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나면서도 슬플 때 하는 표현
웃음이 나면서도 슬플 때 하는 표현
  • 최은진 기자
  • 승인 2017.04.14 13:20
  • 호수 56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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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쏭달쏭 신조어·순우리말 익히기<63>

웃음이 나면서도 슬플 때 하는 표현
신조어-웃프다

1997년에 제작된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유대인 아버지 귀도와 다섯 살 아들 조슈아는 수용소에 갇힌다. 이때 귀도는 재치를 발휘해 아들에게 수용소 생활을 게임이라고 설명하며 아슬아슬하게 버텨나간다. 전쟁이 끝날 무렵 나치군이 증거를 없애기 위해 유대인 학살을 감행하던 날 밤, 조슈아를 안전한 곳에 숨겨둔 귀도는 결국 나치군에게 발각돼 총살된다. 하지만 죽으러 가는 순간조차 아버지는 아들에게 윙크를 보내며 익살스럽게 걸어간다. 관객은 아이가 보는 천진한 시선으로 우스꽝스러운 귀도를 보게 된다. 관객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다. 아버지가 죽는 건 게임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처럼 웃음이 나오지만 웃기만 할 수 없는 여러 상황들이 밑바탕에 깔려 있을 경우 ‘웃프다’라고 말한다.
파격 세일을 통해 손님이 구름떼처럼 몰려와 웃음이 나오지만 실상 이윤은 적을 때 상점 주인은 ‘웃프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언니들의 슬램덩크’라는 예능 프로에서 한 연예인이 랩을 너무 못해서 배꼽을 잡으면서도 너무 열심히 하는 모습에 ‘웃프다’라고 표현한다. 최은진 기자


기운을 차리지 못한다는 의미
순우리말-시르죽다

꽃피는 봄이 오면서 곳곳이 화사하게 물들었지만 유독 이럴 때마다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봄철 환절기 때마다 찾아오는 비염, 꽃가루 알레르기, 감기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다. 때마침 찾아오는 춘곤증으로 인해 유독 기운을 못 차리고 생기를 잃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표현할 때 쓸 수 있는 우리말이 ‘시르죽다’이다. 기운을 차리지 못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시르죽다’의 어원은 분명치 않다. ‘실개천’, ‘실낱’ 따위처럼 가늘고 작은 것을 뜻하는 ‘실’에서 비롯되었거나, ‘시들다’ 또는 ‘시름’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어떤 말에서 유래되었든 모두 ‘나약함’과 ‘연약함’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편, 극도로 피곤하고 고단한 증세가 몰려오는 것을 ‘주럽들다’라고 한다. 또 주럽이 든 고단한 몸을 쉬게 해 피로를 푸는 것은 ‘주럽떨다’라고 한다. 주럽을 떨쳐낸다는 뜻이다. 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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