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독인가 약인가?
술, 독인가 약인가?
  • 김종성 충남의대 가정의학과 교수
  • 승인 2017.03.03 12:45
  • 호수 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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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2>

술 마시는 것보다 술자리가 좋다는 사람들이 많다. 술자리에 있다 보면 어색했던 사람들도 금새 형‧동생이 되고 어려웠던 이야기도 술술 풀린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한국사회에서 술을 마시지 않고 사회생활 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정작 힘든 일은 술은 마시되 과음하지 않는 것, 적당히 마실 줄 아는 절제일 것이다. 어떻게 마시느냐에 따라 때론 독이 될 수도, 때론 약이 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술이기 때문이다.
알코올중독 환자들을 만나면 종종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술에 의지해 세월을 보내는 그들 중 대부분은 독한 사람이기보다 마음 여린 사람들이었다. 충남 태안에 사는 30대 초반의 김진로(가명) 씨는 술만 마시지 않으면 목소리 한 번 높이지 않는 착한 아들이었다. 20대부터 일주일에 5~6일씩 술을 마시던 것이 10여년, 30대 중반이 되면서 밥은 먹지 않고 술만 마실 만큼 심각한 알코올중독 상태가 됐다.
알코올을 중단하면 환각과 간질증상이 나타났고 가족마저 알아보지 못할 만큼 상태가 악화되자 가족들은 그를 병동 격리실에 입원시켰다. 위험한 고비를 넘긴 것도 몇 차례, 하지만 김진로 씨는 여전히 술을 끊지 못했고 지난 2년간 여덟 번이나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야 했다.
그러다가 알코올성 간염 증상에서 간경변증으로 병이 깊어지면서 복수가 차더니 결국 간성혼수 증상까지 나타났다. 의료진도, 가족들도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김씨는 생사의 기로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났고, 이후 조금씩 몸 상태가 호전되기 시작했다.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것 때문일까? 그날 이후 김씨는 술을 끊고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착하고 성실한 아들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한 번 손상된 간은 그를 끊임없이 괴롭혔다. 결국 간경변 치료를 받던 중 30대 중반의 나이에 그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꼭 알코올중독이 아니더라도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소와는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인다. 특히 술에 대한 자제력을 잃기 쉬워 적당히 마시겠다는 애초의 생각은 깨끗이 잊어버린 채 술이 술을 부르며 과음을 하고 만다. 그 이유는 술이 몸에 들어와 우리의 이성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이다. ‘술김에’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은 대부분 술이 뇌의 이성기능을 억제하면서 불러온 ‘화’라 할 수 있다.
술이 우리 몸속에 들어와 만들어진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우리 몸에서 자가면역반응과 산화반응을 유발해 간세포를 손상시키고 각종 질병들을 야기한다. 때문에 과음은 간경변증뿐 아니라 부정맥,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을 유발하며 당뇨병, 대사증후군, 고지혈증, 췌장염, 치매, 각종 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질병을 일으켜 사망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하지만 술이 우리 몸에 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분명 술이 약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와인 1~2잔 정도를 꾸준히 마시는 것은 술을 마시지 않는 경우보다 사망 위험을 감소시키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증 같은 허혈성 관상동맥질환을 예방하기도 한다.
미국 국립음주대책기구에서는 성인남성의 적당한 음주량을 일주일에 14잔 이하로 설정했으며, 성인여성과 노인남성은 7잔 이하, 노인여성은 3잔 이하로 설정했다. 여기서 1잔은 알코올14g으로 맥주 한 캔, 와인 한 잔, 소주는 1/4병, 막걸리는 한 사발에 해당하는 양이다. 한국인은 미국인에 비해 덩치가 작아 일주일에 8잔, 즉 소주 2병이 기준이 된다.
일주일에 소주 2병을 넘지 않게 마셔야 한다고 하루 저녁에 몰아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양이라도 하루 2잔씩 7일간 매일 술을 나눠 마시는 사람에게는 술이 약이 될 수 있지만 이처럼 하루에 몰아 마시는 사람에게 술은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술,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술을 마신 다음날 숙취로 고통스러웠던 기억을 떠올리며 부디 독이 되는 음주습관은 과감히 버리길 바란다.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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