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또 다시 홍역 치르는 대한민국
세월호에 또 다시 홍역 치르는 대한민국
  • 오현주 기자
  • 승인 2017.03.31 13:28
  • 호수 5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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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또 다시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있다. 3년여 만에 뭍에 오른 세월호를 보는 국민의 시각은 다양하다. 진상조사를 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나라살림에 대한 걱정과 사회 갈등을 우려하는 국민이 태반이다. 세월호 선체 인양과 수색, 유족 보상금에 들어가는 5500억원 규모의 수습 비용은 대부분 국고로 지급될 예정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진상조사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 세월호 기름 유출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피해보상금, 세월호 촛불집회로 인한 사회적 갈등 비용 등이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를 전망이다.
세월호를 목포 신항까지 옮기는 화이트마린이란 배는 대형선박이나 중장비를 운반하는데 쓰는 반잠수식 선박이다. 이 선박을 빌리려면 하루 작업에만 30만~50만 달러(약 3억4000만~5억6000만원)가 든다. 작업하지 않고 이동만 할 때도 작업비의 70%를 내야 한다. 화이트마린은 유실방지망 설치 등 추가 작업을 마치고 3월 말 목포 신항에 도착해 임무를 마치면 작업기간의 임차료만 1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도 무시 못 한다. 세월호 인양 과정에서 기름이 유출돼 미역양식을 주 생업으로 하는 동거차도 주민들의 피해 얘기다. 3년 전 세월호 참사 때 겪은 기름유출피해의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기름띠가 미역양식장을 덮쳤다. 피해주민은 56가구 100여명이다. 한 주민은 “2014년 세월호 참사로 인한 기름 피해로 정부로부터 보상금 900만원을 받았지만 턱 없이 적은 금액이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 2년 동안 미역 생산량이 65%나 줄었고 올해 조금 회복이 되는가 싶었는데 다시 날벼락을 맞은 것 같다며 망연자실했다.
사회 갈등 비용은 눈으로 확인할 정도이다. 벌써부터 촛불집회는 원래의 순수한 의도에서 벗어나 좌파 시민단체의 손에 휘둘리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세월호 유족들과 함께 ‘세월호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박근혜 구속’을 외쳤다.
정작 문제는 진상조사에 들어가는 비용과 국력 소모에 있다.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말한다. 조사위원 8명 중 국회 몫이 5명이고 유족들 몫이 3명이다. 위원회가 하는 주 업무는 침몰 진상조사와 미수습자 수습이다. 선체 내 유류품과 유실물 수습과정 점검과 선체처리에 관한 의견표명도 하게 된다. 조사결과 범죄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면 검찰에 고발 수사의뢰를 할 수 있다. 징계사유가 인정되는 공무원은 감사원에 감사요구를 할 수 있다.
이런 일들을 위해 위원회는 업무를 분담하는 소위원회와 자문기구를 설치하고 사무 처리를 위한 사무처도 둔다. 조사위원 외에 50명 이내의 직원이 실무역할을 하게 된다. 활동기간은 6개월 이내이며 4개월 이내의 범위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다. 조사위는 컨테이너 안에서 유족들로부터 요구조건을 듣는 등 이미 가동됐다.
조사위에 들어가는 비용이 수백억원에 달할 것이란 예측은 과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보면 알 수 있다.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을 수도 있다. 2015년 1월 1일부터 2016년 9월 30일까지 활동했던 특조위는 진보 시민단체, 인권‧노동‧환경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특조위의 예산은 무려 160억원. 이 가운데 위원장의 연봉은 장관급으로 1억6000여만원이나 됐다. 부위원장, 소위원장, 상임위원들의 연봉도 1억원을 넘었다. 특조위 직원들의 체육대회 개최비, 동호회 지원비, 명절휴가비에도 국민혈세가 들어갔다.
이에 반해 세월호 참사 수습비용 충당을 위한 정부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 일가에 대한 재산환수 실적은 전무하다. 법무부는 2015년 9월~2016년 5월, 7차례에 걸쳐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유 전 회장 일가 등 33명을 대상으로 1878억원의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지금까지 지지부진한 형편이다.
대한민국은 또 한 번 ‘세월호 홍역’을 앓고 있다. 대선주자들의 포퓰리즘 선거전에, 중국의 사드보복에, 미국의 보호주의로 경제가 망가져가는 데다 세월호까지 수천억대의 비용을 떠안기고 있다. 언제나 이 나라에 안정되고 평화로운 ‘세월’이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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