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해도 ‘사전제작’은 계속돼야 한다
실패해도 ‘사전제작’은 계속돼야 한다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2.24 14:33
  • 호수 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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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화랑’의 이야기를 전면에 다루고 신인 남녀배우를 대거 출연시켜 주목받았던 KBS 드라마 ‘화랑’이 2월 21일 종영했다. 방영 내내 완성도 논란에 휩싸였고 끝내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쓸쓸하게 막을 내렸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사전제작’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사전제작은 방영 전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제작을 거의 완료하는 시스템으로, 일명 ‘쪽대본’이 난무하는 국내 열악한 드라마제작 현장에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200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이런 의견이 탄력을 받았고 한두 작품씩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초의 100% 사전제작 드라마인 MBC ‘내 인생의 스페셜’(2006)을 비롯해서 SBS ‘비천무’(2008), MBC ‘로드넘버원’(2010) 등이 차례로 안방극장을 찾았지만, 10% 안팎의 시청률에 그치며 실패의 고배를 마셨다.
이후 한동안 사전제작 드라마 제작은 침체됐다. 그러다 지난해 드디어 ‘대박’이 터졌다. KBS ‘태양의 후예’가 3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다시금 제작의 불을 지핀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전제작의 승승장구는 현재까지 ‘태양의 후예’가 마지막이다. ‘제2의 태양의 후예’ 신드롬을 노리고 사전제작됐던 KBS ‘함부로 애틋하게’, SBS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tvN ‘신데렐라와 네 명의 기사’, tvN ‘안투라지’ 등이 내세울만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최근에도 ‘화랑’ 뿐만 아니라 이영애의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SBS ‘사임당 빛의 일기’마저도 첫화 방영 이후 시청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사전제작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기존 방식은 방영 과정에서 시청자의 반응을 확인하고 이를 즉각 제작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에 시청률을 잡을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사전제작을 하면 이런 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힘들다는 의견이다. 어느 정도는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 의견대로라면 같은 방식으로 수십년간 제작된 미국드라마들이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문제는 연출자를 비롯한 제작진들이 예전 방식으로 드라마에 접근하는 것이다. 실패한 드라마들은 방영 전에 미리 만들어 놓기만 했지 이전 드라마들과 큰 차이가 없다. 즉, 한 컷 한 컷 공을 들여 찍었다는 느낌도 들지 않고 충분한 제작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야기 곳곳이 허술했다. 더군다나 ‘화랑’, ‘함부로 애틋하게’ 등은 주연배우의 연기력도 형편없었다.
사전제작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이를 사수하기 위한 제작진들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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