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 혈압을 높인다?
소금, 혈압을 높인다?
  • 이무용 동국대의대 일산병원
  • 승인 2017.03.24 11:23
  • 호수 5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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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 명의들이 알려주는 건강정보<5>

평소 이짠돌(가명) 씨는 ‘국이나 찌개 없이는 밥을 못 먹는 사람’ 중 하나였다. 출근길, 밥은 안 먹더라도 아내가 끓여준 콩나물국 한 그릇을 먹어야 하루가 풀렸고, 점심식사로는 회사 근처 생태탕 집에서 얼큰한 국물에 밥까지 말아먹었다. 야근이 있는 날이면 컵라면의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모두 마셔야 직성이 풀리는 그야말로 ‘국물족’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뤄진 직장 건강검진에서 이짠돌 씨는 고혈압 진단을 받았고, 약을 복용하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이씨에게 고혈압이 나타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분명한 원인은 과도한 나트륨 섭취이다. 나트륨은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해질로 나트륨이 부족해도, 또 나트륨이 너무 많아도 우리 몸의 세포는 손상을 받아 생명에 지장을 초래한다.
흔히들 ‘소금’과 ‘나트륨’은 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같은 것은 아니다. 소금을 이루는 주성분이 나트륨인데, 우리가 나트륨을 섭취하는 방식이 소금을 먹는 것이기 때문에 소금과 나트륨을 같은 것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나트륨을 섭취하는 방법은 소금이 전부가 아니다. 자연에 존재하는 음식물에는 우리 몸을 유지하기에 충분한 양의 나트륨이 존재하고 있다. 때문에 음식물에 따로 소금을 추가하지 않아도 우리는 나트륨을 섭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고기를 먹을 때, 이미 고기 안에는 나트륨이 충분히 있지만 우리는 입맛을 위해 소금을 추가해 먹는다. 이러한 식습관들이 모여 결국 나트륨을 과하게 섭취하게 된다.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02년 기준 4583mg으로, 세계보건기구에서 정한 나트륨 권장량인 2000mg의 2배나 더 섭취하고 있다. 특히 이씨처럼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경우, 된장국 한 그릇만 먹어도 하루 나트륨 권장량을 훌쩍 넘길 만큼 많은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게 된다. 필요 이상의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의 원인이 된다.
젊은 시절에는 나트륨을 많이 섭취해도 혈압이 상승하지 않지만 나이 들어서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상승해 고혈압으로 이어진다. 콩팥, 즉 신장에서 나트륨을 배설하는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면 약간의 나트륨 섭취 증가에도 고혈압이 발생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신장에 손상이 커지게 되며, 따라서 약간의 나트륨 섭취 증가에도 혈압을 상승시키는 호르몬에 대한 반응성이 증가해 고혈압이 발생하게 된다. 결국 고혈압을 막기 위해서는 나이가 증가할수록 나트륨 섭취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트륨 섭취를 줄였을 때 나타나는 변화는 혈압이 낮아지거나 정상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고혈압이 발생한 사람들의 경우, 나트륨 섭취를 줄인다 해도 혈압이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므로 섣부르게 혈압강하제를 끊어서는 절대 안 된다.
특히 과도한 나트륨 섭취는 고혈압뿐 아니라 심장병과 뇌졸중 발생을 증가시키고 위암, 신장결석, 골다공증 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성의 경우, 폐경 전에 나트륨 섭취를 잘 조절하면 폐경 후에 골다공증의 발생을 많이 낮춘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그 밖에도 나트륨 섭취를 줄였을 때 심장병과 뇌졸중이 줄기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짠 걸 알고도 먹는다. 그것이 맛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내가 먹는 음식들을 유심히 살펴보자. 소금이 많이 들어간 국과 찌개, 나트륨 함량을 제대로 알 수 없는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까지…. 나트륨이 넘쳐나는 음식들을 먹으면서도 나는 고혈압의 위험으로부터 피해갈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요행을 바랄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이제부터라도 소금을 멀리하고 싱겁게 먹도록 하자.
출처: 대한의사협회‧대한의학회 발행 ‘굿닥터스’(맥스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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