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로당은 한국 노인들의 삶의 보금자리이다. 경로당은 옛날 마을단위의 사랑방 전통을 이어온 것이다. 이러한 전통을 가진 경로당이 오늘날 산업사회에서도 지역사회 노인들이 모이는 생활공동체로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 농촌에는 마을마다 경로당이 있고, 도시에는 아파트단지마다 경로당이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에 6만4000여개소의 경로당이 존재하고 있다. 이들 경로당을 이용하는 노인회원은 약 300만 명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 전체노인의 40%가 넘는 숫자이다. 지역사회 노인들의 생활공동체로서 이런 형태의 시설은 다른 나라에서는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것이다.
2017년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이 14%를 넘어서는 고령사회를 맞이해 노인문제가 큰 국가적 과제로 등장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 경로당을 우리 고유의 노인복지전달체계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우리나라 노인복지 발전의 큰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경로당을 우리나라 노인복지전달체계의 자원으로 발전시켜나갈 수 있을까? 첫째, 경로당을 현대적 노인복지시설로 만들고, 그 사업을 전문적 프로그램으로 혁신할 필요가 있다. 전통사회의 영향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경로당에서는 노인들이 모여 단순한 놀이로 소일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형태의 경로당을 현대사회의 특성에 맞춰 노인복지의 전문적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시설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노인들이 필요로 하고 또한 국가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얼마든지 개발할 수 있다. 여기에는 지역사회 노인들의 여가활동과 자원봉사 활동, 은퇴한 노인들의 사회적응에 필요한 교육과 사회참여 지도, 노인취업알선과 일자리 지도, 노인건강증진을 위한 예방, 재활, 스포츠 활동, 세대 간 교류프로그램과 지역사회 네트워크 형성 등 무궁무진한 프로그램이 있다. 경로당을 무대로 하여 이같은 전문적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참여하는 노인 개개인의 생활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고, 전체적으로는 우리나라 노인복지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경로당의 회원구성을 프로그램의 전문화에 맞추어 확대하고 혁신해야 한다. 지금까지 경로당은 나이 많은 동네어른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인식돼 상대적으로 젊은 노인층은 기피하는 현상이 있었다. 그러나 경로당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 환경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우선 노인 연령층이 60, 70대와 80, 90대로 계층화되고 있다. 특히 도시지역에서는 출신지역이 다르고 학력이 다르고 직업배경이 다른 다양한 노인들이 많다. 경로당은 이렇게 다양화되는 노인을 통합해 이들이 전문화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그 회원구성을 혁신해야 한다.
셋째, 경로당의 사업운영체계를 종래 정부행정중심에서 대한노인회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경로당은 노인복지법상의 노인복지시설이다. 노인복지법상의 다른 노인복지시설은 사업운영의 법적주체를 분명하게 설정하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경로당은 지방자치단체인 시군구가 설치하고 그 사업운영도 지방자치단체가 하고 있다.
그 결과, 전문적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어왔다. 전문적 법인단체가 운영하는 노인복지관에서는 전문적 프로그램을 잘 개발하고 운영하는데 비해 경로당이 그렇지 못한 이유는 사업운영의 주체와 책임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같은 한계를 지닌 경로당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경로당 사업의 운영주체를 대한노인회 조직으로 분명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
대한노인회는 경로당에 나가는 노인들로 구성된 사단법인체이다. 경로당의 회원조직인 대한노인회 조직에 그 사업운영의 책임을 맡기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 바람직한 것이다. 경로당의 설치는 종래대로 지방자치단체가 그대로 하고, 시장·군수·구청장이 사단법인 대한노인회(시군구지회)에 경로당의 사업운영을 위탁하도록 노인복지법을 개정해 법제도적 장치를 만들면 바로 시행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대한노인회가 자신의 회원으로 구성된 경로당의 사업운영책임을 맡아 전국 경로당에서 노인 여가활동, 사회참여, 교육, 취업알선, 건강 증진 등의 사업을 펼쳐나간다면 경로당 사업이 크게 활성화되고 우리나라 노인복지의 발전에도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