽 등으로 거리가 어수선 했다. 낙엽이 배수구를 막아 도로가 물바다가 됐다. 제주 서귀포시지회‘새서귀노인자원봉사클럽’회원들은 시청에 지원을 요청해 공무원들과 함께 학교 주변을 깨끗이 청소했다. 일을 마치고 귀가하면서 1970년대 새마을운동이 떠올랐다. 우리가 해냈다는 사실에 가슴 뿌듯하고 자랑스럽기조차 했다.
나는 30여년 우체국, 한국통신 등에서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60대 초반에 퇴임했다. 그리고 마을회장, 신시가지발전협의회장, 새마을회장 등 7,8개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해왔다. 그러던 중 2012년 9월, 대한노인회 강창익 제주 서귀포시지회장의 소개로 노인자원봉사클럽을 만들어 봉사하게 됐다. 새서귀는 새서귀포의 줄인 말로 구서귀포와 대비되는 지명이다. 약 4000명의 주민이 거주한다. 새서귀경로당은 노인회원이 140명이다.
새서귀는 아름다운 동네이다. 앞에는 삼매봉, 월드컵 경기장과 함께 서귀포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범섬이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고 서귀포가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고근산 오름이 있다. 그런 자연 속에서 나는 행복한 노년을 살고 있다.
우리 클럽의 23명 회원 중 3분의 1이 부부이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첫모임을 열고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했다. 환경 가꾸기, 요양원 봉사, 교통질서 지키기, 국기달기 캠페인, 어린이 청소년 대상 성범죄 추방운동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온 가운데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 나가기로 했다.
매주 첫째 주와 셋째 주 수요일을 환경가꾸기의 날로, 둘째 주, 넷째 주 목요일은 교통질서 지키기 캠페인 전개의 날로 정했다. 도로변, 공한지 등의 청소활동을 4개조로 나누어 실시하고, 크린하우스(쓰레기 적치장) 주변에 무질서하게 배출된 쓰레기를 정리 정돈해 관광객이나 시민들이 불쾌감을 갖지 않도록 했다. 주민들로 하여금 쓰레기 투척에도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중학교 입구 횡단보도에서 무단횡단 안하기, 학교 앞 차량과속 안하기 등 교통질서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사고예방에 만전을 기해 나가고 있다. 오전, 오후반으로 조를 편성해 학생들의 안전한 등하교를 지도하기도 한다.
시민들이 우리들에게 “어르신 수고 하십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며 지나갈 때는 정말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도로변에서 담배를 피우는 젊은이들이 우리가 담배꽁초를 주울 때 담배를 뒤로 감추며 “수고 하십니다”라고 인사하는 순간에는 우리가 금연홍보 요원이 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매년 광복절에는 전회원이 ‘나라사랑 국기달기 운동’을 펼친다. 거리를 행진하면서 승용차, 영업용 택시에 소형태극기를 부착해주고, 국기를 게양하지 않은 가구에는 국기게양을 계도하고, 국기가 없는 가정에는 국기를 나눠준다.
언젠가 광복절이 지나고 이틀 되던 날 포도상자 두 개가 경로당으로 배달됐다. 주변 가게에서 태극기를 달아줘 감사한 마음으로 보냈다고 한다. 경로당 회원이 기쁜 마음으로 나눠 먹은 기억이 난다.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노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재미있게 놀민 되지 거리 돌아 다지멍 무신 주책이라”(경로당에서 편히 재미있게 놀면 되지 거리 돌아다니면서 무슨 주책이라)하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나는 “형님아, 누님아, 동생아, 방에 앉장 놀민(방에 앉아서 놀고만 있으면)치매 걸립니다”라고 농담 삼아 대답해주곤 한다.
건강수명도 늘리고 베풂과 나눔을 통해 봉사의 보람을 느끼는 것이야 말로 아름다운 노년을 살아가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자원봉사를 통해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곱게 조금씩 익어가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봉사는 참으로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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