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종 심기
모종 심기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7.03.17 13:29
  • 호수 5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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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모종 심기

봄 햇살 솔솔 뿌린 땅
맨발로 걸어도 좋은 살진 땅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
둘이어서 꽃 피고 열매 맺는다

제정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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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햇살이 거실 안으로 가득 차서 어딘가로 떠나기 좋은 날이구나 생각하고 있는데 시인의 전화를 받았다. ‘봄볕이 너무 좋아 선생님 생각이 나서... 방금 더덕 모종 심고 왔어요.’ 시인의 목소리에서 어린 더덕향이 물씬 전해와 금세 내 주변은 따뜻하기 그지없는 향긋한 봄물로 가득 차올랐다. 봄 햇살 가득 받아 살이 통통하게 오른 땅에서 어린 모종은 잘 자라 꽃 피우고 열매 맺겠지. ‘씨앗이건 나무건 꽃이건 하나만 심으면 잘 못 자라요. 두 개를 함께 심어줘야 해요.’ 시인이 내게 전해 준 그 한 마디로 평생을 살아오면서도 깨닫지 못한 외로움의 깊이를 알 것 같았다. 세상 목숨 가진 그 무엇이건 혼자서는 살 수 없다는 그 간단한 진리를 나는 여태 모르고 살았다. 온통 환한 이 봄날에 외로운 사람 곁으로 다가가자, 봄 햇살처럼.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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