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음악처럼 인생도 리듬과 하모니 살려야
[기고]음악처럼 인생도 리듬과 하모니 살려야
  • 장월근 충남 금산 / 시인‧수필가
  • 승인 2017.04.07 13:31
  • 호수 5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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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악을 잘 모른다. 그러나 음악을 좋아한다.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명곡 감상을 할 줄 아는 것도 아니지만 찻집에서 흐르는 멜로디도 좋고, TV에서 야단스럽게 흔들어대는 곡조도 싫지 않다. 시골 잔칫집에 가보면 60~70대의 할머니들이 술도 취하기 전에 테이프서 흘러나오는 노래와 장구 소리에 더덩실 어깨춤을 추는 것을 보게 되는데 이런 분위기의 음악도 참 좋다.
우리 조상들은 노동의 피로를 달래고 공동체 의식을 높이기 위해 모심는 노래를 불렀다. 뙤약볕에 밭을 매는 아낙네들이 삼베적삼 젖가슴으로 흐르는 더위를 잊기 위한 노래도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사나운 파도와 싸우는 사공들의 뱃노래며, 북망산천으로 향하는 상여꾼들의 소리, 목동들이 두들기는 지게작대기 장단이 모두 우리의 가락이고 음악이다. 음악은 우리의 역사와 더불어 출발했고, 인류의 존재하는 하는 더욱 발전할 것이 분명하다.
행진곡을 들으면 경쾌해지고, 장송곡을 들으면 엄숙하고 경건해지는 것은 누구나가 같은 느낌일 것이다. 이런 음악의 핵심은 ‘리듬’과 ‘하모니’에 있다.
만약 음악에 리듬이 없다면 우리 인간의 귀를 얼마나 짜증스럽게 할까. 고저와 장단이 어우러지는 그 소리가 우리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기도 하고, 가라앉은 마음을 요동치게 하며, 흥분한 군중의 심리를 가라앉힐 수도 있다.
영국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극장에서 불이 났는데 흥분한 군중이 당황한 나머지 일시에 좁은 출구를 빠져나가려 아우성을 쳤다. 이때 극장 종업원이 기지를 발휘해 영국 국가를 틀어 줬더니 질서를 회복하고 침착하게 모든 사람들이 극장을 무사히 빠져나갔다고 한다.
리듬 못지않게 ‘하모니’ 즉, 조화도 반드시 갖춰야 한다. 50년 전쯤의 겪은 일이다. 당시 충남 금산에 금산문화원이 개설됐는데 초대 원장직을 맡아 왕성한 의욕을 가지고 활동했을 때였다. 금요음악회란 동아리 모임이 매주 열렸고 지역 초‧중등학교 교사를 비롯해 젊은층 남녀회원들이 함께 모여 열심히 활동했다.
합창단 속 유독 한 여선생의 목소리가 특출했다. 소프라노를 맡은 여선생의 목소리 덕분에 금요음악회 합창이 돋보인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음악회 지도교사에게도 이런 내 생각을 말했더니 대답은 하지 않고 왠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맛살을 찌푸렸다. 지도교사가 왜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는 얼마 지나서 알게 됐다. 소프라노 소리가 너무 커서 합창의 ‘하모니’가 깨져 버린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조그마한 모임을 비롯한 사회활동을 하면서 자기의 소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음악 속에 묻혀 살아가는 우리도 ‘리듬’과 ‘하모니’의 참뜻을 삶의 지혜로 삼아야 한다.
창밖에 다가서는 봄기운 탓일까? 문득 감미로운 음악 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봄을 맞이하는 마음으로 ‘봄처녀’란 음반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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