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춘향제’ 준비하는 김진석 전북 남원시지회장 "노인들은 등불행진해요”
‘남원춘향제’ 준비하는 김진석 전북 남원시지회장 "노인들은 등불행진해요”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3.24 11:24
  • 호수 56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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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전통예술분야 축제 전국 1위

26년간 공무원생활… 섬진강댐 1200여 수몰세대 이주시킨 일 기억에 남아
사람 만드는 예절교육 중시… 초‧중생, 일반인, 공무원 대상으로 교육하기도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몸과 마음이 바쁜 이가 있다. 5월 3~7일, 5일 동안 열리는 ‘남원춘향제 2017’을 준비하는 김진석(73) 전북 남원시지회장의 얘기다. 김 지회장은 이 행사를 주관하는 춘향제전위원회의 부위원장이다. 공직에 있을 때부터 현재까지 25년간 춘향제에 직‧간접으로 관여해왔다. 지난해 춘향제에는 약 60만명이 다녀갔다. 춘향제를 준비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김 지회장을 만나 춘향제의 역사와 지회 운영 철학을 들었다.

-춘향제의 하이라이트는 무언가.
“전야제 때 미스춘향선발대회를 치릅니다. 처음에는 미모를 중시해 뽑았으나 성형미인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예술적 소양을 더 중시합니다. 제사 참배도 볼만합니다.”
-누구를 위한 제사인가.
“춘향제는 1931년 일제강점기 때 기생들이 모여 열녀 정신을 추모하는 행사로 시작됐어요. 당시 서울·진주·평양 기생들이 모여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냈는데 제관들이 다 기생들이었던 거지요. 한동안 여고생들이 제관을 해왔다가 요즘에는 여성유도회에서 선정해준 12명의 부인들이 제관으로서 제사를 모십니다.”
-행사 날짜가 매년 다른가 보다.
“춘향가 사설에 춘향이가 남원에서 4월 초파일에 태어난 것으로 돼 있어요. 초창기에는 4월 초파일로 했다가 음력날짜 계산하기가 번거로워 5월 5일로 바꿨다가 최근에 다시 원래대로 하게 됐어요.”
-노인 회원들은 춘향제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야간에 진행하는 촛불·등불 행렬에 참여합니다.”
남원춘향제는 문체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의해 지역대표공연예술제에서 2년 연속 전통예술분야 전국 1위로 선정됐다.
-남원시의 노인 회원들 생활 수준은 어떤가.
“남원시 전체 인구 8만7000여명 가운데 노인이 2만여명 됩니다. 노인회 회원은 1만5800여명이고 경로당 수는 484개에요. 남원엔 큰 기업이 거의 없어 일자리가 적어요. 노인들의 30%는 공적연금을 받고 70%는 기초연금을 수령합니다.”
-남원의 경로당 규모는 어떤가.
“현대식 건물의 경로당은 좁지 않지만 옛날 건물의 경로당은 좁아요. 그렇더라도 25평은 됩니다. 산동면 부절리 부절경로당의 경우는 회원이 50명입니다. 그분들이 짚풀공예로 소득을 올리고 외부경연대회에 나가 상도 타는 등 아주 활성화가 돼 있어요.”
-시의 지원은 어떤가.
“경로당 현대화 5개년 계획에 따라 지난해와 같이 8개 경로당을 새롭게 바꿉니다. 방이 하나면 남자, 여자 방으로 구분하고 재래식화장실을 현대식으로 개조하고 싱크대 주방도 바꿉니다. 한 곳의 개조비용이 최하 7000만원입니다.”
-시의 협조가 잘 되는가 보다.
“경로당마다 연 350만원 수준의 지원을 해줍니다. 쌀도 7~8포대가 나오고요. 이환주 남원시장님이 노인회 일이라면 아주 잘해주세요. 제가 맡은 직책이 흥부제전위 위원장, 춘향제전위 부위원장, 노인복지관 운영위원, 노인장기요양보험등급판정위원장 등이에요. 시장님이 노인과 관련된 일은 모두 믿고 맡겨주신 것 같아요. 사실 회비 가지고서는 지회 운영이 불가능합니다. 모든 것이 시의 지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제가 남원시 산업계장으로 있을 때 산업건설국장으로 모셨던 인연도 있습니다.”

