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여는 고전의향기[1]관리를 뽑는 이유
마음을여는 고전의향기[1]관리를 뽑는 이유
  •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 승인 2017.04.07 14:26
  • 호수 5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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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끝에 나오는 소식(素食)은 ‘고기반찬 없는 검소한 밥상’이 아니라 ‘하는 일 없이 놀면서 먹는 공짜 밥’을 가리킵니다. 백성을 잘 다스리라고 뽑아 놓았는데 재주와 능력이 없어서 하는 일 없이 놀고먹기만 한다면 그런 관리는 곧바로 퇴출시켜야 할 것입니다. 성호(星湖) 선생의 시대에도 이런 쓸모없는 관리가 제법 많았던가봅니다.
선생은 이 글을 쓰면서 송(宋)나라 소식(蘇軾)의 “쥐가 없다고 사냥 못하는 고양이를 기르거나, 도둑이 없다고 짖지 못하는 개를 키워서는 안 된다[不爲無鼠而養不獵之猫, 不爲無盜而養不吠之犬]”라는 말을 인용하십니다. 곱씹을수록 정말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그러다가 ‘아차!’ 싶으셨나 봅니다. ‘차라리 아무 일 안 하는 놈이 낫지, 그 좋은 머리를 이용해 나랏돈을 빼돌리고 백성을 수탈하는 관리가 된다면 더 위험하지 않겠는가?’ 그래서 윗글에 이어 원(元)나라 정개부(鄭介夫)가 했다는 말을 또 덧붙이십니다.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쥐를 방비하고자 함인데, 탐욕스러운 고양이인 줄 모르고 기른다면 음식을 도둑맞는 해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개를 키우는 것은 도둑을 막아내고자 함인데, 사나운 개인 줄 모르고 키운다면 사람을 해치는 폐단이 더욱 커질 것이다[畜猫防鼠, 不知饞猫, 竊食之害愈甚. 養犬禦盜, 不知惡犬, 傷人之害尤急].”
쥐를 막으라고 기른 고양이가 도리어 반찬을 훔쳐 먹거나 닭을 물어 죽이는 일이 흔히 일어납니다. 도둑 잡으라고 키운 개가 오히려 주인에게 덤벼들거나, 도둑과 내통하여 집안을 거덜 낸 사건도 심심치 않게 보도됩니다. 선생의 표현대로 이는 이롭기는커녕 재물을 축내고 백성을 못살게 굴어 국가의 좀이 되는 모습들입니다. 고양이, 개 이야기가 우화가 아닌 바로 우리 현실의 이야기라는 게 재미있으면서도 무섭고 또 슬프기조차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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