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자꾸 화나게 만드는 국민연금
국민을 자꾸 화나게 만드는 국민연금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3.03 12:41
  • 호수 5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삼성은 8600억원 수익, 국민연금은 1400억원 손실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불신‧불만이 쌓인다.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그렇다. 그런데 원칙을 지킨다고 불신과 불만이 생기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원칙에 한해 믿고 만족한다.
국민연금은 안타깝게도 국민의 불신만 불러오고 있다. 어차피 노인세대에겐 껌 값에 불과해 연금노릇을 크게 기대하지 않았지만 지켜볼수록 부아가 치민다. 처음부터 비합리적‧비상식적으로 만들어졌고 운영 과정에서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무책임하게 관리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말 그대로 국민이 마지막으로 기대는 노후 생활자금이다. 그런데 군인과 공무원, 교사 등은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위에 올라서 있다. 샐러리맨들이 20년 이상 꼬박꼬박 연금을 붓고도 매달 받는 연금 수령액은 100만원 내외다. 그런데 공무원 등은 같은 기간에 수령액은 3~4배에 이른다. 그렇게 퍼주다 보니 군인연금은 재원이 부족해 국민혈세를 가져다 쓰고 있다. 문명국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부조리이다. 국민에 대한 기만이자 겁탈이다.
국민연금은 국민을 속였다. 1988년 설립 초기에는 월급의 3%만 내면 나중에 월급의 70%를 받을 수 있다고 선전했지만 30여년이 흐른 지금은 월급의 9%를 내는데도 월급의 40%밖에 받지 못한다. 당연히 군인연금이나 사학연금은 여기서 예외이다.
젊은 세대는 국민연금을 노후 생활자금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2060년에 고갈된다는 국민연금을 노후에 정상적으로 수령할 수 있다고 기대하는 젊은이는 거의 없다. 젊은이들은 매달 월급에서 떼어지는 연금 납부를 ‘강제기부’로 여긴다. 정부가 보편적복지란 명분을 내세워 합법적으로 돈을 떼간다고 보는 것이다. 연금을 받고 있는 노인들 역시 국민연금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노인 대부분이 받는 수령액이 기초연금 보다 적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굳어져 있는 가운데 속 터질 일이 벌어지고 있다. 물론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특검은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다른 대주주들이 최소 8549억원 상당의 재산상 수익을 챙겼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연금공단은 합병을 찬성한 대가로 1388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집계했다.
더욱 가관인 건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사를 가면서 상상할 수 없는 특혜를 받도록 한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는 “현재 시장 평균 수준인 기금운용직의 보수를 시장 상위 25% 수준까지 인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급여수준이 가장 낮은 직급은 실장급(지난해 기준 총보수가 1억7800만원)으로 시장 상위 25% 수준의 59%를 받고 있다. 시장 상위 25% 수준 대비 팀장급의 총보수는 82.8%(1억3700만원), 선임급은 82.7%(1억2500만원), 책임급은 87.8%(1억원)이다. 이들에게 성과급이라고 할 수 있는 직무급을 더 얹어준다는 말이다. 거기에다 가족들을 위해 신청자(256명)에게 숙소 및 전세자금 대출을 지원하고 직장어린이집에 희망하는 직원자녀 전원이 들어갈 수 있게 해주기로 했다.
지난해 국민연금 운용수익률은 4.75%이다. 선진국의 절반 수치이다. 미국은 10%대, 캐나다는 8%대이다. 노르웨이와 덴마크의 연금수익률도 우리보다 높다. 그런 수익률을 내는 이들에게 더 많은 보수와 특혜를 준다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불신‧불만이 쌓이면 증오‧분노가 되고 어느 순간 임계점에 다다르면 터지게 마련이다. 정부 정책을 펴는데 최우선 순위는 국민의 불만‧불신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정치의 목적이기도 하다. 국민의 분노가 어느 순간 폭발하지 않도록 정부는 국민연금과 군인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과의 형평성을 맞추고 운용의 독립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