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을 알자” 서점가 헌법 풀어쓴 책 구매 급증
“헌법을 알자” 서점가 헌법 풀어쓴 책 구매 급증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3.17 14:01
  • 호수 56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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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헌법 서적들

헌법의 귀환 고교생 대상 강의록 엮어… 헌법 관련 궁금증 쉽고 재밌게 설명
헌법은 살아있다 국민의 저항권 언제부터, 왜 헌법에서 보장하게 됐는지 소개
헌법의 상상력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 헌법의 의미 등 탐색

“주문(主文‧결론),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3개월 가량 이어오던 탄핵심판의 마침표를 찍었다. 지난해 10월 JTBC 태블릿 보도 이후로 “대통령이 헌법 정신을 수호했는가”라는 논란이 이어졌고 헌재는 최종적으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며 전원일치 합의로 파면을 선고했다.
이번 탄핵정국 내내 사람들에게 관심을 끈 것은 단연 ‘헌법’이었다. 헌법이란 국가통치체제와 기본권 보장의 기초에 관한 근본법규로 모든 실정법 위에 군림한다. 법률·명령·규칙·조례·조약 등은 헌법의 내용·형식을 위반해선 안 된다. ‘간통제 폐지’에서 알 수 있듯 헌재에 의해 위헌 판결이 한번 내려지면 즉각 효력이 발휘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의 제1조 2항은 유명하지만 헌법이 정확히 어떻게 구성됐는지는 법률가를 제외하곤 대부분 잘 모른다. 막상 헌법을 읽어보려고 해도 쉽게 읽히지 않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탄핵 이후에도 개헌 문제가 정치권 이슈로 떠오르면서 헌법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서점가에서도 헌법을 쉽게 풀어쓴 책들이 출간돼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헌법의 귀환’(휴먼앤북스), ‘헌법은 살아있다’(와이즈베리), ‘헌법의 상상력’(사계절) 등 제목에 직접 명시한 서적과 ‘후불제 민주주의’(돌베개), ‘우리는 민주공화국에 산다’(노닐다) 등 헌법을 주요 주제로 다룬 책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형인터넷 서점가에서의 판매량이 이를 입증한다. 예스24에 따르면, 헌법 분야 판매량은 지난해 10월 286권에서 11월 1860권으로 급증한 데 이어 12월에는 3442권이 팔리며 탄핵‧개헌 정국 이후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헌법 분야 책은 총 7913권으로 전년도 1542권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먼저 ‘헌법의 귀환’은 헌법학자이자 전북 교육감인 김승환이 국민에게 헌법을 되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2016년 수개월간 전주, 남원, 부안, 임실 등 총 4개 지역 고교를 돌며 자신의 소신과 지론이 집결된 헌법 강의를 펼치고 이를 묶은 책이다.
책은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헌법을 많은 사례와 인문학적 요소와 결합해 풀이한다. 강연 내용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구술형 문체지만 헌법이 만들어진 배경과 내용, 얽힌 사연 등을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130개 조문들의 탄생 배경과 의미를 인류 역사, 판례, 해외 헌법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왜 영장 없이 체포될 수 없는지, 왜 미란다원칙조차 헌법과 연결시키지 못하는지 궁금증도 해소해 준다.
‘헌법은 살아있다’는 경실련 사무총장을 지낸 이석연 변호사가 깊이 체감하지 못했던 헌법의 힘을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한 책이다. 시기에 맞게 촛불 집회와 관련한 이야기, 건국절 논란과 관련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촛불 집회에서 드러난 국민의 저항권을 헌법이 어떻게 보장하게 됐는지 설명하고, 국민 저항권을 더 강화해 헌법 조문에 넣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한국 개헌사를 간략히 정리해 ‘87년 체제’를 극복할 개헌의 필요성을 설명한다. 저자는 새 시대에 맞게 개헌 시 고려해야 할 10가지 사항을 드는데, 이에는 정보기본권, 알권리 강화 등 국민 기본권을 강화하고 국민 발안제, 국민 소환제를 도입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 폐지, 권력 구조 재편,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국민심사제 도입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박에 한국사’ 등의 저서로 유명한 역사학자 심용환이 집필한 ‘헌법의 상상력’은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부터 1987년 6월 항쟁으로 만들어진 지금의 민주헌법까지 헌법의 변화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되짚는다.
저자는 “헌법의 변화를 읽는 일이 곧 한국의 현대사를 읽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헌법은 단순히 정치체제의 변화가 아니라 당대 사회의 정의와 가치가 담겨있는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헌정사는 곧 시민이 독재권력의 억압과 굴종에 맞서 싸워온 민주주의 발전사 그 자체라는 것.
책은 역사와 철학, 정치와 사상을 오가며 헌법을 둘러싼 풍부한 논의를 전개한다.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칠레, 북유럽 등 다양한 나라의 헌정사를 넘나들며 ‘좋은 헌법은 무엇일까?’란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민주헌법의 원형으로 꼽히는 독일 바이마르 헌법이 히틀러의 독재를 막지 못했던 이유와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제헌헌법을 자신의 권력연장 수단으로 사용했던 점을 비교하는 식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대의정부론’을 통해선 박정희의 유신독재와 칠레 피노체트의 군부독재를 함께 분석한다.
배성호 기자 bsh@100ss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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