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일기를 써보자
꿈 일기를 써보자
  •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기독교상담복지학과
  • 승인 2017.04.14 13:14
  • 호수 5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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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의 밤이 이어지는 때가 누구나 있다. ‘골만 대면 잔다’라는 이들도 인생 중반 갱년기라는 언덕을 넘을 때는 잠이 숙제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생각해보면 잠드는 것에 대한 것, 또 잠 자는 것에 대한 것은 모두의 관심이자 오랜 관심이었다. 불면증을 해소하는 법으로 생양파를 잘라 놓거나 따스한 우유를 마시는 것, 그리고 낮잠을 자지 않고 버티는 것 등 우리에게 일상이 되어버린 불면해소를 위한 비법들이 있다.
그리고 좋은 잠, 높은 수면의 질을 위해 빛을 차단하고 베개를 바꿔보고, 풍수에 따라 침대 위치를 바꿔보기도 한다. 잠을 자기 위한, 또 잘 자기 위한 노력이 끝나면 우리는 마침내 잠이 든다. 잠이 들고 이변이 없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수면을 종식시키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잠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이내 눈을 뜨게 된다. 좋은 잠을 위한 과정과 기술이 있다면, 좋은 기상을 위한 방법은 없을까?
아침에 일어나보면 어느 날은 개운하고, 다른 날은 뭔가 몸이 무겁고, 어떤 날은 눈이 아예 안 떠지는 날들도 있다. 다른 수면의 끝에 우리는 늘 다른 기상을 하게 된다. 수면의 과정과 결과가 기상 컨디션을 결정하기 일쑤다. 늦게 잔 날은 다음날 기상이 쉽지 않고, 기분 나쁘게 잔 날은 다음날 아침에도 어김없이 기분이 꽝이기 쉽다.
그러나 잠의 방법과 과정이 여러 가지이듯 깸의 과정도 다양할 수 있다. 곧 기상 시 나의 기분을 조절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하루의 시작을 조절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면, 지난밤의 호된 명령에 따라 아침을 열지 않아도 될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제안을 해본다. 꿈 일기가 그것이다. 보통 우리가 일기라면 하루를 정리하며 그날의 일상과 일어난 일들 및 발생했던 관계들을 적거나 떠오르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과정을 말한다. 그럼 꿈 일기는 무엇인가?
꿈 일기란 그야말로 꿈을 적는 일이다. 굳이 이 나이에 새삼 일기인가 싶겠지만, 심리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은 꿈이 ‘무의식으로 가는 왕도’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무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통로라는 뜻이다. 무의식에는 나이 들어가는 나의 욕망과, 과거 저변에 흩어진 기억의 편린들이 남아있다.
그리고 꿈은 이러한 욕망과 기억조각들을 부력처럼 수면위로 끌어올린다. 이때 수면 위로 올라온 이것들을 모아, 가끔은 앞뒤도 맞지 않는 뜬금없는 스토리가 되어 꿈의 주인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꿈 이야기를 매일 적어 나가다보면 놀랍게도 나이 들어가면서 모두 잊었다 생각했던 나의 그리움, 나의 소망, 지난 시절의 희로애락이 거대한 흐름을 이루며 줄지어 나타난다. 살면서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나는 끝없이 새로운 것들을 갈망하고 있었고, 내 주변 사람들과 그간 잊고 있던 사람들에 대한 새로운 이해들을 발견하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많은 이들이 ‘나는 꿈을 꾸지 않는다’라고들 한다. 그러나 놀랍게도 사람은 하루 밤 동안 이 천 편 넘게도 꿈을 꾼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지만, 자는 동안 전혀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만, 우리가 잘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대부분 꿈은 특히 깨기 직전에 가장 많이 꾸게 되는데, 놀랍게도 이 꿈들은 일어나서 기지개만 쭉 펴도 싹 다 잊혀지니 그 또한 놀라운 일이다. 간혹은 기억이 나다가도 화장실만 다녀오면 꿈은 소변과 함께 나로부터 빠져나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갓 깨어날 때가 바로 전에 꾸었던 꿈을 그나마 가장 정확하게 기억하는 시간임은 분명하다.
그러니 머리맡에 일기장을 펼쳐두고 볼펜도 한 자루 놓고 자자. 일어나자마자 소변이 급하더라도 꿈에서 떠올렸던 몇 개의 단어를 적어두거나 장면을 아주 간단한 그림으로라도 그려놓으라. 정 급하면 등장인물의 이름이라도 적어놓자.
어떤 때는 설명하기 곤란할 때도 있고, 너무 잔인하거나 너무 야해서 쓰거나 그리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럼에도 슬쩍이라도 적어놓자. 그리고 이 정도 나이인데 좀 더 적나라하게 쓴들 누가 뭐라고 하랴. 그리고 나만 보는 일기장인데 어떠한가.
이렇게 두 달 정도 적어 나가보라. 그리고 나서 그 꿈 일기를 앞에서부터 천천히 읽어나가 보라. 놀랍게도 나의 기쁨, 그리움, 두려움, 아쉬움, 내게 중요한 사람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스스로 찾기 시작할 것이다.
누군가 인생을 정리하는 시기가 노년기라 했던가? 삶을 재정비하고 내 안에 있는 진짜 욕망이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보는 것, 이것이 바로 노년기 아니겠는가. 꿈은 우리를 노년의 새로운 길목으로 데려가줄 것이다. 한번 시도해보라. 정말 꿈같은 일이 벌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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