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노인도 사랑할 권리가 있다
[기고]노인도 사랑할 권리가 있다
  • 신춘몽 명예기자
  • 승인 2017.04.14 13:15
  • 호수 5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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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일본 최고의 지성으로 손꼽히는 우에노 지즈코 도쿄대 명예교수가 쓴 글을 접하게 됐다. 그는 신문 칼럼을 통해 황혼재혼 대신 친구를 많이 사귀라고 권했다. 어차피 결혼은 또 다른 사람에게 구속당하는 일이라고 강조하면서 말이다.
아무런 지성도 명예도 없지만 감히 이 말에 반기를 들고 싶다. 텅 빈 공간에서 혼자 밥을 먹고 외롭게 잠들고 홀로 아침을 맞이하는 것은 행복한 삶이 아니다. 누구나 등에 짊어진 삶의 무게가 버거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생각을 한두 번쯤 해본다. 신(神)도 때로 힘이 들어 가슴을 칠지도 모르는데 인간들이야 오죽하겠는가?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다. 더불어 살아야 한다면서도 가끔씩은 혼자 지내고 싶어지는 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지낼 사람이 꼭 필요하다. 얼마 전 강아지들이 목이 터져라 짖어대 창문을 열고 내다보니 이웃집 가족들이 서로 얼싸 안고 환호하고 있었다. 이날 중요한 국가대표 축구경기가 열렸는데 우리나라 선수가 골을 넣었다는 것을 짐작으로 알 수 있었다. 만약 이웃집이 1인 가구였다면 그렇게 환호성을 질렀을까. 기쁨은 식구가 함께 나눴기에 배가된 것이다. 슬픔도 마찬가지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느끼는 아픔이 가족이 나누는 고통보다 몇 배는 크다.
이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식구가 필요하다. 텅 빈 식탁에 홀로 앉아 진수성찬을 먹은들 그 맛을 느낄 수 있겠는가? 뚝배기에 내놓은 된장찌개를 놓고 ‘맛있다’, ‘맛없다’, ‘더 먹어라’ 하는 이유 있는 잔소리를 나눌 수 있는 식구가 있다는 것이 어찌 구속이라고 말할 수 있나. 때로는 맘에 들지 않아 다투는 날도 있겠지만 이 또한 살아있는 행복은 아닐까?
이러한 이유로 혼자 사는 노인들도 주변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연애할 필요가 있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이성교제를 하지 못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 용기를 내 이성에게 구애를 하는 노인들에게 간혹 “나잇값 좀 하세요”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생각은 노인의 사랑은 ‘추하다’ 혹은 ‘거북하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만약 유교적 사고의 틀에 갇혀 있던 조선시대였다면 수긍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21세기다.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와 소통하는 시대에서 구닥다리 생각을 강요하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최근 노인 성교육 강의를 받았는데 강사의 사실적인 강연에 민망했던 적이 있다. 헌데 교육에 참여한 다른 어르신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이 안고 있던 고민들을 털어놓고 이에 대한 해결방법을 적극적으로 묻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반성을 했다.
노인들도 사랑할 권리가 있다. 더 나아가 사랑할 의무도 가지고 있다. 누구도 그들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며 잣대를 들이밀어선 안 된다. 나잇값이 아닌 삶의 값어치로 노인들의 삶을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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