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간 공무원생활… 섬진강댐 1200여 수몰세대 이주시킨 일 기억에 남아
사람 만드는 예절교육 중시… 초‧중생, 일반인, 공무원 대상으로 교육하기도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몸과 마음이 바쁜 이가 있다. 5월 3~7일, 5일 동안 열리는 ‘남원춘향제 2017’을 준비하는 김진석(73) 전북 남원시지회장의 얘기다. 김 지회장은 이 행사를 주관하는 춘향제전위원회의 부위원장이다. 공직에 있을 때부터 현재까지 25년간 춘향제에 직‧간접으로 관여해왔다. 지난해 춘향제에는 약 60만명이 다녀갔다. 춘향제를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김 지회장을 만나 춘향제의 역사와 지회 운영 철학을 들었다.
-춘향제의 하이라이트는 무언가.
“전야제 때 미스춘향선발대회를 치릅니다. 처음에는 미모를 중시해 뽑았으나 성형미인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예술적 소양을 더 중시합니다. 제사 참배도 볼만합니다.”
-누구를 위한 제사인가.
“춘향제는 1931년 일제강점기 때 기생들이 모여 열녀 정신을 추모하는 행사로 시작됐어요. 당시 서울·진주·평양 기생들이 모여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냈는데 제관들이 다 기생들이었던 거지요. 한동안 여고생들이 제관을 해왔다가 요즘에는 여성유도회에서 선정해준 12명의 부인들이 제관으로서 제사를 모십니다.”
-행사 날짜가 매년 다른가 보다.
“춘향가 사설에 춘향이가 남원에서 4월 초파일에 태어난 것으로 돼 있어요. 초창기에는 4월 초파일로 했다가 음력날짜 계산하기가 번거로워 5월 5일로 바꿨다가 최근에 다시 원래대로 하게 됐어요.”
-노인 회원들은 춘향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야간에 진행하는 촛불·등불 행렬에 참여합니다.”
남원춘향제는 문체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의해 지역대표공연예술제에서 2년 연속 전통예술분야 전국 1위로 선정됐다.
-남원시의 노인 회원들 생활 수준은 어떤가.
“남원시 전체 인구 8만7000여명 가운데 노인이 2만여명 됩니다. 노인회 회원은 1만5800여명이고 경로당 수는 484개에요. 남원엔 큰 기업이 거의 없어 일자리가 적어요. 노인들의 30%는 공적연금을 받고 70%는 기초연금을 수령합니다.”
-남원의 경로당 규모는 어떤가.
“현대식 건물의 경로당은 좁지 않지만 옛날 건물의 경로당은 좁아요. 그렇더라도 25평은 됩니다. 산동면 부절리 부절경로당의 경우는 회원이 50명입니다. 그분들이 짚풀공예로 소득을 올리고 외부경연대회에 나가 상도 타는 등 아주 활성화가 돼 있어요.”
-시의 지원은 어떤가.
“경로당 현대화 5개년 계획에 따라 지난해와 같이 8개 경로당을 새롭게 바꿉니다. 방이 하나면 남자, 여자 방으로 구분하고 재래식화장실을 현대식으로 개조하고 싱크대 주방도 바꿉니다. 한 곳의 개조비용이 최하 7000만원입니다.”
-시의 협조가 잘 되는가 보다.
“경로당마다 연 350만원 수준의 지원을 해줍니다. 쌀도 7~8포대가 나오고요. 이환주 남원시장님이 노인회 일이라면 아주 잘해주세요. 제가 맡은 직책이 흥부제전위 위원장, 춘향제전위 부위원장, 노인복지관 운영위원, 노인장기요양보험등급판정위원장 등이에요. 시장님이 노인과 관련된 일은 모두 믿고 맡겨주신 것 같아요. 사실 회비 가지고서는 지회 운영이 불가능합니다. 모든 것이 시의 지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남원시 산업계장으로 있을 때 산업건설국장으로 모셨던 인연도 있습니다.”
김진석 지회장은 임실 출신이지만 공무원 생활을 남원에서 시작해 이제는 남원이 고향처럼 편해졌다고 한다. 서울의 광화문우체국을 잠시 다니다 그만두고 30세에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봐 합격해 그 후로 26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다. 주로 맡아 한 분야는 문화예술 및 문화재보호이다. 적성을 살려 퇴직 후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일하려 했지만 뜻한 바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남원시지회장이 도와달라고 해 남원시 사무국장으로 들어가면서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었다. 교육에 늘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 문화유산학 석사학위를 땄다.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964년 섬진강 수몰민 1200세대를 무사히 이주시킨 일을 잊을 수가 없어요. 섬진강 댐으로 인해 마을을 떠나야 했던 그들에게 문서로 된 증서로 보상을 해주었어요. 그런데 일부 주민들이 증서를 외부인들에게 되팔아 문제가 많았지요. 그 과정에서 소송도 빈발했고 법원, 경찰서 등지로 불려다니며 곤욕을 치렀어요.”
-연임이다. 지회 발전의 업적이라면.
“2011년 지회장 선거에 당선됐을 당시 경로당 수가 440여개였어요. 그때도 그랬지만 노인일자리 확충을 최대 목표로 삼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올해는 567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됐어요.”
-지회 운영 철학이라면.
“우리 지회가 중점을 두는 건 예절교육입니다. 예절교육은 사람 되라는 교육이지요. 저는 내‧올리(효)사랑 강사자격증을 비롯해 치매·자살·노인학대 예방 분야의 자격증을 모두 갖고 있어요. 제가 초‧중‧고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300여회 강의를 했고, 전북공무원교육원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경로당에서도 강연을 하나.
“23개 읍면동 분회에서 자살·치매·노인학대 예방 강연을 했어요.”
-전문적인 의료지식이 없어도 가능한가.
“신문에 자료가 무궁무진합니다.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그것이 중요합니다. 치매예방도 섭식에서 시작합니다.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아밀로이드이라는 단백질은 어패류 같은 해물을 많이 섭취했을 때 감소합니다. 자살은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어른으로서 무시 당하거나 자존심이 상했을 때 발생합니다. 어른대우를 해주는 게 예방책입니다.”
-대한노인회 최초의 노인전문교육원 개관에 남다른 소회가 있을 것 같다.
“노인회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일이지요. 개관식 행사 중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아시아 국가에 피아노를 기증하는 영상물을 보는 순간 명나라의 ‘진사도’란 선비가 한 말이 떠올랐어요. 사람은 태어나서 곤궁하게 살았나, 벼슬을 해 영달을 했느냐를 따지지 말고 무엇을 남겼는가를 논하라는 말입니다.”
-지회 현안이라면.
“대부분 지회 건물이 시·군 소유이지만 우리는 지회 소유입니다. 30여년 전 노인회에서 농악을 쳐가며 모금을 해 마련한 겁니다. 사무실이 비좁아 부지 확보가 시급합니다.”
-고령사회에서 노인의 역할은.
“쉬지 않고 공부를 하는 노인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두뇌도 계발되고 치매도 늦춰집니다. 먹는 것 때문에 병이 난다는 말이 있듯이 머릿속에도 뭔가 들어가야 합니다. 머리가 비니까 자꾸 딴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중앙회에 전하고 싶은 말은.
“대한노인회는 그 어떤 단체보다도 조직이 잘 돼 있습니다. 인성교육 8대 덕목은 광범위하고 그것을 하나로 묶은 사상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노인회가 주창하고 사회 전체가 그것을 따라가도록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