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노인전문교육원 시대의 개막
무주 노인전문교육원 시대의 개막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3.17 13:29
  • 호수 5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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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3월 21일, 노인전문교육원이 문을 연다. 역사적인 일이다. 오랫 동안 기다려온 만큼 전야제도 성대하게 치르고 전직 대통령, 국무총리 등이 특강을 하며 많은 이들이 축하와 격려를 해올 것이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노인 스스로 교육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노인 스스로의 힘으로 국내 최초의 교육장을 마련했다는 사실이…. 지금 이 순간 가장 크게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는 이는 이 심 대한노인회 회장일 것이다.
성취감을 만끽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 심 회장은 교육원 건립을 노인 회장 선거공약 중 하나로 내세운 이래 하루도 빼놓지 않고 그 약속을 실현하는 일에 매달렸다. 어디를 가나 “부양 받는 노인에서 사회를 책임지는 노인이 되기 위해선 노인사회가 변해야 하고, 노인사회가 변하려면 경로당 회장들의 의식변화 교육이 필수적이며, 그러한 교육을 위해 노인교육원이 하루속히 세워져야 한다”고 말했다.
발 빠르게 정부와 국회를 찾아다니며 교육원 설립의 필요성을 이해시킨 끝에 2년 전, 충주의 국유지를 교육원 부지로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 이중근 대한노인회 부회장(부영그룹 회장)이 선뜻 거액의 건축비를 대겠다고 나서 교육원 건립의 꿈은 금방이라도 실현되는 듯했다. 복지부, 지자체, 대한노인회가 순조로운 교육원 설립을 목적으로 업무 협약식도 가졌다. 대한노인회 이사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건물 설계도도 완성됐다.
그러나 여러 사정으로 충주 건은 더 이상 진척이 되지 않았다. 이 심 회장은 초조했다. 하나님은 뜻 있는 자에게 길을 열어주신다고 했던가. 충주의 교육원이 완공되기까지 우선 사용할 교육원을 짓자는 얘기가 나왔다. 이번에도 이중근 부회장의 통 큰 기부가 있었다. 이중근 부회장은 “기업인으로서 노인사회 발전을 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돕겠다”며 사비 100억원을 쾌척했다. 그리하여 무주리조트 내 설천호수 옆에 지금의 노인전문교육원을 착공하게 됐다. 이중근 부회장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의미에서 이 부회장의 호를 따 교육원 이름을 ‘우정연수원’이라고 붙였다.
더 이상의 장애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마저도 순조롭지 않았다. 인건비, 운영비, 장비 집기 구입 등에 따로 23억원이 더 필요했다. 나올 길은 막막했다. 다급해진 이 심 회장은 국회로 뛰어갔다. 연말이라 국회가 문을 닫기 직전이었다.
오전에 지방 행사를 마치고 상경해 쉴 틈도 없었다. 이정현‧추미애‧박지원‧심상정 등 여야 대표들을 차례로 만나 내년 예산안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청했다. 그 자리에서 정치인들은 다들 협조하겠다고 대답했다. 등에 진땀이 흘렀지만 마음은 놓였다. 그러나 말 뿐이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신규사업에 대한 예산 증액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 지원이 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결국 대한노인회 중앙회 임직원들이 노인교육원 업무를 겸직하며 인건비를 줄이는 식으로 필요한 예산을 대체했다. 우여곡절 끝에 개원식을 맞는 이 심 회장의 마음이 얼마나 기쁨으로 충만하고 행복할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여기까지 오는데 공짜는 없었다. 따라서 교육을 받아야겠다는 진정한 열의와 뜨거운 열정이 있어야 한다. 건성으로 교육시간을 때우는 거라면 곤란하다. 지자체에서 교육비를 지원한다니까 한번 가보자는 심사로 교육장에 오는 거라면 더 더욱 곤란하다.
앞으로 노인전문교육원에서 매일 200여명의 경로당 회장들이 교육을 받는다. 다양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 한 예로 ‘경로당 임원의 역할과 자세’, ‘명사와 함께하는 인문학’ 등의 교육은 노인들에게 사회활동을 지속하게 해 국가적으로 큰 이익이 될 것이다.
노인들은 교육을 통해 의식의 변화를 일으켜 지역과 사회에서 쓸모 있는 존재로 거듭나야 한다. 그리하여 세대‧빈부‧이념의 갈등으로 분열되고 고통 받는 이 나라를 새롭게 만드는데 중심 역할을 해야 한다. 과거 국민소득 80달러의 가난한 대한민국을 맨손으로 일궈내 오늘날 수출규모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으로 만든 위대한 노인들이 다시 한 번 나라의 중심을 바로 잡아주어야 할 때이다. 미래의 희망이 노인교육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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