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휴식
  • 글=이기영 시인
  • 승인 2017.04.14 13:16
  • 호수 5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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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을 음미하는 디카시 산책

휴식

내가 잠든 사이
네가 한 노동
그래서
봄,

김네잎(시인)

**

온 세상이 봄빛으로 물들어 환해지자 보이지 않는 손이 잠시 붓질을 멈추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죽은 나뭇가지에는 이미 잎도 돋아나 있다.
한 겨울 내가 죽은 듯이 잠들어 있던 사이, 너는 쉬지 않고 붓질을 하고 있었구나. 어떤 색으로 칠할까 고민하면서, 언 손을 호호 불며 추운 겨울을 견뎠겠구나. 마침내 네가 만들어준 형형색색의 빛깔들로 치장한 꽃들이 천지사방에 환한 눈을 뜰 때, 그리고 환하고 어지럽고 어여쁜 꽃잎들이 내게로 떨어져 내릴 때, 내가 너와 눈 맞출 때, 마침내 봄인 것이다. 너는 유리창 너머 고요 속으로 조용히 잠들고 나는 유리창 밖에서 용수철처럼 튀어 오른다. 봄을 왜 스프링(spring)이라고 하는지 알겠다.
‘해마다 봄이 되면 그분의 말씀/ 항상 봄처럼 부지런 해라// 항상 봄처럼 꿈을 지녀라// 항상 봄처럼 새로워라’//(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중에서 몇 행만 가져옴) 글=이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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