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 이용자 4명 중 1명, 미등록 업체 이용
‘대부’ 이용자 4명 중 1명, 미등록 업체 이용
  • 최은진 기자
  • 승인 2017.02.17 14:17
  • 호수 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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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구원 ‘불법 사금융 실태’ 보고서

이용자 대부분 “불법 사금융 업체 여부 고려 하지 않아”
불법업체 처벌 벌금형에 그쳐…피해자 보호도 개선 필요

대부업체 이용자 4명 중 1명은 ‘미등록 업체’를 이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금융협회조사에 따르면 2012~2014년 대부업 이용자의 약 28%가 미등록 업체를 이용해 왔고, 이들 3명 중 1명은 법정이자율을 초과한 금리를 지급한 것이 확인됐다.
서울연구원 시민경제연구실 윤형호·이지연 연구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시의 불법 사금융 피해실태와 개선방안’이라는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불법 사금융은 대부업법과 추심법을 위반하는 사금융을 가리키며 미등록 대부업체가 대표적이다. 미등록 대부업체는 정부의 관리·감독 체계에서 벗어나 활동하기 때문에 채무자들이 불이익을 당하기 쉽고 법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보고서는 “대부업체 이용자 10명 중 9명은 돈을 빌려주는 곳이 등록된 업체인지 아닌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불법 사금융의 위험성에 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등록 대부업자의 대부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하지만 이용자의 경우 영업중인 대부업체가 불법으로 운영되는 미등록 업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미등록 업체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출이 신속하고 절차가 간편하기 때문에 거래하기도 한다.
대부업 이용자들은 불법 여부보다는 대출 가능성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실제로 은행이나 등록 대부업체의 대출 조건은 까다롭다. 국세청 확인소득, 신용카드 실적, 직업 등 신용평가 요인에서 불리한 사람들은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 받기가 어렵다. 또한 이미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아 더 빌릴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에 비해 미등록 대부업체는 채무자의 객관적인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빌려주는 경우가 많다. 돈이 급한 이용자들이 불법 사금융의 늪에 쉽게 빠지는 이유다.
미등록 대부업체 성행과 더불어 불법 사금융의 쌍두마차는 고금리다. 법정 최고이자율(현재 27.9%)을 상회하는 이자율은 가히 살인적이다.
충남 서산의 40대 A씨는 불법 대부업자로부터 500만원을 대출받았다. 속칭 ‘일수’라는 형태로 5일에 30만원씩 100일동안 600만원을 갚기로 했다. A씨는 500만원 대출금과 이자 100만원을 포함해 600만원을 갚는 것이므로 2부(월 2%, 연 24%)보다도 싼 것이라고 잘못 생각했다.
그러나 해당 채무의 실질 이자율은 20%가 아니라 균등 상환 방식 등을 감안하면 연 131.6%였다. 100일이라는 단기간에 600만원을 갚지 못한 A씨는 이 돈을 메우기 위해 추가 고금리 사채를 계속 쓰는 고리대금업의 늪에 빠졌다. 만 3년 후, A씨는 원금 8000만원을 갚으라는 협박을 피해 도망 다니는 처지가 됐고, 불법 대부업자는 A씨를 사기죄로 고소했다.
이 보고서를 낸 윤형호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 번 빌리면 악순환에 빠지는 고리대금 피해자들을 위해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현재 불법 사금융 단속과 처벌에 있어 이용자들이 입은 피해 금액이나 변제액, 가해자를 특정하기가 어렵고 이에 따라 불법대부업체들의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없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특히, 벌금부과 한도가 5000만원으로 제한돼 있는 것이 불법 사금융업체들의 영업행위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업체들이 버는 부당 이익금이 벌금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경우 불법 사금융업자들이 운영상 부당하게 얻은 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벌금으로 부과한다. 또한 벌금형과 징역형을 병과한다. 불법 사금융의 폐해가 횡행하는 만큼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볼 필요가 있다.
이외에도 불법 사금융에 이용되는 계좌·대포폰 정지 및 수사 확대와 불법 대부행위 전반으로 얻은 부당이익을 몰수하는 제도와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
윤형호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경찰·금감원·법률구조공단·대부금융협회 등 채무자를 돕는 기관이나 단체가 있지만 따로 움직인다”며 “보호시스템을 통합해 교육·상담에서 형사 고소까지 원스톱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위원은 또 “시민들의 피해 방지를 위해 무등록 대부업체를 이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특별사법경찰의 활동 범위를 확대해 관련자 데이터베이스 및 지속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불법 사금융 근절 대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최은진 기자 cej@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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