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
찰나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7.04.07 13:32
  • 호수 5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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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찰나

바람에 잠시 마음이 흔들리자
햇살은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물이 지문을 채취 당한 건
눈 깜짝 할 사이였다

임창연(시인)

**

세상에, 물의 지문이라니!
햇살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거리는 물의 잔물결을 윤슬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인은 눈부신 햇살이 물의 지문을 채취해버린 거라고 말한다. 잠시 흔들린 마음을 증명이라도 시키려는 것이었을까. 아니면 마음을 함부로 흔들어버린 바람에게 죄를 물으려는 것이었을까. 두 번 다시 똑 같은 지문을 만날 수 없는 그 한 순간, 그 찰나! 순식간에 사라지는 물의 지문은 딱, 저 순간뿐이다. 시시각각 바뀌는 바람의 방향이 다시 또 다른 지문을 만들어버리기 때문이다. 바람이 만들고 눈 깜작할 사이 햇살이 훔쳐 가버린 물의 지문을 시인은 놓치지 않고 우리 앞에 보여준다. 자, 봐라. 순간순간이 얼마나 빛나고 아름다운가. 그러니 매 순간 저렇게 빛나게 살아라. 단 한 번 주어진 세상에서 무엇보다 고귀하고 빛나는 인생이니 후회 없이 살아라.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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