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삽화 대가의 작품에 큰 감동
프랑스 삽화 대가의 작품에 큰 감동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3.03 13:03
  • 호수 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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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쟁기념관 ‘헤몽 페네의 Amor:사랑’ 전

마치 동화속에 들어간 듯… 심신 위로받은 느낌

지난 2월 24일, 서울 용산전쟁기념관 디 아트 갤러리를 들어섰을 때 한 편의 동화책을 펼친 기분이었다. 전시장 곳곳을 메운 작품들은 대부분 사랑의 밀담을 나누는 연인이 묘사돼 있었다. 유독 부부‧연인 등 커플 관람객이 많았다. 새를 타고 하늘을 날거나 은하수를 건너는 환상 속 연인을 보면서 커플 관람객들은 미소를 지었다. 헤몽 페네(1908~1999)의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한 일러스트(삽화)에 감명 받은 커플 관람객들은 오랜 시간 전시장에 머물렀다.
프랑스 최고의 일러스트화가 헤몽 페네의 작품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는 전시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오는 3월 31일까지 용산전쟁기념관 디 아트 갤러리에서 진행되는 ‘헤몽페네의 Amor: 사랑’ 전에서는 석판화 작품 50여점과 1950년대에 주로 제작된 약 100여점의 일러스트 작품을 소개한다.
파리 출생인 페네는 2차대전 중 한 신문사에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시대 분위기상 인간의 본성을 통렬하게 풍자하는 만화가 유행했는데 그는 이런 풍토 속에서 연인들의 세계를 밝고 포근하게 그려냈다. 전쟁에 지친 사람들의 심신을 다른 방향으로 위로한 것이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우표에 사용될 만큼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서는 덜 유명하지만 유럽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그의 작품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페네 재단’을 설립해 페네에게 미술관을 건립해주기도 했다.
페네는 일생동안 젊은 시인과 그 연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을 선보였다. 연인의 심장에 날개가 돋아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등 그의 손에서 탄생한 동화처럼 초현실적인 사랑의 세계는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시에서는 이런 그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들을 공개한다. 맨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독특한 작품명이다. 작품 속 주인공이 시인이어서인지 제목들은 하나같이 운치가 있다. ‘처음으로 일기예보가 틀리지 않았다’, ‘늦어서 미안해요. 당신의 꿈속으로 달려오던 중 은하수에서 그만 길이 막혔어요’, ‘나의 집이 비록 좁지만, 다른이의 큰 집보다 훨씬 낫지요. 여보, 그렇지 않아요?’ 등 통통 튀는 제목들은 작품만큼이나 눈길을 사로잡는다.
전시는 전체적으로 한편의 동화책을 읽는 듯한 구성이 돋보인다. 가난한 시인이 사랑하는 연인에게 구애를 하고, 오랜 연애 끝에 결혼을 해 남부럽지 않게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를 들려주는 것 같다.
그래서 더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비록 꿰맨 양말을 신고 후줄근한 바지를 입었지만 해맑은 영혼을 가진 작품 속 시인의 모습은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삶이 녹록지 않지만 낭만을 잊지 않고 중절모를 쓴 시인처럼 관람객들도 마음속 깊은 곳에 따뜻함을 품게 된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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