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다’와 ‘찌질이’의 경계에 선 ‘힙합’
‘사이다’와 ‘찌질이’의 경계에 선 ‘힙합’
  • 배성호 기자
  • 승인 2017.03.31 13:31
  • 호수 5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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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생을 마감한 인기배우 최진실의 딸 최준희 양이 지난 3월 29일 자신의 SNS에 심경글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최 양은 랩가수 스윙스가 2010년 자신과 친오빠인 최환희 군을 향해 공격한 것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한 것이다. 당시 스윙스는 다른 랩가수의 노래 ‘불편한 진실’에 참여해 아무 이유도 없이 “불편한 진실? 너흰 환희와 준희 진실이 없어 그냥 너희들뿐임”이라는 내용의 가사를 써 고인이 된 최진실과 자녀들을 모독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비난을 받았다. 최 양은 처음엔 어려서 이 가사의 의미를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까닭 없이 자신과 가족들이 공격을 받은 것을 알고 뒤늦게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이에 대해 스윙스는 재차 사과를 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역시 힙찔이’, ‘힙찔이가 또?’라는 반응을 보이며 스윙스를 향해 비난을 하고 있다. 힙찔이란 ‘힙합’과 못난 사람을 비하하는 속어인 ‘찌질이’의 합성어로 랩가수를 비난할 때 사용한다.
힙합은 1980년대 미국에서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다이내믹한 춤과 음악의 총칭이지만 국내에서는 보통 그 하위장르인 랩음악을 통칭한다. 힙합은 초창기 흑인음악이라 부를 정도로 미국 흑인 사회로부터 확산된 장르다. 힙합이 등장할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는 흑인들에 대한 차별이 여전했다. 이에 흑인들은 자신들의 심경을 운율에 맞춰 기존 노래보다 가사를 경쾌하고 빠르게 읊는 랩으로 표현했고 이는 대중들의 큰 지지를 받았다.
태생이 이렇기에 힙합하면 자연스럽게 ‘사회비판’이라는 용어로 인식됐다. 국내에서는 힙합이 1990년대 들면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도 마찬가지였다. 정부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고 사회 풍조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풍자하면서 대중들에게 ‘사이다’ 같은 청량함을 선사했고 변방의 음악에서 주류음악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분위기는 2010년대 들면서 달라졌다. 랩가수 중 일부가 마약, 음주운전, 폭행 등으로 구설수에 오르면서 역으로 이들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특히 랩가수 중 상당수가 군미필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들의 음악에 대한 신뢰마저 거둬들이고 있다.
일례로 최근 MBC 인기방송인 ‘무한도전’에서 랩가수들과 함께 역사에 관한 노래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군대도 안 다녀온 놈들이 무슨 역사 타령이냐”는 비아냥과 함께 외면당했다. 실제로 무한도전에서 노래를 만들 때마다 높은 시청률과 함께 큰 화제를 모았지만 역사 프로젝트는 기존의 반에도 못미치는 저조한 반응에 그쳤다.
랩가수가 성인군자는 아니다. 다만 평범한 사람에 준하는 소양과 상식은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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