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봄은 힘이 세다
층층 계단마다
밀고 올라가는 저 힘,
힘껏 끌어주는 햇살 고마워
새싹도 신이 나서 쑥쑥!
주선화(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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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저리 눈부신 걸 보니 그래 봄이구나! 층층 계단마다 한 발 한 발 오르내리며 겨우내 칼바람과 싸우느라 지친 잎들 골고루 눈 맞춰주고, 어루만져주고, 기운 내라고 손잡아 준다. 비록 손바닥만한 한 삽의 흙이지만 어린 새싹 다시 한 뼘씩 키 올리기엔 충분하다. 스프링처럼 튕겨 오르는 봄기운이, 햇살이 화분에 가득 넘친다. 죽은 듯이 멈추었던 피돌기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약동하는 건 어린 새싹만이 아닐 것이다. 고목에도 꽃이 피고, 말랐던 도랑에도 다시 물이 흐르고, 새들이 다시 집을 짓기 시작할 것이다. 봄비가 오고 우후죽순처럼 일제히 꽃들이 필 것이다. 봄이니까, 꽃이 피어서 봄이니까, 봄은 힘이 세니까. 동장군도 물리치고 칼바람도 막아내고 꽃 덤불도 만들고, 환장할 봄! 맞으러 가자.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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