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교육원 개관식서 만난 이명박 전 대통령
노인교육원 개관식서 만난 이명박 전 대통령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3.24 11:18
  • 호수 5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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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76)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21일, 노인전문교육원 개관식에서 특강을 했다. 그는 말을 간결하게 하면서도 위트 있게 했다. TV로 듣던 쉰 듯한 목소리도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45분간의 특강 중 나는 그의 얼굴과 손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강연을 들으면서 그가 쓴 자서전 ‘신화는 없다’(1995년‧김영사)를 떠올렸다. 당시 그의 자서전이 너무 재밌고 감동적이어서 앉은 자리에서 5시간만에 마지막 쪽까지 다 읽고 가슴이 먹먹했던 기억이 있다.
책 내용 중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는 부분은 이 전 대통령이 현대그룹을 떠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이다. 그는 정상적인 퇴직금 외에는 전별금 따위를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정주영 회장과의 돈독했던 관계에 비추어 볼 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는 “내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인천제철을 떼어줄 것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내가 대우로 간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그러나 1992년 1월 3일 현대를 떠나올 때 나의 모습은 27년 전 현대에 입사할 때와 다름없었다. 시험에 합격해 입사했듯이 근로기준법에 의해 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나온 것이다. 보상을 기대하지도 받지도 않은 건 내가 어릴 적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삶의 자세였다.”
그는 정주영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렇게 회고했다.
“재벌그룹 총수는 철저하게 계산에 의해 사람을 쓴다. 정 회장과 내가 부자지간 같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웃는다. 기업의 생리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지연이나 학연 등 사적인 감정이나 관계로 사람을 써서 재벌총수가 된 사람은 없다. 정 회장은 일찍부터 철저한 계산에 의해 사람을 쓰는 용병술이 탁월했다.”
이 전 대통령은 최근 탈북청소년들을 상대로 강연했던 사실을 소개했다. 남한생활에 실망하고 다시 북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일부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가난하게 성장했던 시절을 들려주며 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한민국은 (길거리에서 어머니와 함께 뻥튀기장사를 하며) 어렵게 자란 소년이 대기업의 회장이 되고 서울시장이 되고 대통령이 되는 좋은 나라이다. 북한은 아무나 될 수가 없고 백두혈통이나 되지 않는가. 불만족스럽다고 해도 세상은 천당이 아닌 이상 이 정도는 극복하고 열심히 하면 자기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다.”
이 전 대통령은 또, 과거 열심히 일을 했지만 일을 할수록 정치인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현실이 무척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청계천을 예로 들었다.
“서울시장으로 있을 때 청계천에 맑은 물을 흐르게 하고 싶었으나 정치인들로부터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다. 그렇지만 나는 도시의 공기를 맑게 하고 살기 편하도록 만드는 일을 국가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밀어붙였다. 한강물을 가져다 흐르게 했더니만 정부에서 물값을 내라고 했다. 한강물은 돈 내고 써야 한다는 법조항이 있었지만 못 낸다고 버텼다. 한강물을 끌어다 쓴 후 도로 흘려보내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청계천에 놀러 나온 아이가 그 물을 마셨을 때 탈이 나지 않도록 2급수의 깨끗한 물로 정화시켜 흘려보내도록 했으니 오히려 내가 돈을 받아야 할 판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그 자리를 물러날 때까지 물값을 내지 않았다. 대통령이 되고나서 우연히 서울시 직원에게 뒷이야기를 묻자 직원으로부터 “정부에서 돈 내지 말라는 공문을 받았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라이프 스토리는 교훈적‧기독교적이다. 비록 ‘4대강 사업’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긴 하지만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강한 추진력, 긍정적인 삶의 자세 등은 꿈을 잊은 채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는 샐러리맨들이 짚고 가야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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