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 영화‧드라마를 넘어 무대로
시간여행, 영화‧드라마를 넘어 무대로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2.17 14:23
  • 호수 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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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툇마루가 있는 집’

중년의 주인공이 1980년대의 아픔과 화해하는 이야기 담아

지난해 tvN 드라마 ‘시그널’이 큰 히트를 기록하면서 영화계에서 비롯된 ‘시간여행’ 바람이 안방극장에 거세게 불어 닥쳤다. 현재 방영중인 SBS ‘사임당’을 비롯해 tvN ‘내일 그대와’, 3월 방송 예정인 OCN ‘터널’ 등이 시간을 넘나드는 이야기로 시청자를 공략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여행 열풍은 최근 대학로 연극 무대로 옮겨 붙고 있다. 근현대사의 격동기였던 1980년대를 다룬 ‘툇마루가 있는 집’이 지난 2월 10일 막을 올린 것이다.
2월 26일까지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진행되는 ‘툇마루가 있는 집’은 혼란스러웠던 시대에 청장년기를 보낸 세대에게 격려와 위로를 보내는 작품이다. 연출가 김승철의 자전적 이야기를 각색해 만든 이 작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는 ‘2016 창작산실’에서 희곡 우수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품은 중년 남성 ‘진구’가 아내와 함께 20년 만에 고향 집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재개발을 앞두고 헐리게 될 고향 집은 옛 모습 그대로다. 한옥을 개량해 만든 고즈넉한 집에는 툇마루와 작은 연못이 있다. 진구가 낮잠을 자곤 했던 볕이 드는 툇마루도 그대로였다.
아내가 죽은 형을 위해 꽃을 사러 간 사이 진구에게 믿기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방문을 벌컥 열고 자신을 반긴 것. 이어 고무대야를 머리에 인 그의 어머니가 등장하고, 건넛방에 세를 살던 버스안내원 ‘찬숙’이 출근길에 오른다. 이때 갓 스물이 된 청년 진구가 술에 덜 깬 얼굴로 방문을 나서고 중년의 진구와 마주친다. 30년 전 자신의 과거가 중년의 진구의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이후 중년의 진구는 시간여행을 통해 청년 진구, 유년기 진구를 만나러 과거로 갔다가 다시 역순으로 현재로 돌아온다. 이 과정을 통해 진구의 가슴 아픈 가정사와 주변 인물들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어린 시절 진구는 늘 마음이 편치 않았다. 군인 출신 아버지는 술로 세월을 보냈고, 어머니는 그런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기 일쑤였다. 할머니는 아들을 대신해 김밥을 팔아 가계를 이끌지만 집안의 희망이었던 형이 1979년 신군부 퇴진을 요구하며 독재정권에 맞서다 목숨을 잃으며 가세는 더욱 기운다.
결국 이들이 위로를 받는 공간은 현대사회에서 느낄 수 없는 정(情)의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인 ‘툇마루 집’이었다. 저마다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툇마루 집’ 사람들은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위로하며 아픔을 나눴던 것이다. 작품은 이처럼 1970~1980년대 격동의 시기를 살아온 민초들의 힘겨운 삶을 통해 시대적 애환과 아픔을 담고 있다.
80년대 가옥을 갖다놓은 듯한 사실적이고 섬세한 무대와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는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중년의 ‘진구’ 역에 배우 이대연과 장용철이 출연한다. 이밖에 강애심, 이경성, 김성일, 김현중, 구선화, 박시내, 송현섭, 김보라 등이 무대에 오른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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