▲ 김진석 지회장이(오른쪽 세번째) 직원들과 함께 지회 건물 앞에서 기념촬영 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가 임창만 사무국장.

김진석 지회장은 임실 출신이지만 공무원 생활을 남원에서 시작해 이제는 남원이 고향처럼 편해졌다고 한다. 서울의 광화문우체국을 잠시 다니다 그만두고 30세에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봐 합격해 그 후로 26년간 공무원 생활을 했다. 주로 맡아 한 분야는 문화예술 및 문화재보호이다. 적성을 살려 퇴직 후 한국고전번역원에서 일하려 했지만 뜻한 바대로 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남원시지회장이 도와달라고 해 남원시 사무국장으로 들어가면서 대한노인회와 인연을 맺었다. 교육에 늘 관심을 갖고 있으며 최근 문화유산학 석사학위를 땄다.

-공무원 생활을 오래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1964년 섬진강 수몰민 1200세대를 무사히 이주시킨 일을 잊을 수가 없어요. 섬진강 댐으로 인해 마을을 떠나야 했던 그들에게 문서로 된 증서로 보상을 해주었어요. 그런데 일부 주민들이 증서를 외부인들에게 되팔아 문제가 많았지요. 그 과정에서 소송도 빈발했고 법원, 경찰서 등지로 불려다니며 곤욕을 치렀어요.”
-연임이다. 지회 발전의 업적이라면.
“2011년 지회장 선거에 당선됐을 당시 경로당 수가 440여개였어요. 그때도 그랬지만 노인일자리 확충을 최대 목표로 삼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올해는 567명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게 됐어요.”
-지회 운영 철학이라면.
“우리 지회가 중점을 두는 건 예절교육입니다. 예절교육은 사람 되라는 교육이지요. 저는 내‧올리(효)사랑 강사자격증을 비롯해 치매·자살·노인학대 예방 분야의 자격증을 모두 갖고 있어요. 제가 초‧중‧고생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300여회 강의를 했고, 전북공무원교육원에서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경로당에서도 강연을 하나.
“23개 읍면동 분회에서 자살·치매·노인학대 예방 강연을 했어요.”
-전문적인 의료지식이 없어도 가능한가.
“신문에 자료가 무궁무진합니다. 어떻게 먹어야 하는가 그것이 중요합니다. 치매예방도 섭식에서 시작합니다.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아밀로이드이라는 단백질은 어패류 같은 해물을 많이 섭취했을 때 감소합니다. 자살은 경제적인 이유보다는 어른으로서 무시 당하거나 자존심이 상했을 때 발생합니다. 어른대우를 해주는 게 예방책입니다.”
-대한노인회 최초의 노인전문교육원 개관에 남다른 소회가 있을 것 같다.
“노인회의 한 사람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일이지요. 개관식 행사 중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아시아 국가에 피아노를 기증하는 영상물을 보는 순간 명나라의 ‘진사도’란 선비가 한 말이 떠올랐어요. 사람은 태어나서 곤궁하게 살았나, 벼슬을 해 영달을 했느냐를 따지지 말고 무엇을 남겼는가를 논하라는 말입니다.”
-지회 현안이라면.
“대부분 지회 건물이 시·군 소유이지만 우리는 지회 소유입니다. 30여년 전 노인회에서 농악을 쳐가며 모금을 해 마련한 겁니다. 사무실이 비좁아 부지 확보가 시급합니다.”
-고령사회에서 노인의 역할은.
“쉬지 않고 공부를 하는 노인이 돼야 합니다. 그래야 두뇌도 계발되고 치매도 늦춰집니다. 먹는 것 때문에 병이 난다는 말이 있듯이 머릿속에도 뭔가 들어가야 합니다. 머리가 비니까 자꾸 딴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중앙회에 전하고 싶은 말은.
“대한노인회는 그 어떤 단체보다도 조직이 잘 돼 있습니다. 인성교육 8대 덕목은 광범위하고 그것을 하나로 묶은 사상을 슬로건으로 내세워 노인회가 주창하고 사회 전체가 그것을 따라가도록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사진=오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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